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가 저지른 대학살을 말한다

전재진 우키시마호폭침진상규명회 회장, 진상보고서 펴내

등록 2008.03.17 12:01수정 2008.03.17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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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키시마호폭침진상보고서인 '마그마'의 겉표지. ⓒ 윤평호

우키시마호폭침진상보고서인 '마그마'의 겉표지. ⓒ 윤평호
우키시마호폭침사건의 생생한 증언과 진실을 수록한 보고서가 출판됐다. <마그마>라는 제목으로 백산자료원에서 출판된 진상보고서의 부제는 '일본이 저지른 인간대학살'. 진상보고서는 지난 1993년부터 우키시마호폭침사건의 진상 규명에 매진하고 있는 한 사람의 손끝에서 탄생했다.
 

저자는 전재진(51․천안시 쌍용동) 우키시마호폭침진상규명회 회장. 전 회장은 지난 96년 <우키시마호폭침사건진상>이라는 단행본을 펴내며 한․일 양국 정부의 철저한 외면과 세인들의 무관심속에 잊혀진 우키시마호폭침사건의 실체를 국내에 처음으로 알렸다.

 

이후 전재진 회장은 한, 일 두 나라는 물론 홍콩과 북한까지 방문하며 우키시마호폭침사건의 진상 규명활동을 줄기차게 벌였다.

 

6백여쪽의 방대한 분량으로 출판된 <마그마>에는 15년의 진상규명활동에서 전 회장이 밝혀낸 우키시마호폭침사건의 진실, 그리고 피해자들의 생생한 증언이 담겨져 있다. 또한 현재도 진실을 부정한 채 사죄와 희생자 유해 반환, 배상금 지급 및 추모사업을 철저히 외면하고 있는 파렴치한 일본정부의 실상과 이를 묵과하는 한국정부의 태도도 낱낱이 고발되어 있다.

 

우키시마호폭침사건과 관련한 최대 역작인 이번 진상보고서와 관련해 그러나 저자는 아쉬움도 털어놨다.

 

전재진 회장은 "진상보고서를 내면서 승선자 수와 사망자 수를 확정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보고서에는 생존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조선인을 포함해 7천5백명에서 8천여명이 우키시마호에 승선했을 것이라 추산했고 희생자 수는 3천5백명에서 5천명 이상으로 집계했다.

 

전 회장은 "지금도 일본 마이즈루만 해저와 해병단 공터에는 조선인 희쟁자들의 유해가 남아있다"며 "진상보고서가 널리 활용되어 사건 해결에 기초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책 속에는 우키시마호폭침사건 한국인 피해자에 대한 실질적인 해결을 촉구하며 대한민국 대통령과 반기문 유엔총장에게 보내는 호소문도 실려 있다.

 

우키시마호폭침사건은 일본의 패방 직후인 1945년 8월24일 조선인 귀국선인 일본 해군 군함 우키시마호가 일본의 교토부 마이즈루만 시모사바가 해안 3백미터 지점에서 폭파 침몰당해 3천5백명에서 5천명 이상이 죽은 대학살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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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키시마호폭침사건진상보고서를 펴낸 전재진씨. ⓒ 윤평호

우키시마호폭침사건진상보고서를 펴낸 전재진씨. ⓒ 윤평호

-우키시마호폭침사건의 개요는?

"일본의 패망 직후 조선인 귀국선인 일본 해군 군함 우키시마호가 일본의 교토부 마이즈루만 시모사바가 해안 300미터 지점에서 폭파 침몰당하여 3,500명에서 5천명 이상이 죽은 사건이다. 이 사건은 지난 63년 동안 많은 의혹 속에서 논란만 지속되었을 뿐 피해자에게는 아무런 보상도 배상도 없습니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 지난 세월 동안 피해자에게 고통을 안겨주었다. 이 사건 해결에 한일 양국 정부는 눈을 딱 감고 있다."

 

-폭침사건의 배경은?

"먼저 왜 그토록 많은 조선인이 일본 아오모리현에 있게 되었는가를 확인해 보면 일본은 태평양전쟁을 저질러 놓고 그 전쟁 감행 수단으로 조선인을 대량으로 강제연행했다. 아오모리현 시모키타반도로 9천명 이상이 연행되었는데  패전 직후에 이 조선인을 의식했던 것이지요. 노예와 같이 참혹했던 강제노동에 울분으로 보복하지는 않을까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니 시모키타반도에서 다 없애버리자. 없애는 방법으로는 배에 태워 한꺼번에 내보내자는 것이었다. 또 하나는 일본군이 저지른 전쟁범죄를 미군에게 폭로할까 두려워 조선인을 내보내자고 했고, 또 하나는 강제노동에 시달렸던 비무장 상태의 조선인이 적으로 바뀐 것이다.  이처럼 보복설 폭로설, 적군설로 정리할 수 있다."

