"환경문제, 보수-진보 모아야 힘생긴다"

[인터뷰 ①] 최열 기후변화센터 공동대표 "CO2 감축 목표량, 올해 나올 것"

등록 2008.03.03 15:19수정 2008.03.03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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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열 기후변화센터 공동대표(환경재단 대표). ⓒ 오마이뉴스 남소연


"생각이 다른 사람이 나를 이해해줄 때 사회가 변화한다. 생각이 같은 사람끼리만 계속 만나는 것은 일종의 동종교배다. 보수와 진보, 양쪽 모두에 환경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 만큼, 그들을 모아내야 하고, 그래야 힘이 생긴다."

보수 성향의 이석연 변호사와 경부대운하 반대 순례에 나선 수경 스님과의 '네트워크'가 현실성이 있을까? 하지만 최열 기후변화센터 공동대표(환경재단 대표)의 생각은 확고했다. 그는 "사회지도층부터 힘을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고, "이제 시간이 없다"는 말도 자주 했다.

물론 그렇다. 불과 5년 뒤, 2013년이면 우리나라도 교토의정서 의무감축국이 된다. '기후변화 문제 해결을 위한 범사회적 네트워크'를 표방하고 출범한 기후변화센터가 주목받는 이유다. 동시에 "이제 환경이 경제"라는 최 대표의 평소 지론에도 더욱 힘이 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산화탄소 정부 감축 목표량, 올해 나올 것"

그래서일까. 지난 2월 27일 환경재단에서 만난 기후변화센터의 '산파' 최 대표의 말에서는 자신감이 내비쳤다.

'당장 올해 기대할 수 있는 성과'를 묻는 질문에는 "올해 정부를 상대로 우리나라 이산화탄소 감축 목표량을 제안할 계획이며, 정부도 금년 안에 목표량을 정하기로 한 만큼, 그 후에 기업은 기업대로, 지자체는 지자체대로 할당이 이뤄지게 될 것"이라는 청사진이 나왔다.

'기업이나 친 기업을 표방하는 현 정부에게 또 다른 규제로 받아들여지지 않겠냐'고 하자, 그는 "이산화탄소 감축은 기업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현재 EU 이산화탄소 배출 기준을 만족시키는 국내 생산 차량은 프라이드 디젤 정도뿐"이라면서 "이런 식으로 해서 앞으로 유럽에 수출할 수 있겠냐"는 반문도 이어졌다.


유엔과의 네트워크 성공 가능성에 대해서도 확신이 있는 듯 했다. 그는 "지금 세계적으로 제일 중요한 기후변화 문제 대응을 우리나라가 잘못하면 반기문 총장의 말이 설득력이 있겠는가"라며 "앞으로 유엔의 후원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는 말로 기대감을 표시했다.

또한 최 대표는 센터의 교육 계획을 소개하는 과정에서 "열기구를 타고 지구 온난화 현장을 직접 체험하는 프로그램을 구상하고 있는데, 여기에 제인 구달 박사 같은 전문가는 물론 앨 고어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같은 유명인도 충분히 동참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렇게 되면 "그들의 체험은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자연스럽게 큰 교육 효과를 거두게 된다"는 것이다.


다음은 최열 대표와 나눈 일문일답.

ⓒ 오마이뉴스 남소연

- 지난 2월 22일 출범한 '기후변화센터'의 '쟁쟁한' 인사들 중에 고건 전 총리가 눈에 띄더라.
"평소 고건 전 총리가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았다. 자료를 보내고, 함께 해달라는 부탁을 하러 갔다. 그랬더니, '지구온난화'보다는 '기후변화'란 말이 더 낫지 않겠냐고 하더라. 지구온난화는 기후변화 현상 중 하나니까, 정확하게 핵심을 찌른 셈이다. 이제 우리나라도 적어도 아시아 지역 기후변화 문제 해결에 일정 부분 역할을 해야 한다는 부분에 동감한다는 뜻을 밝혔다."

- 여야 국회의원, 전직 장관, 대학교 총장, 동아일보 사장,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삼성전자 부회장, 교수 등 구성원의 직업이나 코드가 참 다양하다. 소통 기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비교적 사람을 많이 아는 편인데,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도 많다. 이렇게 생각한다. 생각이 다른 사람이 나를 이해해 줄 때, 사회가 변화한다. 생각이 같은 사람끼리만 계속 만나는 것은 일종의 동종교배다. 생각이 다른 사람과의 토론을 통해 수정할 것은 수정하고, 또 상대방도 참여하도록 하는 것이 운동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강연을 많이 다닌다. 모이는 사람 중 상당수가 옛날에 새마을운동 하던 분들이다. 환경 문제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동네 쓰레기 분리에도 적극적이다. 운동권이 아니다. 하지만 실제 몸으로 뛰는 그들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데올로기적으로는 약간 차이가 있지만, 중요한 사람들은 모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보수와 진보 양쪽 모두에 환경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 만큼, 그들을 모아내야 한다. 그래야 힘이 생긴다. 사회지도층 사람들도 힘이 안 모이는데, 밑에 있는 사람들이 쫓아오라면 쫓아오는가. 같이 하자면 같이 하겠는가. 원칙은 소나무처럼, 적용은 버드나무같이 해야 한다."

