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을 위한 현금 배당잔치가 시작된다

3·4월 현금배당을 앞두고 돌아본 한국증권시장 실태

등록 2008.03.05 10:35수정 2008.03.05 10:45
0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자본 자유화와 개방화가 급격히 추진되면서 한국의 주식시장은 급팽창을 거듭했고 동시에 외국자본의 유입도 확대되었다. 2007년에는 펀드투자 열풍이 불면서 유동자금이 대거 몰리기도 했으며 국내 유동자금이 해외투자로 확장되기도 했다.

임기를 시작한 이명박 정부는 참여정부에 이어 경제의 금융화, 개방화, 자유화를 더욱 확대시킬 것으로 예상되며 특히 2009년 2월부터 시행될 자본시장통합법과 한미FTA 그리고 머지않아 시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보험시장통합법을 계기로 새로운 금융 빅뱅이 예고되고 있다.

그러나 장기 번영을 구가할 것 같았던 세계 금융시장은 최근 극히 불안정한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고, 금융의 자유화가 아니라 금융의 규제와 조절의 목소리가 전에 없이 높아져 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 기반하여 현재 한국 증권시장의 규모와 상태는 어떠한지 살펴보고자 한다.

1000조 원 규모의 주식시장, GDP 규모보다 커져

2007년 말 현재 우리 주식시장에 상장된 주식의 시가총액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을 합쳐서 1050조 원을 넘어서고 있다. 유가증권시장이 약 950조 원, 코스닥이 약 100조 원이며 2007년 중반 최초로 1000조 원을 돌파했다. 우리나라 GDP가 약 850조 원임을 생각했을 때 주식시장의 규모는 GDP를 훨씬 뛰어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1000조 원 규모의 주식시장에서 30만개의 법인기업들이 모두 자본을 조달받는 것은 물론 아니다. 2007년 말 기준 상장 기업은 2000개에도 못 미쳐 전체 법인기업의 1%도 채 안 된다. 유가증권 상장 기업이 745개, 코스닥 등록 기업이 1022개이다. 주식시장에서 자본을 조달할 수 있는 기업은 매우 제한되어 있다는 뜻이다. 실제 중소기업들은 신규 조달 자금의 72%를 여전히 은행 대출에 의존하고 있다.

한국주식시장 세계 10대 증시로 도약?


그렇다면 세계 증시에서 한국 주식시장의 비중은 어떠한가? 증권 선물거래소는 한국증시가 주가상승, 유동성, 자금조달 측면에서 글로벌 탑10 증시로 성장했다고 자찬하고 있다(증권선물거래소의 'KRX출범 3년간(05년~07년)을 통해 본 한국증시의 성장과 변화' 참조).

2007년 말 기준 한국 주식시장 시가총액(1050조 원)은 세계 14위 규모이고, 상장기업(1767개) 수는 세계 9위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물론 아직 전 세계 자본시장에서 차지하는 시가총액 비중은 1.72%에 불과하지만, 적어도 양적으로는 한국 주식시장이 큰 규모로 성장해왔음을 알 수 있다.


360만 개인투자자 모두 합쳐도 외국인 주주의 절반 수준 

그렇다면 1000조 원 규모로 고속 성장한 한국 주식시장의 주요 플레이어들은 누구인가. 한마디로 외국자본(그 중 미국자본이 절반 이상)이라고 할 수 있다. 외국자본은 전체 시가총액의 30% 이상을 유지하며 한국 주식시장의 최대 실세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외국인의 매수매도 동향이 증시 변화의 가장 큰 변수로 등장한지도 이미 오래다. 대한민국 360만 개인투자자 모두를 합한 주식비중은 외국인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물론 외국인 지분율은 2004년 44.11%를 기록한 이후  최근까지 약 12% 감소했다. 그러나 이는 외환위기 이후 헐값으로 사들인 주식의 시세차익 실현을 위해 되팔았던 것이고, 최근에는 세계 금융시장이 불안정해지자 외국 금융자본들이 자금 확보를 위해 비교적 위험한 시장인 신흥시장 한국에서 자본을 빼냈기 때문이다.