 

-우키시마호의 침몰 원인은

"미군이 투하한 기뢰가 아니고 일본 해군이 미리 장치한 폭발물이 터지면서 배가 가운데부터 꺾이며 침몰했다."

 

-마이즈루만 회항에 대한 견해는.

"우키시마호는 부산항이 아닌 원산항으로 갈 것도 검토했다는 설이 있는데 오미나토항을 빠져 나오면서 부산항도 원산항도 아닌 일본 본토 해안선 측방 3∼4km를 따라 남하했다. 부산이든 원산이든 직항로를 택했다면 8월 24일 오후 5시 이전에 일본 연안에 투하한 기뢰지역과 연합군의 통제지역을 완전히 벗어났을 것이므로 기 접수한 공문 내용과 관계없이 항해할 수 있었다. 지금도 일본 정부는 대해령 52호를 주장하면서 마이즈루만으로 들어간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해령 52호는  “항해중인 선박을 제외한 나머지 선박의 항해를 금지한다”는 것이었으므로 우키시마호처럼 이미 항해중인 선박은 부산을 향해 항해할 수 있었다."

 

-일본의 만행과 한국정부의 굴욕적 외교를 정리한다면?

"수없이 많은 만행을 이 자리에서 말하기는 시간이 너무 짧지만 분명한 것은 일본은 국가가 주도해 우리나라를 침략했고, 국가가 주도하여 우키시마호를 폭파했고, 국가가 주도하여 사건을 은폐, 조작, 회피해 왔다. 그런데 한국은 국가가 주도하여 우키시마호폭침사건을 해결하면 안되는 것인지 묻고 싶다. 더 큰 문제는 유골수습문제라고 본다. 역시 일본은 국가가 주도하여 우키시마호사건 희생자의 유골을 두 번 세 번 유기했다. 하지만 한국은 서해안 갯펄속에 있는 고려청자는 수십억원을 들여 꺼내 박물관까지 짓는다면서 우키시마호 희생자 유해 수습과 발국과 봉환은 국가가 주도하지 않는다."

 

-오늘날 일본의 입장은?

"일본은 계속해서 오만한 자세를 취할 것이다. 1989년 아키히토가 일왕으로 부임하면서 기미가요와 히노마루가 다시 고개를 쳐든 것은 침략자를 양산하겠다는 의미일 것이다. 30년만 대륙침략교육을 하면 일본 국민 대부분이 침략자로 되는 것이다. 우키시마호폭침사건이 한일기본조약으로 끝났다고 주장해 왔는데 절대로 끝날 수 없다는 국제법이 있다."

 

-진상규명회 입장은?

 "일본은 사건 발생 일주일만에 사건의 전모를 GHQ에 보고하면서 사건을 조작했고, 지금까지 은폐하고 회피해 왔으므로 절대 시인하지 않을 것이다. 또 GHQ는 명확한 사유없이 피해자들의 소를 일방적으로 기각했다. 그러므로 유엔이 정면에 나서서 일본에 우키시마호폭침사건진상조사단을 파견할 것을 촉구한다. 한편으로는 지금까지 본 진상규명회에서 조사는 끝났다. 더 이상 필요한 점이 있다면 일본 정부가 관련자료를 모두 공개하는 것이고 이를 피해자측에서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

 

-책의 내용은?

"지구상에서 일본제국침략주의와 목숨걸고 맨손으로 맞서 싸운 민족은 우리 민족 뿐이다. 앞으로도 일본의 대륙침략이 있을 때 우리민족이 막아야 한다는 역사적 사명을 이 책이 담고 있다. 우키시마호폭침사건은 단순히 배가 침몰하여 조선인이 죽었다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고 조선인 강제연행, 강제노동 실태를 알아야 하고, 우키시마호 출항과 항해의 문제점, 침몰원인이 규명돼야 하고, 사망자수를 명확히 해야 하며, 사후처리의 부당성이 낱낱이 밝혀져야 한다.그리고 최종적으로 일본 정부가 피해자에게 실질적인 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책을 낸 동기와 목적은.

"지난 60여년간 풍화될 뻔한 이 역사를 우리는 후대에게 물려줄 의무가 있다. 지금까지 역사는 권세의 꼭두각시였다는 것을 누구든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우키시마호폭침사건의 역사는 백성의 고통으로 만들어졌으므로 그 백성에게 돌려드리고자 한다."

 

-앞으로 계획은

"피해자와 유족이 동의하고 한국 정부가 이 사건을 해결하고자 하는 구조라면 저도 옆에서 끝까지 일본에 맞서 싸우겠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천안지역 주간신문인 천안신문 471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윤평호 기자의 블로그 주소는 http://blog.naver.com/cnsisa

2008.03.17 12:01 ⓒ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천안지역 주간신문인 천안신문 471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윤평호 기자의 블로그 주소는 http://blog.naver.com/cnsisa
#우키시마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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