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소자들이 훈련소로 가기 전에 가족들 앞을 지나가고 있다.
이경모
그런데 입소식 때 ‘부모님께 경례!’라는 지휘자의 구령에 맞춰 경례할 때와 훈련소로 들어 가기 전에 가족들 앞으로 손을 흔들며 지나갈 때, 할머니와 고모의 씩씩했던 모습은 어디로 가버리고 끝내 참았던 눈물을 흘렸단다. 너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이다. 하마터면 아빠도 그 모습을 보며 약속을 어길 뻔 했다. 갑자기 이 자리에 함께 있어야 할 엄마가 생각나서였다. 아들은 약속을 지켰겠지?
아들. 엄마는 저 높은 하늘나라에서 너의 입대를 축하해주었을 것이다. 네가 훈련소 가는 것을 꼭 보겠다고 했는데 엄마의 자리에 엄마가 없었다. 그렇지만 마냥 어리게만 보였던 네가 성인이 다되어 국방의무를 마치기 위해 입대하는 너를 대견스러워 할 것이다. 너도 그렇겠지만 아빠는 이런 짧은 헤어짐은 더 많아도 견뎌 낼 수 있다.
논산으로 가는 차 안에서 고모가 눈이 많이 내리는 날 훈련소에 있는 아들이 너무 보고 싶어 ‘목소리 한 번만 들으면 살겠는데 그렇지 못해 많이 울었다’고 하는 말을 너도 들었지?
아들, 실감나지 않은 얘기였다. 우리는 영영 들을 수 없는 엄마 목소리를 한 번 들어보고 싶을 때가 얼마나 많았니. 그리고 엄마를 생각하며 또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냐. 이별의 아픔에 가슴 시린데, 올 겨울 찬바람은 더욱 차갑게 우리 가슴을 헤집고 들어왔다. 그래서 우리는 이런 짧은 이별 앞에 눈물을 보이지 않기로 했잖아.
네 동생 예진이가 너의 빈 자리를 크게 느끼는 것 같다. 아직 엄마의 빈 자리가 채워지지 않은 것도 있지만 네가 유별나게 챙겨주고 예뻐해서 그럴 거다. 학교 갔다 와서 습관적으로 너의 방문을 열어 보는 것을 할머니가 보셨단다. 그런데 그것은 잠시 일 게다. 네가 알다시피 예진에게 강한 의지가 있잖아. 간호사관 학교에 진학하려면 더 열심히 공부해야 하는 것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