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서 몰려든 자원봉사자들. 절망에 빠진 태안에 큰 힘이 됐다.
정대희
그러나 가슴 아픈 일도 많았다. 태안에서 생산되는 수산물의 반입이 금지되고 멀쩡한 농산물도 소비자에게 외면을 당했다. 또 연말 성수기 펜션과 횟집 등 관광업종의 예약이 완전 취소되는가 하면 그 이후로도 업소에는 사람의 그림자를 찾아보기 힘든 상황까지 이르렀다. 누군가의 말처럼 태안은 핵폭탄을 맞은 것보다 더 처참한 도시로 변했다.
주민들은 삶이 힘들어 세 명이나 고귀한 생명을 끊었다. 지금도 대다수의 주민들은 심각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물에 빠진 사람 지푸라기라도 잡는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태안 현장을 찾아오는 정부 관료와 정당인 등 고위층 인사들을 붙잡고 "태안을 살려달라"고 호소했다.
특히 피해구제에 관한 특별법 제정은 한편의 극적인 드라마였다. 50여차례의 건의와 17대 마지막 국회에서 특별법이 통과될 수 있도록 배수의 진을 친 결과 2월 22일 법률안이 통과되는 쾌거를 이루었다.
현재 태안군민들의 고통은 헤아리기조차 어려울 지경이다. 실의에 빠져있는 주민들의 상처를 치유하는 것은 국민들이 방제작업에서 보여주었던 뜨거운 관심과 사랑이다. 지속적으로 주민들의 상처와 상실감을 어루만져 주었으면 한다.
국민에게 진 빚, 꼭 갚겠습니다최근 많은 분들이 태안 경제살리기 운동에 참여하고 있고, 관광객들도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태안에서 잡히는 수산물도 안전성검사를 거쳐 판매되기 때문에 아무 문제없이 먹을 수 있다.
끝으로 유류유출 사고 100일에 즈음하여 13일 내일 태안군 전공무원과 군의원, 자원봉사자 등이 한 장소에 모여 방제작업을 실시하고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려 한다. 희망을 잃지 않고 일어서겠다는 의지다. 앞으로 우리는 재해·재난현장 어느 곳이든지 단숨에 달려가서 국민에게 진 빚을 갚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이제 태안반도는 빠르게 예전 모습을 되찾아 가고 있다. 자원봉사자들의 손길이 거쳐간 해변마다 검은 모래, 검은 자갈이 하얗게 바뀌고 있다. 절망의 검은 바다를 희망의 바다로 바꿔놓고 있는 현장을 보면서 대한민국이 자랑스럽게 느껴진다. 정말 '사람이 희망'이라는 사실을 이번 기름유출 사고를 통해 깨달았다.
고맙습니다. 국민여러분! 그리고 태안을 찾아주신 100만 자원봉사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모든 시민은 기자다!" 오마이뉴스 편집부의 뉴스 아이디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