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콤 비정규직 천막농성장 강제 철거

직원·용역들 노동자 60여명 끌어내... 182일째 파업중

등록 2008.03.11 09:07수정 2008.03.12 09:06
0
원고료로 응원
play

용역에 끌려나고 경찰에 제압당한 코스콤 비정규직 노동자들 11일 오전 6시 40분경 서울 여의도 증권선물거래소 앞 ⓒ 문경미

▲ 용역에 끌려나고 경찰에 제압당한 코스콤 비정규직 노동자들 11일 오전 6시 40분경 서울 여의도 증권선물거래소 앞 ⓒ 문경미
[기사 보강 :  11일 오전 10시 50분]
 
 
a

부상당한 농성자가 병원으로 옮겨지고 있다. ⓒ 노동과세계 이기태 제공

부상당한 농성자가 병원으로 옮겨지고 있다. ⓒ 노동과세계 이기태 제공
a

부상당한 농성자가 피를 흘리며 바닥에 쓰러져 있다. ⓒ 노동과세계 이기태 제공

부상당한 농성자가 피를 흘리며 바닥에 쓰러져 있다. ⓒ 노동과세계 이기태 제공

서울 여의도 증권선물거래소 앞거리에서 차별 시정을 요구하며 182일째 파업 중이던 코스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천막농성장이 11일 오전 모두 강제 철거됐다. 또한 쇠사슬에 몸을 묶고 이를 저지하던 노동자들이 강제로 끌려 나가 많은 이들이 다쳤다.

 

영등포구청 직원과 용역 직원 150여명은 이날 오전 6시 45분 천막에 쇠사슬로 몸을 묶은 코스콤 비정규직 노동자 60여명을 모두 끌어낸 후, 천막농성장을 완전 철거했다. 이에 앞서 경찰 750여명은 오전 6시께 현장을 봉쇄하고, 연대하러 온 노동자들의 진입을 차단했다.

 

용역 직원들의 폭력적인 강제 진압... 비정규직 노동자 5명 병원 이송

 

용역 직원들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현장 밖으로 끌고 나가는 과정에서 5명의 노동자들이 병원에 실려 가는 등 폭력적인 상황이 연출됐다. 김아무개(40) 코스콤 비정규지부 사무국장은 어깨를 전혀 움직이는 못했고, 노동자 박아무개(27)씨는 허리를 다쳐 걷지도 못했다. 한 노동자는 코와 입술이 피범벅인 채로 병원으로 이송됐다.

 

용역 직원들 3~4명이 쇠사슬에 몸을 묶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1명씩을 끌어냈다. 넘어지는 노동자가 있을 경우, 다리만 잡고 강제로 끌고 갔다. 이 과정에서 많은 노동자들이 보도블록에 몸을 긁혔다.

 

특히, 여성 노동자들에게도 용역 직원들이 욕설을 내뱉고 강제로 밀쳐내는 등 폭력을 행사했다. 이뿐만 아니라 용역 직원들이 노동자들에게 침을 뱉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용역 직원들에 의해 끌려 나가던 정인열 코스콤 비정규지부 부지부장은 "불법 파견, 위장 도급을 자행한 코스콤에 대해서 당장 정부기관이 나서서 처벌하라"고 외쳤다.

 

그는 또한 "같은 사무실에서 같은 일 하는데, 정규직 연봉은 8000만원, 비정규직 연봉은 2000만원"이라며 "20년은 일해도 고용이 불안하고, 평생 비정규직으로 살아야할 우리 심정을 아는가"라고 소리쳤다.

 

하지만 경찰은 용역 직원들의 폭력은 애써 무시하면서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용역 직원에 강하게 반항하는 것에 대해서는 "폭력적인 노동자들은 모두 연행하라"고 외쳤다. 용역 직원들은 강제 진압 15분 만에 대부분의 코스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끌어냈고, 이후 천막 철거 작업이 진행됐다.

 

이날 철거 현장에서는 취재 기자들에 대한 폭력도 눈에 띄었다. 용역 직원들이 카메라를 든 취재 기자의 손을 때리기도 하고, 욕설을 내뱉기도 했다. 한 <한겨레신문> 기자는 용역 직원이 얼굴을 쳐 안경이 날아가고, 약간의 상처를 입었다.

