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남도와 창원시가 ‘천연기념물의 천국’인 주남저수지에 탐방시설 공사를 강행하자 환경단체가 ‘발끈’하고 나섰다.
마산창원진해환경운동연합(이하 마창진환경연합)은 15일 경남 창원시 동읍 주남저수지 제방 위에서 공사를 벌이고 있는 현장을 확인한 뒤, 16일 “람사르총회를 앞두고 주남저수지를 제물로 삼다니”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통해 “창원시와 경남도는 세계적 망신을 자처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주남저수지 탐방시설 조성사업’은 주남저수지 일원에 들어설 각종 시설을 말한다. 창원시는 “습지생태계 보전과 람사르총회 개최도시로서 환경수도의 이미지 제고”와 “생태탐방·학습시설 개선으로 생태관광지 활용을 촉진하여 지역경제 기여와 지역주민에게 인센티브 제공” 등을 위해 이 사업이 필요하다고 설명.
총 76억원을 들여 이곳에 탐방로 1754m, 낙조대(솟대공원) 3769㎡, 장애인보도시설(주차장 404㎡, 진입로 45m)을 짓고, 학습관 1동(992.18㎡)을 신축하며 다른 1동은 개보수한다. 또 탐조대(135.98㎡) 1동을 개축하고, 상징물과 안내판도 새로 설치할 계획이다.
낙동강유역환경청과 창원시, 경상남도는 이곳의 탐방시설은 환경성 검토라는 법적인 조건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창원시는 지난해부터 사업에 들어갔으며, 철새들이 이동한 시기에 맞춰 최근 공사에 들어갔고, 오는 10월 말에 열리는 람사르총회 이전에 마무리할 예정이다.
환경단체 “반경 500m 내외의 시설은 모두 위협요소”
▲창원시는 76억원을 들여 주남저수지 일대에 각종 시서를 짓는다. 15일 주남저수지에서 비치된 공사 장비 모습.마창진환경운동연합
▲ 창원시는 76억원을 들여 주남저수지 일대에 각종 시서를 짓는다. 15일 주남저수지에서 비치된 공사 장비 모습.
ⓒ 마창진환경운동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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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창진환경연합은 지난해부터 탐방시설사업을 바꾸어 달라며 창원시에 건의서를 내기도 했으며, 지난 2월에는 환경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간담회를 열기도 했다. 하지만 공사가 강행되자 환경단체가 발끈하고 나선 것.
이 단체는 성명서를 통해 “가능한 감정적 언어사용은 자제하려 노력하였다. 하지만 최근 시작한 탐방로 공사 관련하여서는 공사취지와 시기 등을 고려하여 볼 때 도무지 용납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주말이면 여전히 주남저수지를 찾는 시민들이 많은 상황”이라며 “토요일인 15일에도 시민들의 안전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제방위에 굴삭기 두 대를 자랑스럽게 올려놓고 굉음을 울리며 제방 위를 뚫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또 “굴삭기의 굉음은 주남저수지를 서식지로 하는 생명들에게는 총소리와도 같은 것이다. 이런 공사현장을 목격한 시민이 환경운동연합에 제보를 하면서 ‘참 무식한 창원시 공무원’이라는 말이 공감된다”고 이 단체는 지적.
국제 환경전문가들도 습지에 탐방시설을 설치하는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연합 초청으로 지난 2월 주남저수지를 다녀간 나일무어스(버드라이프 회원)씨가 이같은 견해를 밝혔다는 것. 버드라이프는 람사르협약의 공식 파트너인 NGO단체다.
마창진환경연합은 “그는 ‘세계에서 일본과 한국만이 철새 서식지에 건물 짓고 나무다리 놓는다’며 ‘사람이 서있는 것 자체는 새로부터 반경 500m 내외는 모두 새에게는 위협요소이다. 그 위협요소가 동서남북으로 1개 지점이면 경계하고 두 개이면 도망가고 3개이면 날아가 버린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 “그는 ‘주남저수지에서 급한 것은 탐방로 설치가 아니라 주남저수지로 유입되고 있는 오수차단, 쓰레기투기, 폐기물 방치 등을 제거하는 것’이라며 ‘세계적으로 알려져 있는 주남저수지가 이토록 흉물스럽게 방치되어 있는 것에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고개를 절래 흔들었다”고 이 단체는 덧붙였다.
마창진환경연합은 “재두루미는 새 중에서도 큰 새이기 때문에 반경 500미터는 확보되어야 하는데 이번 탐방로 시설 중 낙조대의 위치는 재두루미가 잠자리와 채식지로 활용하였던 곳으로 그동안 일반적으로 사람이 많이 접근하였던 탐조 대와 주변 제방으로부터 노출되지 않았던 갈대밭 동쪽지점이어서 재두루미의 철새 서식에 직접적 영향을 주게 되었다”고 지적.
이 단체는 “공사의 규모가 환경성 검토의 조건에는 해당되지 않지만 물꿩이 번식하는 지역과 해오라기의 집단서식 지역, 재두루미의 잠자리와 채식 지역 노출 등의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라며 “서식지를 침탈하는 탐방시설에 대하여 규모만을 따진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2008.03.17 08:07 | ⓒ 2008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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