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권만의, 평등파만의 정당이면 안 된다"

[현장] 진보신당 창당준비위 결성... "사상의 위계를 깨야 한다"

등록 2008.03.02 18:57수정 2008.03.02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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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민주노동당 탈당을 선언한 심상정, 노회찬 의원이 2일 서울 용산구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진보신당 창당준비위원회 결성대회에서 '님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있다.

민주노동당 탈당을 선언한 심상정, 노회찬 의원이 2일 서울 용산구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진보신당 창당준비위원회 결성대회에서 '님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있다. ⓒ 유성호

민주노동당 탈당을 선언한 심상정, 노회찬 의원이 2일 서울 용산구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진보신당 창당준비위원회 결성대회에서 '님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있다. ⓒ 유성호

 

a  최현숙 진보신당 예비후보

최현숙 진보신당 예비후보 ⓒ 유성호

최현숙 진보신당 예비후보 ⓒ 유성호
"성소수자는 민주노동당 안에서조차 소수자였다."

 

사상 최초로 '커밍아웃 레즈비언'(자신의 성 정체성을 대외적으로 선언한 여성 동성애자)으로서 4·9 총선에 출마하는 최현숙 예비후보(서울 종로)의 말이다.

 

최 후보의 지적은 민주노동당의 해묵은 패착을 가장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진짜 진보'를 대표할 새로운 진보당이 만들어져야할 이유이기도 하다.

 

"민노당 '사상의 위계', 진보신당선 깨야"

 

2일 오후 서울 효창동 백범기념관에서 치러진 '진보신당 창당준비위원회 결성대회'에서 만난 최 후보는 민주노동당이 아닌 진보신당의 후보로서 총선 출마 결심을 한 이유로 민주노동당 내의 '이념 서열화'를 꼽았다.

 

최 후보는 "성소수자는 진보정당이라는 민주노동당 안에서도 가장 소수자였다"며 "성소수자의 의제가 공유되기 어려운 구조였다"고 설명했다. 다수파에 의해 이른바 '운동권'의 의제에 성정치 분야는 뒷전으로 밀려나기 일쑤였다는 뜻이다.

 

최 후보는 "예를 들면, 제1의제는 '노동자의 정치세력화', 제2의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되는 식이었다"며 "그러다보면 소수자 문제는 제일 끝이 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이같은 사상의 위계화가 민주노동당의 가장 뚜렷한 한계였다"며 "개선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확인하고 절망해 탈당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는 바꿔 말하면 진보신당이 구현해야 할 새로운 진보정치의 모습이기도 하다. 진보신당이 '운동권만의 진보'가 아닌 '서민의 진보', '다양한 진보'를 내세운 이유다.

 

진보신당은 이날 발기 취지문에서도 "당원을 패권과 동원의 대상으로 만든 낡은 요소를 척결하고 아래로부터 민주주의를 구현하는 진보신당을 건설하자"며 "평등·생태·평화·연대의 가치를 실현하는 진보신당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운동권만의 정당 아닌 진정한 서민의 진보정당 돼야"

 

그렇다면 기존 진보 진영의 문제가 무엇인지, 진단이 먼저다. 이날 진보신당의 공동대표 6명 중 하나로 선출된 심상정 의원은 "서민과 진보정치 간 괴리가 (기존 진보진영의) 가장 큰 문제였다"고 꼬집었다.

 

그는 "민주노동당은 평등·자주의 가치, 노동·통일 운동의 경험에 갇혀 기능주의에 빠졌다"며 "진보의 의제가 더욱 다양해지고, 서민에 가까운 주제로 확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자꾸만 서민에게서 멀어지는 틀에 안주하는 건 미덕이 아니다"라며 "아프더라도 과감하게 이를 깨는 진취적 실천이 필요하다. 이것이 진보신당의 출발점"이라고 밝혔다.

 

진단은 섰지만 처방전은 아직이다. 오는 4월 총선이라는 커다란 정치적 일정이 끼어있기 때문이다. 진보신당이 총선이후에도 제대로 그 역할을 하려면, 의미있는 의석부터 확보해야 한다. 진보신당은 총선에서 30~50명의 지역구 후보를 출마시킬 예정이다.

 

진보신당에 참여하고 있는 조승수 전 민주노동당 의원은 "이명박 정부의 신자유주의와 극단적인 시장주의를 견제할 제1진보야당의 중심에 우리가 서야 한다"며 "총선부터 치르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평등파만의 당은 안돼"... 외연 확대 필요

 

최현숙 예비후보도 "총선에서 유권자들에게 진보신당이 보일 새로운 가치가 무엇인지 확실하게 보여야 한다"며 "아직 진보신당에 결합하지 못한 당 밖의 진보세력을 끌어 모으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 후보는 "어쩌면 더 중요한 건 총선 이후"라며 "기존의 진보진영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우리가 새로이 꾸릴 정당의 모습은 뭔지, 보다 넓고 깊은 토론과 확실한 실천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진보신당이 진정한 진보'신당'이 될지 대한 우려도 있다.

 

조승수 전 의원은 "'도로 민주노동당''평등파만의 당'이 되는 것 아니냐는 게 가장 걱정되는 핵심문제다. 총선을 치른 뒤 이어질 실제 창당 과정에서 그런 부분을 해소해 나갈 것"고 말해 외연확대 작업에도 비중을 둘 것임을 시사했다.

2008.03.02 18:57ⓒ 2008 OhmyNews
#진보신당 #이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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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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