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만드는 데 앞장선 최시중씨가 독립성 보장?

[주장]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임명 문제있다

등록 2008.03.03 11:22수정 2008.03.03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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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지난 27일,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최시중씨 내정 철회를 요구하는 언론단체와 시민단체들

지난 27일,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최시중씨 내정 철회를 요구하는 언론단체와 시민단체들 ⓒ 임순혜

지난 27일,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최시중씨 내정 철회를 요구하는 언론단체와 시민단체들 ⓒ 임순혜

 

새로 출범하는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으로 내정, 발표된 최시중씨는 “이명박 대통령을 만드는데 생을 걸다시피 노력”했으나 “방송의 독립성은 전혀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상한 논리를 2일 내정 발표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밝혔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대통령직속기구로 방통위원장 내정설이 27일 흘러 나왔을 때, 언론단체와 시민단체들은 "대통령의 의중을 잘 헤아릴 수 있는 최측근 인사의 내정은 방송의 독립성을 해칠 우려가 많으며, 방송을 장악하려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고 강하게 비판하고 내정 철회를 요구하였었다.

 

29일 있었던 차관급 내각 발표에 방통위원장 내정이 정식으로 발표되지 않아 청와대가 주춤하는 듯하다는 이야기가 있었으나, 청와대는 일요일인 3월2일 통일부 장관과 환경부 장관 발표에 끼워 전격적인 발표를 하였다.

 

이명박 대통령이 최시중씨 내정에 대한 강한 비판과 반대에도 불구하고 확정 발표를 한 것은 방송통신위원회가 이명박 정부의 미디어정책을 실현하기위해서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반증한다.

 

a  지난 26일 국회에서 방통법이 통과되자 언론자유와 방송의 독립은 죽었다며 방통법 폐지를 요구하는 전국언론노동조합의 국회앞 집회장면.

지난 26일 국회에서 방통법이 통과되자 언론자유와 방송의 독립은 죽었다며 방통법 폐지를 요구하는 전국언론노동조합의 국회앞 집회장면. ⓒ 임순혜

지난 26일 국회에서 방통법이 통과되자 언론자유와 방송의 독립은 죽었다며 방통법 폐지를 요구하는 전국언론노동조합의 국회앞 집회장면. ⓒ 임순혜

 

방송통신위원회는 방송과 통신뿐만 아니라 인터넷과 뉴미디어 정책을 총괄하는 부서다. 지상파 방송을 비롯 방송과 통신사업자 인허가권과 각종 규제 권한과 KBS 이사추천, MBC 대주주인 반송문화진흥회 이사 선임, EBS 이사 선임 등의 막강한 권한을 가진 기관이다.

 

방송통신위원회가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를 본따 만든 조직이라 하나,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대통령 직속 기구가 아니라 독립규제기구다.

 

최시중씨는 기자간담회에서 “언론인이자 여론조사인으로서 평생 독립성과 객관성, 중립성을 강조하는 직업인으로 살아왔다”며 “중립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으나, 여론조사 기관인 갤럽회장으로 대통령선거 당시 지지율 50%를 넘는 여론조사를 통해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도를 상승시킨 인물이다.

 

지난 대선은 "여론조사를 위한, 여론조사에 의한, 여론조사를 통한 선거"였다는 비판이 내내 따랐고, 대선 평가에서도 여론조사의 문제점들이 지적되었다.

 

선두를 달리는 여론조사를 통해, 밴드 웨건 즉 달리는 마차에 편승하는 여론의 심리를 이용해 여론을 끌고 가 이명박 대통령을 당선 시킬 수 있었던 일등 공신이 바로 최시중씨다.

최시중씨는 여론조사의 문제점이 대두되자 갤럽회장직을 사임하고 대선 캠프에 합류했었다.

 

그런 그가 독립성이 전혀 확보되지 않은 “위원회 시스템을 충분히 활용해 독립적으로 운영하도록 노력을 다 하겠다”고 밝힌 것은 방송통신위원회 시스템을 모르는 국민의 눈을 가리는 일종의 속임수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a  지난 27일, 기자회견에서 최시중씨 내정 철회를 요구하는 김영호 언론연대 대표

지난 27일, 기자회견에서 최시중씨 내정 철회를 요구하는 김영호 언론연대 대표 ⓒ 임순혜

지난 27일, 기자회견에서 최시중씨 내정 철회를 요구하는 김영호 언론연대 대표 ⓒ 임순혜

 

동아일보는 3일자 4면 기사 <“방통위 독립성 지키는 방패막이 될 것”>에서 “이상득 국회부의장과 서울대 동기동창으로 절친한 친구 사이”, “다양한 경험과 경륜을 바탕으로 결정적인 순간에 이 대통령을 조언”, “흉금을 터놓고 의견을 구해 'MB의 멘터'(mentor·조언자)”라고 해, 동아일보 스스로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임을 밝혔다.

 

중앙일보도 5면 기사<“언론인·여론조사 두 직업 거쳐 방송의 독립성 걱정 안 해도 돼”>에서 “단순히 대통령 측근이라는 이유에서가 아니었다. 업무 능력과 공정성, 조정자로서의 역할을 자타가 공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 후보자는 대통령 형(이상득 국회 부의장)의 오랜 친구라는 인연으로 대통령에게 쓴 소리를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참모”로 평가해 최측근임을 부정하지 않았다.

 

조선일보는 낯간지러운지 3면 기사 <최시중 방통위원장 후보 “편파적 운영 하지 않을 것”>이라는 단신 기사로 처리하였다.

 

최시중씨 내정에 문제를 제기한 신문은 한겨레와 경향으로, 한겨레는 사설 <방송·통신 장악 뜻 분명히 한 이 대통령>에서 “방송·통신을 장악할 수 있다면 어떤 여론에도 개의치 않겠다는 태도다”라며 “이 대통령은 최씨 지명을 즉각 거둬들이기 바란다”고 촉구하였다.

 

경향신문은 3면 기사<“최시중 방통위원장 수용 못해”>에서 “후보자는 이 대통령과 각별한 사이”라며 “한나라당 경선 당시 박근혜 전 대표측이 조선일보. 한국갤럽의 공동 여론조사에 대한 공정성 문제를 제기하자 즉각 한국갤럽의 보유 지분을 팔아버리고 사직한 뒤 경선 캠프에 합류했다”며 최측근 정실인사를 비판하였다.

 

방송과 통신관련 규제 정책이 모두 풀리고, KBS2와 MBC가 민영화되어 신문과 재벌, 외국미디어재벌이 방송과 통신을 차지하는 일이 머지않아 보인다. 

 

한국갤럽의 보유 지분까지 팔아버리고 생을 걸고 이명박 대통령을 만든 일등공신 최시중씨를 방송통신위원장으로 선임, 원하는 미디어정책을 펴고 여론을 장악하려는 시도는 즉각 거두어져야 한다.

 

 

2008.03.03 11:22ⓒ 2008 OhmyNews
#방송통신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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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미디어기독연대 대표, 표현의자유와언론탄압공동대책위원회 공동대표/운영위원장, 언론개혁시민연대 감사, 가짜뉴스체크센터 상임공동대표, 5.18영화제 집행위원장이며, NCCK언론위원장,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특별위원, 방송통신위원회 보편적시청권확대보장위원, 한신대 외래교수, 영상물등급위원회 영화심의위원을 지냈으며, 영화와 미디어 평론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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