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제와 안희정의 '어색한 만남'

충남 논산·계룡·금산에 같이 공천 신청... 면접장에서 조우

등록 2008.02.29 23:03수정 2008.02.29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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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천 면접장의 이인제와 안희정, 서로 모른척 ⓒ 박정호

▲ 공천 면접장의 이인제와 안희정, 서로 모른척 ⓒ 박정호
 

충남 논산ㆍ금산ㆍ계룡에 공천을 신청한 안희정 전 참여정부평가포럼 집행위원장이 29일 당산동 통합민주당 당사에서 공천심사 면접을 보러 들어 오고 있다. ⓒ 오마이뉴스 유성호

충남 논산ㆍ금산ㆍ계룡에 공천을 신청한 안희정 전 참여정부평가포럼 집행위원장이 29일 당산동 통합민주당 당사에서 공천심사 면접을 보러 들어 오고 있다. ⓒ 오마이뉴스 유성호
 
앙숙이 외나무다리에서 만난 형국이다.

 

이번 총선에서 충남 논산·계룡·금산 출마를 위해 공천을 신청한 통합민주당의 이인제 의원과 안희정씨.

 

'노무현의 왼팔'로 불리는 안씨는 2002년 노무현 대통령 당선의 1등 공신이었고, 당시 민주당의 가장 유력한 대선 후보였던 이 의원은 '노풍'에 밀려 주저앉은 뒤 탈당까지 하고 말았다.

 

이들이 29일 오후 공천심사를 위한 면접 대기실에서 자리를 같이했으나, 외면했다.

 

안희정 전 참여정부평가포럼 집행위원장(오른쪽)이 먼저 온 공천 신청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유성호

안희정 전 참여정부평가포럼 집행위원장(오른쪽)이 먼저 온 공천 신청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유성호

이인제 의원과 안희정 전 참여정부평가포럼 집행위원장(오른쪽)이 공천심사 면접을 기다리고 있다. ⓒ 오마이뉴스 유성호

이인제 의원과 안희정 전 참여정부평가포럼 집행위원장(오른쪽)이 공천심사 면접을 기다리고 있다. ⓒ 오마이뉴스 유성호

앞서 나온 이인제 의원이 다른 후보자들과 자리에 앉아있는 가운데 안희정씨가 들어섰다. 안씨가 대기실에 들어서면서 "안녕들 하셨습니까"라고 대기자들에게 인사를 건네자, 끝자리에 앉아있던 이 의원은 신문을 펴들었다.

 

안씨는 "바쁘게 돌아다닐 텐데 얼굴이 좋다"라고 묻는 이목희 의원에게 "이인제 의원님이 답을 주셨다, 대중의 사랑을 받으면 얼굴이 좋아진다고 한다"고 답했다. 다분히 이인제 의원을 의식한 발언으로 보였으나, 이 의원은 무반응이었다.

 

"사랑하는 고향 후배님" - "거물이라 부담 크지만 도전해야"

 

ⓒ 오마이뉴스 유성호

ⓒ 오마이뉴스 유성호
안씨가 대기실을 비운 뒤, 이 의원이 먼저 면접을 마치고 나갔다. 이 의원은 "안희정씨하고 공천경쟁을 하게 됐는데"라는 질문에 "(안씨는) 사랑하는 고향 후배님이니까…"라고만 답했다.

 

나중에 면접을 마친 안씨는 이 의원에 대해 "워낙 거물이라 부담감이 크다"면서도 "젊은 사람이 도전해야 대한민국이 새로워진다"고 말했다.

 

두 사람 모두 공천경쟁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 의원은 한나라당 시절 경선불복과 잦은 탈당, 지난 대선에서의 매우 낮은 득표 등이 걸림돌이다.

 

안씨는 불법 대선자금 수수문제로 처벌받은 것이 큰 부담이다. 이에 대해 안씨는 "제게 공천을 주면 대한민국 국민 법 감정과 정의감에 위배되는 것이냐. 저는 아니라고 본다"며 "저는 책임지고 벌 받고 5년간 근신한 사람이다. 정상참작이라는 게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어 "그(부정부패 전력자 공천배제) 기준에 걸리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두 사람 중 누가 공천을 받게 될지, 아니면 두 사람 모두 탈락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부정부패 전력자 공천배제 기준 마련 진통... "문제는 정치자금법 위반자 처리"

 

당 지도부와 박재승 위원장 사이에 난기류

통합민주당 지도부와 박재승 공심위원장 사이에 난기류가 형성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재승 공심위원장이 27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손학규·박상천 공동대표와 정동영 전 대선 후보, 강금실 최고위원의 총선출마 문제와 관련해 "자신들이 편하게 국회의원이 되려고 하면 노블레스 오블리주에 어긋나는 것 아니냐"고 수도권 출마를 주장한 것이 발단이 됐다.

 

이에 대해 29일 당 최고위원회에서 몇몇 최고위원이 박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이들의 출마는 지도부의 전략적인 판단이 들어가야 하는 사안이며, 공천심사위원회의 권한을 넘어서는 사안"이라고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위원장도 이 같은 분위기를 의식한 듯 이날 오전 공심위 회의에서 최고위원회에 참석하고 온 최인기 정책위의장에게 "최고위원회에서 저에 대한 얘기가 나오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최 정책위의장이 "별로 안 나온 것 같다"고 대답하자, "나왔을 것이다, 얘기를 해주셔야 회의를 진행한다, 제가 경우에 따라 회의를 진행하는 게 우스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신경전이 이후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지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한편, 민주당 공천심사위원회는 이날 오전 '비리 및 부정 등 구시대적인 정치행태로 국민적 지탄을 받은 인사의 제외'라는 공천당규의 구체적인 기준을 만들기 위한 논의를 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공심위의 박경철 홍보간사는 이날 회의결과 브리핑에서 "공천배제 기준에 대해 위원들이 다양한 대안을 가지고 많은 토론을 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며 "전체 위원들의 합의를 통해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오늘 논의의 바탕 위에서 다음 차수 회의에서 결정해 발표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그는 공심위의 고민을 빅토르 위고의 소설 <장발장>을 인용해 '자베르의 딜레마'로 설명했다. 공심위가 빵을 훔치기는 했으나, 훌륭한 시장이었던 장발장에 대한 처리를 고민한 자베르 형사와 같은 고민에 빠져있다는 것이다.

 

박 간사는 또 "물의 물을 끌어다 불을 끄고 보니 연못의 물고기가 다 죽었다는 고사가 있는데, 이 '연못 속의 물고기' 문제에 대해 어떤 견해를 있는지를 다음 회의에서 상정해서 합의를 이끌어낼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 공심위원은 "핵심적인 문제는 정치자금법 위반인데 이것을 어떻게 가르느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정법을 위반했지만 당을 위해 어쩔 수 없었던 사안인지, 개인 이익 차원인지를 갈라야 한다는 것이다.

 

대체로 외부 공심위원들은 일괄적인 적용을, 내부 공심위원들은 사안별 접근을 주장하고 있다. 외부공심위원 한 명도 여기에 동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심위는 3월 3일까지 공천신청자 면접을 마치고 4일부터는 본격 심사에 들어간다는 계획을 잡고 있어 4일쯤에는 이 문제에 대한 매듭을 지을 예정이다.

덧붙이는 글 | 1

2008.02.29 23:03 ⓒ 2008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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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제 #안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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