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진리의 영역인가?

등록 2008.03.18 15:10수정 2008.03.18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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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와 진리> ⓒ 책세상

<정치와 진리> ⓒ 책세상

지금 여의도는 '공천 전쟁'을 치르고 있다. 공천을 받지 못한 사람 중에는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사람도 있다. 청와대와 정부 각료는 연일 지난 정부 코드로 임명된 기관장들은 빨리 퇴임하라고 압박을 넘어 협박까지 하고 있다. '정치'가 무엇이기에.

 

이 정치에 대해 아주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 사람이 있다. "정치는 진리의 영역인가?"라는  당돌하고 과격한 질문을 던진 이는 김선욱이다. 김선욱은 유대인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1906~1975)의 정치사상을 연구해온 소장 철학자로 다원주의·담화윤리·소통 개념·기독교와 정치 등을 주제론 한 논문을 통하여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다.

 

김선욱은 <정치와 진리>에서 아렌트의 학문적 성과를 기반으로 '정치는 진리의 영역인가,' '정치와 진리는 어떤 관계에 있는가'를 주제로 하여 정치란 무엇이며, 정치가 배태시킨 권력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그 정치권력이 사회적 합의를 어길 때 인민을 넘어 시민이 어떻게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지를 짧고 명료하게 썼다.

 

원래 '진리'란 종교와 철학이 든지는 질문이며 답할 수 있는 영역이다. 우리 나라뿐만 아니라 정치인들은 존경 받는 대상이 아니다. 그러기에 정치와 진리를 연관시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김선욱은 플라톤이 철학자가 국가를 통치하는 왕이 되거나, 통치자가 이미 있을 경우 이 통치자는 철학자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 것에 따라 철학자란 진리를 아는 사람이기에 전혀 타당성이 없지는 않다고 본다.

 

이 타당성은 현실에서 얼마나 적용이 가능할까? 이상과 소박한 소망에는 가능하지만 당리 당략, 일신의 이익, 지역주의를 통한 정치 행위가 벌어지고 있는 현 정치현실에서 '정치는 진리의 영역이 아니다'고 말한다.

 

사실 정치 진리 영역이 아닌 것이 더 낫다. 이유는 정치가 진리라면 절대적이며, 다른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진리와 맞물려 이기주의·지역주의·인기주의 그 사회에 적용된다면 끔찍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실 정치에서 자기 당, 철학에 맞지 않을 경우 일어난 비극은 많다.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정치와 진리 관계를 제대로 이해하고 정치란 무엇인가에 대한 진지한 질문과 답을 얻어야 한다.

 

"정치 현상의 가장 특징적인 모습이란, 정치는 인간적 현상이라는 것이다. 인간이 함께 모여 공동 생활을 영위함으로써 정치는 발생한다."(본문 21쪽)

 

동물 세계에서 정치가 존재하지 않는 이유는 물리적 힘과 욕구에서 나오는 갈등, 싸워서 이기고 자신의 욕구를 실현해가기 때문에 정치가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 세계도 갈등으로 점철되어 있지만 동물과 달리 물리적 힘과 욕구만이 아니라 말로써 행동을 조절하는 행동을 한다. 이것이 정치다. 동물은 힘이 아니고는 해결할 수 없지만 사람은 인간은 개체로서 서로 존중하고 존중받으면서 해결한다. 이것이 정치다.

 

또한 인간은 '복수(複數)'다. 한 개체, 한 개체가 다른 모습으로 존재한다. 이는 다양성이다. 다양성은 정치가 가지는 중요한 특징이다. 복수 인간이 다양성을 통하여 정치 행위를 하는데 이를 배격하고, 개성을 철저히 배제하고 정치적 이해 관계를 위해 자신의 상전에게 봉사하는 사람을 '주구(走狗)'라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곧 동물이라는 말이다.

 

"어떤 경우에도 한 인간이 다른 인간보다 우월하다거나 열등하다고 평가할 수 없다. '누구됨'의 차이가 어떤 특정한 상황에 서는 잘 기능하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만, '누구됨' 자체는 그저 다른 모습으로 존재할 뿐이다. '무엇됨'을 중심으로만 인간을 보는 것은 인간을 기능 중심으로 보는 것이며, 이는 인간의 가장 고유한 부분을 무시하는 것이다." (본문 26쪽)

 

우리나라 정치 현실은 다양성과 개체성을 배격하고, 정치 행위자가 각자의 정치 행위 자체를 당론이라는 이름으로 배제시키는 일을 자주 본다. 당론이 그 당의 정치철학과 정강과 다른데도 외부적 요인 때문에 각 정치 행위자를 당론으로 제약시키는 일이 있다. 그러므로 김선욱의 주장은 우리나라 정치 현실을 향한 지적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정치현실에서 다양한 언어행위를 통하여 토론의 장이 만들어지고, 다양한 의견 개진이 없는 현실을 보면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럼 정치는 말의 잔치가 아닌가? 이것은 정치를 말하는 가장 기본이라면 우리는 지금까지 너무나 먼 정치를 이해하고 있다.

 

우리는 마을 회관을 건축할 때, 핵을 가지고 논의할 때, 객관적 사실을 가지고 다양한 논의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인 정치적인 행위가 된다면 복잡하고 쉽게 결론을 내리기 힘들다. 정치적이라는 것은 객관적 사실만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사건과 사실을 각자의 철학을 통하여 말하고 묻고 논의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사적인 영역이 아니라 공론의 장에서 펼쳐야 한다. 우리는 이승만 독재, 군부 독재 시대에 밀실에서 이루어졌던 사적인 정치행위를 많이 보았다. 사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정치 행위를 우리는 논쟁과 토론을 통하여 공론화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다.

 

"따라서 사회적 문제와 정치적 문제는 서로 다른 문제로 사안별로 구분되는 것이기보다는 공적 영역에서 다루어지는 문제가 갖는 두 측면으로 이해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본문53쪽)

 

이 공론화를 위해서 시민 사회가 필요하다. 시민 사회는 다양한 방면에서 정치의 진보와 발전을 이끌어야 한다. 정치는 복수로 존재하는 인간 구성원들이 만들어가는 장이다. 시민은 연대하여 공동행위를 해야 한다. 이 공동 행위가 바로 진정한 권력의 근원이며, 법의 정당성의 근거가 된다고 한다.

 

이미 정치보다는 경제에 예속되어버린 시대이지만 정치란 인간 객체가 각자의 개성과 다양성을 통하여 논쟁과 토론, 합의를 이끌어내는 공론화를 통하여 사람이 사람다움을 발견해 가는 과정으로 다시 한 번 반추할 시대가 되었다.

덧붙이는 글 | <정치와 진리> 김선욱 지음 ㅣ 책세상 ㅣ 3,900원

2008.03.18 15:10 ⓒ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정치와 진리> 김선욱 지음 ㅣ 책세상 ㅣ 3,900원

정치와 진리

김선욱 지음,
책세상, 2001


#정치 #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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