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교육으로 가정 행복 키워요!

마포구 건강가정지원센터 결혼이민자 한글교실

등록 2008.03.13 20:05수정 2008.03.17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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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받아쓰기 너무 어려워요 결혼으로 낯선 한국에 온 이들에게 한국어교육은 삶의 질을 좌우할만큼 중요한 일이다.

받아쓰기 너무 어려워요 결혼으로 낯선 한국에 온 이들에게 한국어교육은 삶의 질을 좌우할만큼 중요한 일이다. ⓒ 김은희

▲ 받아쓰기 너무 어려워요 결혼으로 낯선 한국에 온 이들에게 한국어교육은 삶의 질을 좌우할만큼 중요한 일이다. ⓒ 김은희

"이제부터 받아쓰기 시험 볼 거예요. 옆 사람 보지 말고 하세요! 이번 역은 합정역입니다."

 

연필을 꽉 쥐고 입으로 발음을 내어 보기도 하고 옆 사람에게 물어보며 받아쓰기를 하는 모습이 꼭 초등학생 같다. 혹 선생님이 긴 문장이라도 부르면 "어려워요!" "선생님 천천히!"를 외치며 여기저기서 원성이 높다.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이 되면 홀트아동복지회가 운영하는 마포구 건강가정지원센터에 한글을 배우러 오는 결혼이민자여성들을 만날 수 있다. 마포구 건강가정지원센터는 특화프로그램으로 지난해 5월부터 한글교실을 시작하여 14명의 졸업생을 배출했으며 지금은 15여명이 배우고 있다. 처음 한글교실을 열 때는 관련기관 여러 곳에 문의해 수강생을 모아야 했지만 이제는 소문을 타고 멀리서도 찾아오고 있단다.


결혼이민자여성들의 한국문화 적응을 어렵게 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언어'란다. 한글을 모르기 때문에 남편이나 시어머니, 심지어 자녀와도 원활한 소통을 할 수 없어 '벙어리 냉가슴 앓듯' 해야 한다. 필리핀에서 온 티나(가명)씨는 6살 아이가 뭘 물어오면 "아빠한테 물어봐! 엄마 몰라~"라며 답을 회피한단다.

 

이런 가슴앓이를 해 왔던 이들이었으니 한글교실에 오면 삼삼오오 같은 언어끼리 모여 그야말로 참았던 속내를 한바탕 털어내기 바쁘다. 한글교실은 한글을 가르쳐 줄 뿐만 아니라 그들의 마음까지도 위로받는 곳이 된 듯 보였다.


"처음에 한국에 왔을 때 힘들었었어요. 한국어를 몰라서 이야기하고 싶어도 못해서 울었어요. 집에 혼자 있어서 남편이 매일 전화해서 위로해 줬어요."

 

한국에 온 지 이제 일 년이 된다는 에니(가명, 중국)씨는 시집 온 후로 매일 친정에 전화해 한 달 전화비가 30만원에 이른 적도 있다고. 농촌에 비해 서울 등 대도시에 거주하는 결혼이민자여성들은 그 수가 적고 거주하는 지역도 분산되어 있어 결혼이민자여성들이 필요한 정보를 찾거나 복지를 제공받기가 어렵다.

 

남편, 가족들의 도움 절실해

 

a 한글 열심히 배울게요 한글교실에 참가한 결혼이민자여성들

한글 열심히 배울게요 한글교실에 참가한 결혼이민자여성들 ⓒ 김은희

▲ 한글 열심히 배울게요 한글교실에 참가한 결혼이민자여성들 ⓒ 김은희

 

"남편들이 한국에 대해서 알도록 도와주지 않는다는 것이 아쉬워요."

 

한글교실 자원봉사자 임성경씨는 결혼이민자여성들에게만 한글을 배우고 한국 문화에 적응하라고 말하는 것은 억지라며 적어도 남편이나 가족들도 결혼이민자여성들의 언어와 풍습을 배우며 함께 노력한다면 이들의 한국사회 적응은 더 빨리 이룰 수 있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이민자여성들에게 물어보니 남편이 한글을 가르쳐 준 경우가 거의 없다고 했다. 한글은 이들이 한국에서 살기 위해 필수적으로 배워야 하지만 배울 곳이 없었다는 이야기다.


한국 생활이 9년차인 마리인(필리핀, 가명)씨도 한글을 읽지 못해 거의 집 밖 외출은 하지 않았단다. 올해 첫째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는데도 준비물을 챙겨주기가 어렵게 느껴진다고. 마리인씨 경우는 남편이 부정기적인 노동일로 생계 또한 어려움을 겪고 있어 한글교실을 수료하면 일을 시작하고 싶다는 말에 눈물이 맺혔다. 타국생활, 그것도 생면부지인 사람들 틈에 생활고까지 그 눈물 속에 그간의 '애로(隘路)'가 비쳐 보였다.


결혼 초기는 성장배경이 서로 다른 두 남녀가 만나 한 가족을 형성하는 과정이므로 높은 수준의 조정과 협력이 요구되는 시기로 많은 학자들은 결혼초기 배우자 간의 상호적응이 얼마나 잘 되느냐에 따라 부부 관계의 성공 여부가 좌우된다고 말한다. 결혼이민자여성들의 결혼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라도 한글 교육이 꼭 필요한 이유가 아닐까.

 

마포구 건강가정지원센터는 결혼이민자여성들을 위한 한글 교실뿐 아니라 문화 적응을 돕기 위해 지난해부터 요리교실과 문화체험(고궁, 관광지 탐방 등)도 병행하고 있다. 또한, 가정조사를 통해 심리및 정서적인 지원도 도울 계획이다.

덧붙이는 글 | 홀트아동복지회는 마포구 건강가정지원센터, 춘천시 결혼이민자가정지원센터를 운영해 국내 거주하는 결혼이민자가족들과 자녀들을 돕고 있으며 이 기사는 홀트아동복지회 사보 '홀트소식' 3월호에도 게재되었습니다. (www.holt.or.kr)

2008.03.13 20:05ⓒ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홀트아동복지회는 마포구 건강가정지원센터, 춘천시 결혼이민자가정지원센터를 운영해 국내 거주하는 결혼이민자가족들과 자녀들을 돕고 있으며 이 기사는 홀트아동복지회 사보 '홀트소식' 3월호에도 게재되었습니다. (www.holt.or.kr)
#결혼이민자 #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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