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넓은 초원이 하늘과 맞닿아있다
맛객
아득한 지평선, 끝없이 펼쳐진 광활한 평원은 흑백사진을 보듯 생기라곤 찾을 길 없다. 잡초조차 자라기 버거울 황량한 저곳에서 양들은 한가롭기 그지없다. 양떼를 돌보는 목동은 지구 곳곳에서 기후변화가 가속도를 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나 있을까?
끝없이 이어질 것만 같은 평원도 시간이 지날수록 서서히 그 모습을 달리한다. 풀 한 포기 없는 민둥산을 굽이돌면서 인공적인 시설물 하나 없는 사막을 지날 땐, 저곳이 지구의 미래가 아닐까 하는 암울한 생각마저 든다.
저 멀리 초원에서는 서쪽을 향해 절을 하는 사람도 보인다. 이슬람교를 믿는 사람들일 것이다. 밤 9시가 넘어서자 낯선 풍경들도 어둠 속으로 숨어든다. 나도 노곤한 몸을 좁다란 침대에 의지했다. 내가 잠들었을 때 기차는 칭하이호를 지났을 것이다. 며칠 후 란저우에서 둔황으로 가는 비행기에서 칭하이호를 보고 특파원에게 말했다.
“바다가 있네요.”“바다? 이곳에 바다가 있을 리 없는데?”그러고 보니 왼쪽은 바다인데 오른쪽은 육지였다. 알고 보니 그게 칭하이호였던 것이다. 칭하이호는 그 정도로 넓은 호수였다. 비행기에서 봐도 바다처럼 수평선만 보일 정도로.
세계 철도사의 기적, 칭짱철도

▲ 민둥산에 아침해가 밝아온다
맛객
다음날 아침, 차창 밖 풍경은 전날과 사뭇 달랐다. 눈 쌓인 쿤룬산맥이 기차와는 초원을 사이에 두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었다. 자연은 자연적일 때 가장 위대하다는 단순한 진리를 웅장한 쿤룬산맥을 통해 되새겨본다.
침대 2,3층에 있던 사람들도 내려와 1층 침대 일부분을 차지한다. 남자와 그의 조카, 조카의 부인인 이들은 일년에 두 번, 고향 감수성 천수를 찾는다고 한다. 명절을 쇠러 한 번 가고 5월에는 보리를 베러 간다고 한다. 그나마 지금은 칭짱철도 덕분에 하루 만에 가지만 그 전에는 2~3일씩 걸렸다고 한다.
아침을 컵라면으로 간단히 챙겼기에 점심은 식당칸을 이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고산증세가 웬만해서는 끄떡 않는 미각까지도 떨어뜨렸다. 그러나 언제 또 해발 4천미터 이상 되는 기차 안에서 설산을 감상하며 식사를 즐기겠는가. 해서 중국 사람들이 좋아한다는 잉어요리와 볶음 두어가지에 탕을 주문했다. 곁들이는 맥주 한 잔에 잠시 피곤함도 잊어본다.

▲ 눈이 쌓였다
맛객
해발 4159m인 옥주봉을 지나면서부터는 본격적으로 티베트 고원을 가파르게 상승했다. 동행이 건네준 초콜릿 봉지는 풍선처럼 부풀어져 있었다. 생수통도 빵빵해졌다. 낮아진 기압이 시각적으로 확인되는 순간이다.
산소 부족으로 인해 연신 하품만 나온다. 전날 부족하지 않게 잤는데도 졸음이 쏟아진다. 칭짱철도에서 가장 높은 구간에 위치한 탕구라산을 지날 땐 산소 호흡기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내 모습이 나약하게 보였을까? 옆자리의 부인이 소리 내 웃는다. 나도 없는 힘을 겨우 내서 따라 웃어주었다. 그리곤 쓰러지다시피 잠 속으로 빠져들었다.
잠시 눈을 붙이고 나자 기차도 숨을 고르는 듯 속도를 줄인다. 시야에 널다란 호수 차나호가 들어온다. 이곳의 높이는 해발 4594m에 넓이는 400평방킬로미터에 달한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담수호라고 한다. 기차가 잠시 정차한 차나호역은 칭짱철도 구간에서 유일하게 호숫가에 세운 역이다. 호수와 산맥이 어우러진 이 구간은 칭짱철도 전구간에서 가장 아름다운 절경을 자랑한다고 한다.

▲ 나무 한그루 없는 황량한 곳에서도 사람은 살고 있다
맛객
해가 저물기 시작하자 초원에서 하루를 보낸 양과 야크떼가 집으로 돌아오고 있다. 목동이 그 뒤를 따른다. 가축과 하루 종일 초원에서 생활하는 그들은 인생이 무료하진 않을까? 그건 우리들 입장에서 생각일 터. 그들은 우리를 보면서 뭘 그리 바쁘게들 사셔?라고 생각하면서 도시인의 삶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밤에 출발했던 기차는 또 다시 밤이 되었는데도 달리고 있다. 종착역인 라싸역까지는 아직도 2시간을 더 달려야 한다. 하지만 원체 먼 거리를 달려왔기에 벌써부터 내릴 채비를 하는 사람도 있다. 나도 짐을 하나씩 챙겨본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좀이 쑤셔 견디기 곤혹스러우니까.
라싸역에는 20일 밤 10시경 발을 디뎠다. 역사를 빠져 나오자 청아한 공기가 먼저 맞는다. 그래도 고원도시 아닌가. 귀가 막막하다. 숨쉬기도 버겁고 약간의 어지럼증도 있다. 라싸 시내를 품고 있는 산들은 밤인데도 흰색이 선명하다.
마중 나온 가이드의 말에 따르면 우리가 도착하기 반나절 전까지 폭설이 내렸다고 한다. 티벳은 눈이 잘 내리지 않는데, 이런 폭설은 가이드가 티벳에 머문 5년여 동안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한다. 아마도 중국 서북부지역을 강타했던 폭설이 티벳까지 영향을 미친 듯하다. 아무튼 티벳에 왔다. 여기는 티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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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칭짱철도를 타다 ⓒ 맛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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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짱철도, 평균 해발 4000m 하늘길을 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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