"앞으로 내 환경운동에서 제일 중요한 건 '기후변화'"

- 기후변화센터의 핵심은 네트워크와 교육 같다. 맞는가?
"그렇다."

- 두 가지를 통해 가시적 성과가 얼마나 나타날지 모르겠지만, 우선 드는 생각은 이렇다. 코드도 다르고, 생각도 다르고 할 텐데, 과연 어떤 성과가 나오겠느냐는 것이다.
"앞으로 10년 동안 나의 환경운동에서 제일 중요한 부분은 기후변화라고 공언했다. 10년이면 짧지 않은 시간이다. 그 동안을 기후변화에 전념하는데, 내가 아무것도 못 이루고 환경운동을 마감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웃음)."

- 당장 올해 기대하는 성과가 있다면?
"2013년부터 우리나라도 교토의정서 의무 감축국이 된다. 5년밖에 안 남은 것이다. 그동안 김영삼·김대중·노무현 정부에 계속 요구했다. 빨리 목표치를 정해야 한다고 했지만, 자기 정권 기간이 아니니까 관심이 없더라. 허나 현 정권은 직접 해당된다.

그렇다고 정부가 자칫 목표치를 느슨하게 정한다거나 하면, 나중에 더 고생할 것이 뻔하다. 국제사회에서 요구하는 합리적인 내용으로 빨리 정해야 한다. 올해 정부를 상대로 우리나라 이산화탄소 감축 목표량을 제안할 계획이다. 정부도 금년 안에 목표량을 정하기로 했다. 그 후에 기업은 기업대로, 지자체는 지자체대로 할당이 이뤄지게 될 것이다."

- 이명박 정부는 친기업, 규제완화를 표방한다. 이산화탄소 감축 목표 할당이 이명박 정부나 기업에게 규제로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이제 그렇게 하지 않으면 우리 상품이 해외 진출할 수 없다. 예를 들어 자동차를 보자. 유럽에서는 1㎞에 이산화탄소 배출량 120g 정도가 기준이다. 우리나라에서 EU 기준을 만족시키는 차는 프라이드 디젤(121g/㎏) 정도뿐이다. 이런 식으로 해서 앞으로 유럽에 수출할 수 있겠나. 기업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다."

- 기업과의 네트워크는 어떤 형태로 진행되는가.
"끊임없이 새로운 정보를 주는 것이다. 특히 신재생에너지 개발 사례 공유가 중요하다. 어차피 석탄과 석유는 없어진다. 태양·바람·파도·지열 등 에너지 개발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 정부는 계속 도로만 만들 것이 아니라, 신재생에너지공사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정부 차원의 개발은 물론 기업 지원도 이뤄져야 한다."

- 작년 11월에 '경기도 남북한 신재생에너지 개발 프로젝트' 일환으로 김문수 경기도 지사와 함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만났던 것으로 안다. 이번 기후변화센터 창립총회에서는 반 총장이 영상 축사를 보냈는데?
"지금 기후변화가 세계적으로 제일 중요한 문제다. 우리나라 사람이 유엔 사무총장이다. (우리나라가) 잘해야지, 못하면 안 된다. 우리나라부터 잘못하는데 총장의 말이 설득력이 있겠는가. 앞으로 유엔의 후원을 받을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 "어린이부터 기업인, 정부 각료까지 지구온난화 문제의 심각성을 몸속의 DNA처럼 각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갖가지 세밀한 방안을 모색했다"고 밝힌 바 있다. 세밀한 방안은 무엇인가.
"이산화탄소 배출 감축은 국민의 참여 없이는 이뤄질 수 없다. 놀러 갈 때는 몰라도 일단 출퇴근만이라도 대중교통 이용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그럼 어떤 교육이 필요한가. 작년에 지구온난화 체험의 일환으로 어린이들이 록키 산맥에 다녀왔다. 그보다 더 생생한 체험이 어디 있겠나."

