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정권 인사 나가라면서 '철새'는 왜 받냐"

한나라당 논란 가열... 인명진 "철새 5명 공천 따라 사퇴할 수도"

등록 2008.03.13 16:02수정 2008.03.13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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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인명진 한나라당 윤리위원장(자료사진).

인명진 한나라당 윤리위원장(자료사진). ⓒ 유성호

인명진 한나라당 윤리위원장(자료사진). ⓒ 유성호

한나라당이 노무현 정부에서 임명된 기관장들의 중도 사퇴를 연일 요구하면서 이른바 '철새' 정치인들의 공천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엄연히 임기가 보장된 기관장들에게는 물러나라고 하면서 슬그머니 말을 바꿔 타려는 '철새'들을 버젓이 공천하는 것은 모순이 아니냐는 것이다. 

 

인명진 한나라당 윤리위원장은 13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한나라당 공천이 내정된 김택기(강원 태백·영월·평창·정선), 박상은(인천 중·동·옹진), 이현재(경기 하남), 정덕구(충남 당진), 최종찬(경기 안양동안갑)씨와 이학재 (인천 서·강화갑)씨를 거론하며 이들에 대한 공천 철회를 촉구했다.

 

박상은씨는 2002년 인천시장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전력이 있고, 김택기씨와 정덕구씨는 열린우리당 의원, 최종찬씨와 이현재씨는 노무현 정부의 건설교통부 장관과 중소기업청장을 각각 지냈다.

 

"노무현 정권에서 임명된 '국정파탄세력'들은 사퇴해야 한다"며 당 지도부가 일부 기관장들의 거취 문제를 정치쟁점으로 만들고 있는 와중에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관료출신 인사들에게 공천을 주는 것도 '모순'이라는 비판을 받을 만하다.

 

특히 김택기씨는 1993년 '국회 노동위 돈봉투 사건'으로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고, 이학재씨는 95년 구의원 선거에서 금품제공 혐의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은 비리 전력까지 있다. 부정부패 사건 관련 금고형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은 사람들은 당헌 당규상 공직후보 추천을 받을 수 없는 데도 당 공심위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을 내렸다는 얘기가 된다.

 

안상수 "노 정권 사람들이 무조건 계속할 수 없다는 것은 아니다"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이러한 비판을 의식한 듯 13일 오전 주요당직자회의에서 "과거 노무현 정권의 사람들은 무조건 계속 할 수 없다는 것은 아니다. 국정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서 능력과 이념이 맞는 사람들이 해야 된다는 얘기"라고 해명했다. 이는 "구여권 출신 중에서 능력 있고 한나라당과도 이념이 맞는 사람들을 추려내 공천을 주게 됐다"는 설명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러나 인 위원장은 "과거의 국정파탄 세력에게 다 물러가라고 해놓고 그들 중 일부에 대해서는 왜 국회의원 공천을 하는 지 국민들이 어리둥절하지 않겠느냐"며 "이들의 공천은 정치도의상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한나라당이 설령 인 위원장의 이같은 지적을 받아들인다고 해도 '정치철새'를 판별하는 당의 기준이 여전히 자의적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한나라당 현역 의원 중에도 2002년 지자체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했다가 2004년 총선에서 한나라당으로 나와 당선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유정복 의원이 그렇다. 박상은씨의 2002년 행적이 공천을 받을 수 없을 정도로 문제가 된다면 유 의원의 공천권도 재론될 만하지만 당내에서 이를 지적하는 사람은 전혀 없다.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11일 국회 한나라당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주요당직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11일 국회 한나라당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주요당직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유성호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11일 국회 한나라당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주요당직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유성호

어떤 의미에서는, 한나라당이 여당에 몸 담았던 사람들을 받아들이는 기준을 명확히 마련해두지 못한 것이 오늘날의 논란을 촉발시킨 셈이다. 인 위원장은 "현지 당원들이 윤리위에 보내온 진정서를 확인한 후 이런 의견을 발표하게 됐다. 그러나 전수 조사를 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타 지역의 사례는 미처 몰랐다"고 답했다.

 

인 위원장은 "지난 번 공천관련 당규가 논란이 됐을 때도 위원장직을 그만두려고 했지만 주변의 만류로 뜻을 접었다"며 "그런데도 비슷한 일이 계속되니 이제 그만둘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마음이 왔다갔다한다"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인 위원장은 "17대 총선에 이어 18대 총선에서도 일부 공심위원이 비례대표 상위순번을 부여받으려는 움직임이 있다"며 "절대 안 된다는 법은 없지만, 공천 심사를 하는 자리에 나간 분이라면 욕심을 버려야 하지 않을까? 국민들이 곱게 보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를 덧붙였다.

 

조갑제도 '철새 공천' 비판... "원칙을 애매하게 하는 지도자는 몰락한다"

 

보수논객 조갑제씨도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이명박 대통령이 외교·통일·국방장관과 국정원장 등 안보 사령탑의 자리에 노무현 정권 시절의 요직자를 골라서 앉히더니 국회의원 지역구 공천에서도 노무현 좌파정권을 위해 봉사했던 사람들을 많이 선택했다"며 "한나라당은 노무현 정권 때 애국투쟁을 했던 사람보다도 정권에 봉사했던 사람들을 더 많이 공천한 것 같다고 꼬집었다.

 

조씨는 "(대통령의) '이념을 넘어서 실용'이란 말이 '우파를 넘어서 중도좌파로'를 의미하는 것 같기도 하다"며 "조직의 이념과 정체성, 원칙을 애매하게 하는 지도자는 여론의 지지를 잃으면 반드시 몰락한다"고 경고했다.

2008.03.13 16:02ⓒ 2008 OhmyNews
#인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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