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의 설명을 열심히 듣는 어린이 기자들
박상익
어린이 캠프의 일정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이 바로 글쓰기 교육이다. 아무리 좋은 곳을 탐방하고 선생님의 설명을 듣는다 해도, 그날 그날 정리해 두지 않는다면 그 추억은 희미하게 남고 만다. 그 점을 막고 교육효과를 높이기 위해 블로그를 만들어 사진과 자신의 느낌을 정리하도록 지도했다. 글쓰기에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은 힘들어했지만, 점차 글쓰기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좀 더 자신의 느낌을 담으면 훨씬 좋은 글이 되겠는걸?" "오늘 선생님께 배운 내용을 꼼꼼하게 정리해보지 않겠니?" 아이들이 글을 쓰는 동안 다섯 명의 지도교사들은 아이들의 의문점을 해소해주며 아이들의 블로그에 일일이 댓글을 달아주었다. 누군가를 가르칠 때의 보람이 있다면 바로 자신이 가르치는 사람이 쑥쑥 자랄 때일 것이다.
처음엔 몇 줄 안 되는 '일기'를 쓰던 아이들이 조언을 듣고 도움을 구하면서 점차 세련된 '기사'를 쓰게 됐다. 하루 일정이 끝난 밤에 아이들의 블로그를 살펴보던 지도교사들은 초등학생 이상의 글쓰기 실력을 갖춘 아이들의 글을 보면서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서로 짝을 지어 친구를 인터뷰하는 시간도 있었다. '타인에게 말 걸기'와 '소통'을 가르치는 의미있는 수업 시간이었다. 글쓰기와 인터뷰 교육을 받고 나니 더 이상 '호구조사'는 나오지 않았다. 대신 자신과 친구의 취미나 장래희망을 비교하며 서로를 알아가고 있었다. 그 모습이 참 예뻤다.
종종 공부보다 놀기를 좋아하는 아이들은 맑은 공기를 마시며 뛰어 노는데 열중하기도 했지만, 그 모든 것이 '공부'가 아닐까. 행복해 하는 아이들의 얼굴을 보며 이곳 강화도가 참 좋은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멋진 어린이'가 되렴, 나도 '진짜 어른'이 될게아이들이 글쓰기와 컴퓨터를 배우는 시간엔 여기저기서 "선생님!"이란 소리가 들린다. 아직까지도 가르침을 받는 대학생이기에 선생님이란 호칭이 낯설지만, 그래도 내가 가진 작은 지식을 누군가와 나눌 수 있는 존재가 있고 그것이 이 사회의 새싹인 어린이들이란 사실이 기뻤다.
"아이들을 예뻐하시네요. 생각 외로…", 같이 캠프에 참가한 다른 지도교사 선생님이 말을 건넨다. 내가 아이들을 좋아한다고? 아이들끼리만 마음을 연 것이 아니었나보다. 같이 강화도를 탐방하며 많은 것을 배우고 서로 교감하다보니 나도 타인에게 다가서는 법을 생각해볼 기회가 되었던 것이다.
서울로 돌아오는 버스 안, 즐거웠던 캠프 이야기를 하며 재잘거리는 어린이들 보며, 기자를 꿈꾸는 나의 새로운 경쟁상대(?)가 등장 했음을 느꼈다. '어린이 기자들'의 실력은 실로 대단했다. 아이들이 블로그에 쓴 기사는 대학생인 내가 봐도 "정말 잘썼다"며 감탄할 정도였다. 그저 어린이들을 '무서운 초글링'라 생각했던 건 나의 오산이었다. '어린이 기자들'은 취재할 땐, 진짜 기자처럼 진지했고, 글 실력도 대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