"지구 온난화 체험, 앨 고어나 디카프리오도 동참시킬 수 있을 것"

ⓒ 오마이뉴스 남소연

- 핵심은 백문이 불여일견이다?
"당연하다. 태안에서 100만명 이상이 자원활동을 벌였다. 아마도 그들 마음에는 '이제 환경은 우리가 지키지 않으면 안되겠구나'는 생각을 하게 됐을 것이다. 어린이가 제일 중요하다. 어린이들의 검색어 1위가 '지구온난화'나 '기후변화'가 된다면, 어린이를 통해 어른들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

열기구를 타고 지구 온난화 현장을 직접 체험하는 교육 프로그램도 구상 중이다. 제인 구달 박사(세계적으로 유명한 영장류학자, 환경운동가) 같은 전문가는 물론이고 유명인사도 함께 태운다. 앨 고어나 디카프리오도 충분히 동참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렇게 되면 그들의 체험은 언론을 통해 보도될 것이다. 자연스럽게 큰 교육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올해 12월에는 센터 홍보대사인 탤런트 박상원씨와 남극을 다녀올 계획이다. 실제 남극 생태계의 심각성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 '어른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은?
"기후변화의 중요성이 지도층 머리에 들어가야 한다. 우선 장관·국회의원·대기업CEO·언론사 대표·법조인·문화예술인·시민사회단체 대표 등의 명단을 만들고, 그들을 대상으로 대학 최고위 과정을 개설할 계획이다.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수료하지 않으면, 창피하게 여길 정도의 교육 과정으로 말이다. 3년 안에 500명 수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5월부터 시작할 생각인데, 아마 내가 수강생 1호로 등록할 것이다(웃음). 비록 생각이 다르더라도 함께 교육받고 토론하면 서로 더 이해하고 가까워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 그 외 주요 계획은?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지원을 받은 나라 중 하나다. 그래서 어느 정도 잘사는 나라가 됐지만, 세계에서 가장 안 도와주는 나라이기도 하다. 아시아 지역 기후변화 단체에 대한 지원과 연대도 이뤄질 것이다. 그다음에 우리보다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단체와 MOU를 맺어, 그들의 좋은 내용을 빨리 우리 정책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 애초 기후변화센터 발족 시기로 1월 19일을 염두에 뒀던 것으로 알고 있다.
"지금 지구에 불이 났는데, 사람들이 잘 모르고 있다. 화재신고가 119니까 어서 불을 끄자는 의미로 그렇게 생각했었다. 헌데 아무래도 연초니까 생각같이 진행이 되지 않더라. 그래서 사람들이 기억하기 좋은 날로 늦추자, 2월 22일 오후 2시로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 마침 <오마이뉴스> 창간 기념일이었다.
"<오마이뉴스> 생각하고 정한 것이 아니었는데(웃음). 8년 전, <오마이뉴스>와 총선시민연대가 정치 개혁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기후변화는 세계적인 문제다. 전 지구적인 주제로 함께 새로운 역할을 해보면 어떨까 생각한다.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이 세계 곳곳에 있다. 그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좋은 역할이 있을 것으로 본다."

"정치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한 번도 없다"

- 언젠가 정치하지 않겠냐는 얘기가 계속 나오는데?
"이번에 장관 인사 보면서 이외수 선생 말이 생각나더라. 세상에서 가장 나쁜 사람은 자기 것만 챙기는 사람이라고. 아주 맞는 말이다. 이제까지 자기 것만 위해 산 사람이 어떻게 진짜 나라를 위해, 백성을 위해 잘할 수 있겠는가. 평상시에 그것만 계속 생각한 사람도 잘하지 못하는 판에….

환경운동가가 전혀 다른 행동을 하면서 기후변화 말할 수 있나. 작년 여름 집에 선풍기 꺼내지 않았다. 겨울에 요즘 거의 난방하지 않는다. 그래도 20℃ 이하로 거의 떨어지지 않는다. (내복을 보여주며) 이거야 당연히 입는 것이고. 차도 없다. 내가 충분히 실천하고 살지는 못하지만, 할 것을 하면서 같이 하자고 해야 하지 않나.

정치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한 번도 없다. 환경운동, 이것이 내가 실제 할 수 있는 역할이다. 장관 몇 년 한다고, 몇 년 정치한다고 환경이 바뀌겠는가. 이것보다는 환경이 중요하다는 각계 인사들을 모아내는 것도 중요한 힘이라고 생각한다.

'오늘' 북극곰이 죽어가고 있다. 다음은 인간이다. 인간이 자연을 살리면, 자연이 인간을 살린다. 예전에는 자연을 죽이는 행위에 대한 고발이 6이고 살리자가 4였는데, 이제는 살리자는 쪽이 8이고 고발이 2가 됐다. 이제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기후변화 #최열 #이산화탄소 #고건 #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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