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만 카트리나 이재민, 투표 못해

텍사스주 경선 중요성 예상 못해

등록 2008.03.04 13:10수정 2008.03.04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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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인해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즈에서 텍사스주 휴스턴, 댈러스 등지로 이주한 수십 만 명에 달하는 이주민들이 이번 미니 슈퍼화요일 선거에서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되었다.

 

승패 좌우할 수십 만 이재민 투표 못해

 

이번 텍사스주 민주당 대선 경선은 미국역사상 최대 규모의 이주를 강요한 허리케인 카트리나 이후 최대 규모 선거다. 휴스톤에는 10만명에 이르는 이재민이 살고 있다. 문제는 이들 중 극소수만 유권자등록을 하여 투표권 행사를 할 수 있다는 것.

 

우리나라 대선에서도 종교시설 투표소가 문제되고 있으며, 해외동포와 현장근무 중인 경찰, 외지에 유학중인 대학생, 군부재자 투표 문제 등이 있었다. 그러나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인해 대규모 이재민이 발생한 지 4년 넘도록 주소이전을 못하는, 그리고 유권자 등록을 못해 대선 경선에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미국 텍사스주의 모습은 우리에겐 좀 생소하다.

 

휴스턴이 포함된 해리스 카운티 유권자등록소는 지난 1년 동안 고작 1만명 정도만 유권자 등록을 하였다. 수십 만명에 달하는 카트리나 이재민들은 텍사스주 민주당경선 판도를 뒤바꿀 수 있는 많은 표를 가지고 있음에도 투표권 행사를 하지 못하였다.

 

언젠가 고향 가니 외지에선 투표 안해?

 

<뉴욕타임즈>의 보스톤시 지역신문인 보스톤 글로브지에 따르면, 루이지애나주 제퍼슨 지역 민주당 활동가인 멜바 런던(55)씨는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닥친 이후 휴스턴으로 이주했다. 그녀는 이주하자마자 곧바로 주소지를 옮겼으며 이번 민주당 텍사스주 경선에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그녀가 아주 오래 전부터 오바마를 지원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동네 집집마다 방문하며 지지를 호소하는 게 마음이 그리 편하질 않다. 아직도 루이지애나에 살고 있는 17살 된 손자가 전화로 "그곳 텍사스에도 나가 활동해주세요, 할머니 잘 해낼 수 있어요"하고 호소하였단다.

 

런던씨는 얼마 전 휴스턴 오바마 선거사무소에서 선거운동 활동복을 입고, 오바마가 기독교인임을 보여주는  유인물을 배분하였다. 구역담당자인 그녀는 지난 주말에도 적극적인 활동을 벌였다.

 

휴스턴에서 국제서비스노조 조직원으로 활동 중인, 과거 뉴올리언즈 중앙상가 거주자인 차혼다 윌리엄즈씨는 "카트리나 직격탄을 맞고 휴스턴 서부지역으로 대거 이주한 이재민 사회를 정치적으로 조직화하려는 노력이 없다"며 "휴스턴은 전혀 다른 거주지여서 우리 동네라는 인식이 없다"고 지적했다.

 

2006년 텍사스주의회 의원선거 한 후보자에게 컨설팅을 담당한 바 있는 케어 머레이씨는 당시 이주민들 잠재력을 알아보려고 동네를 뒤지고 다닌 적이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많은 이재민들은 뉴올리언즈로 다시 돌아갈 거라는 생각들을 갖고 있어서 조직화는 별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당시 수백 명 정도만 유권자 등록을 했으며 그것도 5,60대가 고작이었다.

 

당시 금방 뉴올리언즈로 돌아갈 것으로 생각한 이재민들이 많았던 것이다. 민주당 측에서도 어디에서 투표권 행사를 하든 그들의 의사를 존중하였다.

 

뉴올리언즈 고향선거엔 대거 투표

 

2006년 이주민들의 고향인 뉴올리언즈 시장선거 당시, 이 이주민들에 대한 조직적인 선거운동이 벌어졌다. 후보자 현장유세와 투표일 당일 버스대절 등이 그것.

 

많은 이주민들이 고향인 뉴올리언즈를 버린다는 걸 정말 비참하게 생각했기 때문이다. 달라스에도 6만여 이재민들이 거주하고 있다. 그러나 이제 상당수 이재민들이 주소지를 이전하자는 운동을 벌이기 시작했다.

 

투표할 수 있도록 주소지를 옮기는 방법은 공적인 기록을 통해서 하면 된다. 휴스턴에 있는 연방기관에서 구호를 받는 경우, 2005년 9월 이후 텍사스에서 운전면허 신청을 하여 발급 받은 경우, 우편물 수령을 위해 우체국에 뉴올리언즈에서 휴스턴 이재민 거주지로 주소변경 신청을 한 경우 등등 모두 카트리나 이재민으로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관할구역 경계, 2006년 텍사스주지사 선거 당시 관심부족, 2007년 휴스턴 시장선거 당시 빌 화이트씨의 단독출마 등등의 요인으로 인하여 이 이재민들에 대한 유권자등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힐러리 지지세 강한 이재민계층

 

이제 민주당 경선에서 힐러리와 오바마 양측은 이들에 대해 관심을 보이고 다가가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도 이들 이재민을 조직할 때가 이미 늦어버렸다. 지난 2월 슈퍼화요일 이전 시점에서 텍사스주 민주당 경선이 지금처럼 결정적인 변수가 되리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며, 유권자 등록은 이미 지난 2월 초 당시 마감됐기 때문이다.

 

오바마 측은 단지 민주당 및 흑인 유권자들을 광범위하게 접촉했을 뿐, 이들에 대해 별도로 독자적인 접촉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힐러리측은 이 점에 대해 답변이 없었다.

 

더군다나 선거관리당국 역시 이들의 투표권 행사를 위해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고 방치했다. 카트리나 이재민들에게 신경쓰면 오바마와 힐러리 중 어느 한 쪽을 편든다는 오해를 살 것오로 보았기 때문이다.

 

최근 오바마 측이 흑인표에서 압승하고 있으나, 카트리나 이재민의 경우 사회경제적 지위가 한두 단계 더 높은 지역 흑인표와는 성격이 좀 달라서 어느 쪽으로 치우칠지 예상하기 힘들다.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즈는 힐러리 지지세가 높은 반면, 텍사스 휴스턴은 오바마 지지세가 높다. 저소득층은 통상적으로 주로 힐러리 지지세가 강하다.

 

오는 11월 대통령선거 본선만이라도 이재민들이 유권자 등록을 하여 투표에 임할 수 있도록 민주 공화 후보진영 및 외부단체에서 신경을 더 써주길 바라고 있다.

 

보스톤 글로브지에 따르면, 카트리나 이재민 2만여 명이 자신의 선거구에 거주하는 알 그린 하원의원은 "이번 슈퍼화요일 선거는 그 중요성이 크며 전례 없는 투표율을 보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주민들은 휴스턴 지역 내부에서도 이동이 이뤄지고 있어서 파악이 쉽진 않으며 점차 휴스턴에 동화되어가고 있는 중이다.

2008.03.04 13:10ⓒ 2008 OhmyNews
#미국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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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호 기자는 성균관대 정치학박사로서, 전국대학강사노조 사무처장, 국회 경찰정책 보좌관, 한국경찰발전연구학회 초대회장, 런던정치경제대학 법학과 연구교수 등을 역임하였다. <경찰정치학>, <경찰도 파업할 수 있다>, <경찰대학 무엇이 문제인가?>, <삼과 사람> 상하권, <옴부즈맨과 인권> 상하권 등의 저역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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