 

민주노총 "이명박 정부에 대한 총투쟁 벌일 것"

 

a

한 농성자가 끌려 나오고 있다. ⓒ 노동과세계 이기태 제공

한 농성자가 끌려 나오고 있다. ⓒ 노동과세계 이기태 제공
a

여성농성자들이 쇠사슬로 천막에 몸을 묶은 채 저항하고 있다. ⓒ 노동과세계 이기태 제공

여성농성자들이 쇠사슬로 천막에 몸을 묶은 채 저항하고 있다. ⓒ 노동과세계 이기태 제공

천막이 모두 철거된 후, 코스콤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상급단체인 민주노총 사무금융연맹은 이날 오전 8시 20분 철거 현장 인근에서 강제 철거에 대해 항의하는 집회를 열었다. 민주노총은 "이명박 정부에 대한 총투쟁을 하겠다"고 밝혔다.

 

주 부위원장은 "참담하다,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이 잃어버린 10년이라고 했던 게 노동자 탄압이었냐"면서 "이 대통령 취임 한 달도 안 되어 민생행보에 나선 게 비정규직 노동자 폭력 탄압이었다"고 거세게 비판했다.

 

그는 이어 "이는 민주노총과 전면전을 선포한 것이고, 민주노총 죽이기에 첫걸음"이라며 "민주노총 총투쟁이 이곳 여의도에서 시작될 것이다, 민주노총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고 외쳤다.

 

정용건 민주노총 사무금융연맹 위원장은 "경제 불안과 사회 양극화를 해소하겠다는 이명박 정부는 출범 3주 만에 사회양극화의 극명한 현실을 보여주고 있는 비정규 노동자들의 처절한 몸부림을 알량한 법과 원칙을 들먹이며 철저하게 짓밟고만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민 성공시대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탄압으로 이뤄내려 한다면,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명박 정부의 비정규 해법이 폭력과 탄압이라면 우리는 이명박 정부 타도의 해법으로 투쟁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강종면 사무금융연맹 증권산업노조 위원장은 "인수위 방문이나 취임식 때, 비정규직 노동자라는 이유로 제지당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국민 취급 안 한다"고 했고, 이해삼 전 민주노동당 최고위원은 "용역깡패 동원해서 얼굴 긁힐 정도로 내동댕이치는 게 민주주의 사회인가"고 성토했다.

 

폭력적인 철거에 대한 대답 회피하는 코스콤과 영등포 구청

 

한편, 이날 폭력적인 철거와 관련, 윤홍식 코스콤 홍보팀장은 "저희가 요청한 게 아니고, 영등포 구청에서 봤을 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천막이 불법 가건물이라서 철거한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코스콤 사태 해결과 관련,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대화를 계속하고 있지만, 그쪽에서 우리가 받아들일 수 없는 정규직화만 요구하고 있어서 대화가 진척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영등포 구청 쪽은 폭력적인 철거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아직 상황이 끝나지 않았다, 이후 입장이 정리되는 대로 알려주겠다"고 밝혔다.

 

한편, 코스콤 비정규직 문제의 경우, 행정·입법·사법부가 모두 코스콤의 위장 도급을 지적하며, 노동자들과의 교섭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지만, 코스콤은 이를 거부하고 있다.

 

노동부는 지난해 10월 코스콤에 대해 불법파견 판정을 내렸고, 국회 역시 환경노동위원회 의원들이 같은 해 11월 국정감사 때 코스콤의 '위장 도급'을 지적했다.

 

또한 그해 12월 11일 서울남부지방법원은 고용·임금 등에 관해서는 판단을 유보한다면서도, 근로조건 개선과 관련된 부분에는 코스콤이 코스콤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해 사용자성이 있다고 판결하기도 했다.

 

코스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지난해 9월 12일부터 정규직 노동자들과의 차별 시정을 요구하며 증권선물거래소 1층 로비에서 파업을 벌였으며, 같은 달 20일부터는 그곳에서 쫓겨나 증권선물거래소 앞거리에서 천막을 치고 농성을 벌여왔다. 

 

a

한 용역직원이 저항하는 농성자를 무릎으로 누르고 있다. ⓒ 노동과세계 이기태 제공

한 용역직원이 저항하는 농성자를 무릎으로 누르고 있다. ⓒ 노동과세계 이기태 제공

 

 
2008.03.11 09:07 ⓒ 2008 OhmyNews
#코스콤 #코스콤 비정규직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AD

AD

AD

인기기사

  1. 1 샌디에이고에 부는 'K-아줌마' 돌풍, 심상치 않네
  2. 2 경찰서에서 고3 아들에 보낸 우편물의 전말
  3. 3 '25만원 지원' 효과? 이 나라에서 이미 효과가 검증되었다
  4. 4 하이브-민희진 사태, 결국 '이게' 문제였다
  5. 5 용산에 끌려가고 이승만에게 박해받은 이순신 종손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