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학교사로 지식나눔을 하고 있는 대학생 서민우씨.
윤평호
서민우(22․여)씨는 대학생이다. 졸업 뒤 88만원 세대에 편입될지도 모를 불우한 시대. 하지만 민우씨는 본인 삶에만 매몰되지 않는다.
단국대 천안캠퍼스 법정학부에 재학중인 민우씨의 소속 동아리는 슈우스프(SCHJF). 컴퓨터나 영어, 혹은 펀드투자를 연습하는 경제동아리가 아니다.
슈우스프는 서비스(Service), 봉사(Creation), 인류애(Humanity), 정의(Justice), 우정(Friendship)을 뜻하는 영어 첫 글자를 조합해 만들어졌다. 이름에서 느껴지듯 슈우스프는 야간학교를 운영하는 봉사동아리이다.
이미 시장논리가 장악한 대학캠퍼스에서 봉사동아리는 이질적인 존재. 그러나 82년 10월15일 설립 이후 '천웅 슈우스프 야간학교'는 현재도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민우씨와 야학은 예정된 만남이었을지도 모른다. 고교시절 교사를 꿈꾸는 그에게 한 선생님은 자신의 야학 경험담을 들려줬다. 마음 속 노트에 대학 가면 하고 싶은 일 가운데 하나로 야학교사를 적어놓은 것도 그 무렵. 결심은 행동을 낳았다. 2006년 캠퍼스의 첫 봄, 스스로 동아리를 찾아가 회원에 가입했다. 동아리 전통에 따라 1년 동안은 선배들의 수업 모습을 참관하며 야학교사의 자질을 키웠다.
두 번째 맞은 캠퍼스의 봄. 드디어 수업을 맡았다. 과목은 중등과정 영어. 천안시 성정동 가구특화거리의 모건물 2층에 자리한 야학 강의실. 40대 초반부터 60대 중반까지 학생 10여명의 시선이 민우씨에게 집중됐다.
고민했다. 문법과 독해 위주의 교습이 저분들에게 얼마나 도움될까. 고교 시절 영어공부에 활용한 팝송들과 영시암송자료를 다시 뒤적였다. 효과는 만점. 늦깍이 학생들은 어느새 영어공부에 매료됐다.
민우씨의 야학 강의시간은 매주 금요일 오후 7시. 학교 수업이 끝나자마자 저녁도 거르고 야학으로 와 2시간동안 수업한다. 학기중에는 대학 주변에서 자취를 하기 때문에 야학을 오가기가 수월하다. 방학동안에는 2시간 수업을 위해 집이 있는 경기도 양평에서 기차를 타고 4시간을 걸려 천안에 당도한다. 버스를 타면 2시간이지만 멀미가 심해 탈 수가 없다.
지금까지 개인 사정으로 민우씨가 야학수업을 못한 것은 건강 때문에 딱 한번. 시험기간과 겹칠때는 야학 수업을 주말로 조정해 반드시 보강을 했다.
야학에서의 민우씨 수업은 이번 달로 끝. 수업은 후배들이 잇고 민우씨는 법조인의 삶을 준비한다. 학생이며, 또한 교사로 보낸 지난 1년의 시간이 대학 3학년생 민우씨에게는 어땠을까.
"친구들은 저 보고 대단하다고 말하지만 그렇지 않아요. 오히려 제가 더 많이 얻은 걸요. 나이 많은 분들 앞에서 수업하며 자신감도 커졌고 어려운 처지에서도 배움의 끈을 놓지 않는 분들에게서 삶의 소중한 자세를 배웠습니다."
수학 수업하는 여행사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