a  유가증권 소유자별 주식소유분포(출처 : 증건선물거래소 주식통계시스템)

유가증권 소유자별 주식소유분포(출처 : 증건선물거래소 주식통계시스템) ⓒ 새사연


외국인 손에 장악된 대형주, 은행주

겉으로 드러난 지분율만 감소되었을 뿐 내용상 지배력이 약화된 것은 아니다. 우선 외국인 지분은 평균 32%로 개인 투자자와 기관 투자자를 뛰어넘는 최고 지분이다. 재벌가의 붙박이 주식을 빼면 여전히 한국 주식시장에서 최대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또한 보유한 주식 중 대형주가 35%로 가장 높으며 중형주(15%)와 소형주(6.49%)는 비중이 낮다. 즉 대형 우량주 중심으로 외국인 보유가 집중되어 있음 알 수 있다. 또한 비중은 감소되었지만 전반적인 시가 총액의 상승으로 인해 외국인이 보유한 주식의 시가총액은 2007년 말까지 꾸준히 증가했다.

a  외국인지분율추이(출처 : 증권선물거래소)

외국인지분율추이(출처 : 증권선물거래소) ⓒ 새사연


특히 외국인 지분율 상위 10개 기업을 살펴볼 때 가장 특징적인 것은 10개 기업 가운데 자그마치 4개 기업이 은행이라는 사실이다(외환은행 2위, 국민은행 4위, 하나금융지주 5위, 대구은행 9위). 상위 10개 기업에서 빠진 신한은행의 경우 공식 외국인 지분율은 59%이지만 재일교포 지분 15%를 더하면 실제로는 70%가 넘는다. 씨티한미은행과 SC제일은행은 상장을 폐지해 순위에서 제외되었지만 외국인 지분율이 사실상 100%인 은행이다. 우리 은행들이 얼마나 심각하게 외국인 손에 장악되어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a  외국인지분율 상위사(출처 : 증권선물거래소)

외국인지분율 상위사(출처 : 증권선물거래소) ⓒ 새사연


돌아온 배당잔치의 계절, 절반은 외국인 차지

2월 들어 12월 결산법인들이 속속 2007년을 결산하고 주주총회에 대비하여 현금배당을 결정하고 있다.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12월 결산법인 255개사가 2008년 2월 21일 현재 결정한 현금배당총액은 10조5718억 원이다.

아직 이들 기업의 순익규모가 파악되지 않고 있어 순익대비 배당금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는 알 수 없지만, 과거에 순이익 대비 절반정도를 배당금으로 돌린 사례도 적지 않았음을 감안하면 상당한 규모가 될 것이 틀림없다.

특히 중요한 것은 ‘업종별 기업당 평균배당금 총액’을 보았을 때 통신업(3771억 원)과 금융업(3435억 원)이 상위를 차지한는 사실이다. 통신업과 금융업은 수출보다는 내수를 위주로 하는 산업이다. 이 산업에서 배당지출이 많다는 것은 실제 성장세가 높은 수출기업이 아니라 부진한 내수기업에서 오히려 고배당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외국인 배당금 총액은 4조9000억 원으로 이는 전체 배당액의 절반에 가까운 막대한 금액이다. 특히 국민은행의 경우는 당기순이익 2조7000억 원의 30%인 8241억 원을 현금 배당하는데 그 가운데 다시 81.33%인 6700억 원이 외국인에게 배당된다. 또한  외환은행은 당기순이익 9471억 원의 47.6%로 절반에 가까운 4514억 원이 배당으로 지급되고 그 가운데 80.72%인 3644억 원이 외국인에게 배당된다.

