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바람꽃 피는 숲에 가득한 봄 기운

[달팽이가 만난 우리꽃 이야기 166] 너도바람꽃

등록 2008.03.15 15:15수정 2008.03.15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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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바람꽃 살포시 꽃몽우리들이 피어나고 있다. ⓒ 김민수

▲ 너도바람꽃 살포시 꽃몽우리들이 피어나고 있다. ⓒ 김민수
 
따스한 봄 햇살에 꽃이 활짝 웃으며 화답하는 봄이 왔다.
 
지난 주만 해도 싹도 찾을 수 없었는데 일주일 사이에 싹을 내고 꽃을 피운 기특한 '너도바람꽃'이 드디어 화들짝 피어났다.
 
봄, 이제 정말 봄이구나.
 
풀꽃다운 풀꽃, 단 한 번 보는 사람이라도 절대로 잡초라고 부르지 않을만큼 흔하지 않으면서도 그를 보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어김없이 고개 숙여 인사하는 예쁜 꽃이 '너도바람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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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바람꽃 숲 속의 작은 요정처럼 피어나는 너도바람꽃 ⓒ 김민수

▲ 너도바람꽃 숲 속의 작은 요정처럼 피어나는 너도바람꽃 ⓒ 김민수
 
모름지기 이런 풀꽃들이 피어나기 시작해야 봄이 제대로 온 것이다. 복수초, 변산바람꽃에 이어 피어나는 너도바람꽃은 '보춘화' 중에서는 상위권에 속하는 꽃이다. 간혹 그 사이에 노루귀가 끼어 들기도 하지만 아침 햇살에 막 피어나는 싱싱한 너도바람꽃과 눈맞춤을 하는 사람은 봄을 어지간히도 기다린 사람들이다.
 
작은 꽃이라 관심을 갖고 바라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꽃, 천천히 걷지 않으면 볼 수 없는 꽃, 아무데나 피어나지 않는 꽃이 너도바람꽃이니 풀꽃 중에서는 제법 대접을 받는 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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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바람꽃 혼자 피어나는 것보다 함께 있어 아름다운 꽃 ⓒ 김민수

▲ 너도바람꽃 혼자 피어나는 것보다 함께 있어 아름다운 꽃 ⓒ 김민수
 
꽃은 홀로 있어도 함께 있어도 아름답다.
 
홀로 있거나 함께 있어나 활짝 웃는 꽃의 마음을 가진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지독한 외로움 끝에 활짝 웃어본 사람, 그 사람은 꽃이 마음을 가진 사람이다. 그래서 그런 사람은 절망하는 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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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바람꽃 아, 이제 풀꽃들 맘껏 볼 수 있겠다. ⓒ 김민수

▲ 너도바람꽃 아, 이제 풀꽃들 맘껏 볼 수 있겠다. ⓒ 김민수
 
3년 전, 그 곳에 그들이 피어난다는 것을 알았다.
 
만주바람꽃에게 바통을 넘겨주고 씨앗을 맺고 있는 그들을 만나고는 내년 봄에는 꼭 만나야지 했다. 그러나 다음 해 제 때에 그 곳을 찾질 못했고, 그 곳을 찾았을 때에는 이미 작별을 고하고 있었다.
 
올해는 꼭 피어나기 시작할 때 만나고 싶었다.
 
지난 주에 그 곳을 갔을 때 새싹도 만나질 못하고 돌아서야 했다. 그러나 일주일 만에 찾은 오늘(15일) 오전 그 곳에서 그들은 "내년 봄에 만나!"한 약속을 지키려는 듯 막 피어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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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바람꽃 아직 숲은 낙엽의 갈색이지만 신록의 새싹으로 가득한 날이 올 것이다. ⓒ 김민수

▲ 너도바람꽃 아직 숲은 낙엽의 갈색이지만 신록의 새싹으로 가득한 날이 올 것이다. ⓒ 김민수
 
이전에도 너도바람꽃을 만나긴 했지만 이렇게 막 피어나기 시작한 것들을 만난 적은 없었다. 맑은 아침햇살과 따스한 봄바람까지 너도바람꽃과의 만남을 축복해 주는 듯 했다.
 
이 작은 풀꽃이 무엇이길래 이렇게 나에게 큰 기쁨을 주는지, 나는 그들을 보면서 희망을 노래하고, 그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쓰는지 다 알지는 못한다.
 
그냥, 좋다. 그냥 막 좋다. 그들만 보면 그냥 막 좋아서 내 마음에 나를 해치려는 나쁜 기운들이 다 사라져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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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바람꽃 홀로 있어도 활짝 웃는 꽃의 마음 ⓒ 김민수

▲ 너도바람꽃 홀로 있어도 활짝 웃는 꽃의 마음 ⓒ 김민수
 
사람들의 욕심으로 인해 지구상에서 사라지는 동식물의 종들이 늘어나고 있단다.
 
이 꽃은 봄에 일찍 피어나는 것으로 보아 열이 많은 꽃일터이다. 지구온난화가 가속화되면 이 꽃도 우리와 영영 작별을 할지도 모른다. 꽃들이 살 수 없는 세상에서 인간은 과연 얼마나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작은 들꽃, 새 한 마리, 곤충에 이르기까지 다 이유가 있어 존재하는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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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바람꽃 낙엽을 의지해 고개를 들고 세상을 바라보다. ⓒ 김민수

▲ 너도바람꽃 낙엽을 의지해 고개를 들고 세상을 바라보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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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바람꽃 막 피어나 세상을 바라보는 호기심 가득한 꽃 ⓒ 김민수

▲ 너도바람꽃 막 피어나 세상을 바라보는 호기심 가득한 꽃 ⓒ 김민수
 
그들을 위해 노래를 불러주고 시를 지어주지 못할 지언정, 그들의 삶을 뒤흔들어 버리는 일을 하지는 말아야 할 터인데 사람들이 가는 곳마다 그들의 절규하는 소리가 들려오는 듯하여 마음이 아프다.
 
그래도 그들은 절대로 스스로 절망하지 않는다. 스스로 좌절하지도 않는다. 자기 스스로 절망하고 좌절하는 것은 오직 인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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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바람꽃 숲, 가장 낮은 곳에서부터 작은 혁명은 시작되었다. ⓒ 김민수

▲ 너도바람꽃 숲, 가장 낮은 곳에서부터 작은 혁명은 시작되었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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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바람꽃 너도, 나도 바람꽃이다. ⓒ 김민수

▲ 너도바람꽃 너도, 나도 바람꽃이다. ⓒ 김민수
 
너도바람꽃이 피어나는 숲운 봄 기운으로 가득했다.
 
지금은 나목들의 잔가지 사이로 하늘이 훤히 보이는 텅 빈 숲이지만 작은 풀꽃들이 피어나고 씨앗을 맺을 즈음이면 그들을 위해 늦게 피어나던 키 큰 풀꽃들과 나무들도 새싹을 낼 것이다.
 
봄, 이제 봄은 더 이상 남녘땅의 이야기가 아니다.
 
여기도 봄이 왔다. 너도바람꽃이 숲을 휘휘 돌며 봄바람을 돌게 하니 겨우내 잠자던 풀꽃들이 하나 둘 기지개를 켠다. 이 따스한 봄이 온 누리에 가득하길.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카페<달팽이 목사님의 들꽃교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8.03.15 15:15 ⓒ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다음카페<달팽이 목사님의 들꽃교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너도바람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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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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