a  유가증권 외국인 배당총액 상위사 현황

유가증권 외국인 배당총액 상위사 현황 ⓒ 새사연


615억원 배당받는 정몽준, 216억 배당받는 이건희

12월 결산법인 중 2월 29일까지 현금 배당을 확정한 720개사의 2007년 회계연도 대주주 및 친인척 개인별 현금배당 내역 조사결과 1억원 이상의 현금 배당을 받는 사람은 모두 778명이다.10억 원 이상 배당금 수령자는 153명, 100억 원 이상을 받는 국내 재벌 대주주도 8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조선업 활황에 힘 입어 현대중공업 지분 10.8%를 소유한 정몽준은 615억 원을 배당받기로 되어 있어 1위로 올라와 있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역시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으로부터 216억 원의 배당을 받게 되어 있다. 이는 배당 잔치가 오직 외국인 주주의 이익만 가져다  주는 것이 결코 아님을 의미하며 한국 재벌 오너 역시 수혜 집단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성장율 하락, 물가상승에 3,4월 경상수지 적자까지

한국경제가 주주자본주의로 전환된 2000년 이후 3, 4월이 되면 매년 엄청난 규모의 경상수지 적자가 발생하고 있다. 12월 결산법인들이 3, 4월 주주총회를 통해 엄청난 현금배당을 하고 이로 인해 투자소득수지 적자가 발생하는 까닭이다. 

2006년 3월 경상수지 적자 4억8000만 달러, 4월 19억7000만 달러는 같은 기간  각각 투자소득수지에서 발생한 15억 달러와 17억 달러의 적자가 주된 원인이었으며, 2007년 3월 경상수지 적자 16억 달러와 4월 20억 달러 역시 동일한 시기 투자소득수지에서 발생한 21억 달러와 20억 달러 적자에 의한 것임을 그래프를 보면 확연히 알 수 있다.

예정되어 있는 배당금 규모를 비추어 볼 때 2008년 3, 4월에도 투자소득 수지 적자에 의한 경상수지 적자는 이미 예약돼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a  경상수지와 투자소득수지 상관관계(출처 : 한국은행)

경상수지와 투자소득수지 상관관계(출처 : 한국은행) ⓒ 새사연


한국경제, 누구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는가?

현재 한국경제는 연말연초의 예상을 뛰어넘어 4% 수준의 물가상승이 서민생계를 위협하고 있으며, 성장율 역시 초기 5%에서 4%대로 하향조정되고 있다. 여기에 지난 1월에는 11년만의 최대 적자인 26억 달러의 경상수지 적자가 발생하여 매우 예민한 상황이다. 그리고 여기에 주주들을 위한 배당금 잔치까지 더해질 전망이다.

금융 불안, 인플레이션, 내수부진, 경상수지 적자 등 한국경제가 안팎의 악재로 신음하고 있지만 “결코 주주를 배고프게 하지 말라”는 주주자본주의는 멈추지 않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의 대안정책 웹사이트 이스트플랫폼(www.epl.or.kr)에도 실렸습니다. 김병권 기자는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의 연구원입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의 대안정책 웹사이트 이스트플랫폼(www.epl.or.kr)에도 실렸습니다. 김병권 기자는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의 연구원입니다.
#주식시장 #증권시장 #주주 배당금 #주주자본주의 #외국인주주
댓글

새사연은 현장 중심의 연구를 추구합니다. http://saesayon.org과 페이스북(www.facebook.com/saesayon.org)에서 더 많은 대안을 만나보세요.


AD

AD

AD

인기기사

  1. 1 집 정리 중 저금통 발견, 액수에 놀랐습니다 집 정리 중 저금통 발견, 액수에 놀랐습니다
  2. 2 한전 '몰래 전봇대 150개', 드디어 뽑혔다 한전 '몰래 전봇대 150개', 드디어 뽑혔다
  3. 3 저는 경상도 사람들이 참 부럽습니다, 왜냐면 저는 경상도 사람들이 참 부럽습니다, 왜냐면
  4. 4 국무총리도 감히 이름을 못 부르는 윤 정권의 2인자 국무총리도 감히 이름을 못 부르는 윤 정권의 2인자
  5. 5 "전세 대출 원금, 집주인이 갚게 하자" "전세 대출 원금, 집주인이 갚게 하자"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