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차질 1년', 부평에 '자전거도시' 밀알 심다

부평 자전거도시만들기운동본부 발족 1주년

등록 2008.03.19 10:23수정 2008.03.19 10:25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3월 22일은 부평을 자전거도시로 만들기 위해 매월 셋째 주 토요일마다 자전거 대행진을 시작한 ‘부평 자전거도시 만들기 운동본부’(이하 부평자전거도시운동본부)의 ‘잔차질’이 1주년을 맞이하는 날이다.


‘잔차질’은 자전거를 타는 행위를 뜻하는 말로 자전거 도시를 꿈꾸는 이들이 지어낸 말이다. 2007년 3월 17일 첫 페달을 밟기 시작했으니 꼬박 1년을 채운 셈이다. 부평자전거도시운동본부는 1주년에 맞춰 이달 22일 다양한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이에 1년간 부평자전거도시운동본부의 ‘잔차질’이 부평에 남긴 성과에 대해 짚어보고 앞으로 계획하고 있는 것들에 대해서도 정리해봤다. 아울러 1년 동안 단 한차례도 빠지지 않고 참여한 부평자전거도시만들기운동본부의 서경옥 운영위원님의 소회글도 같이 실었음을 밝혀둔다.<기자 주>

“저 사람들이 뭐하는 사람인지 우리도 안다”

a

자전거대행진 2007년 6월 4차 대행진. 인태연 운영위원장이 아들을 자전거 수레에 태우고 대행진에 참가해 눈길을 끌었다. ⓒ 김갑봉


부평자전거도시운동본부의 ‘잔차질’ 1년이 부평에 남긴 것 중 손꼽을 수 있는 것이 바로 “저 사람들이 뭐하는 사람인지 우리도 안다”라는 말로 표현 되는 ‘자전거도시’를 의제화 했다는 것이다.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가고 있는 고유가 시대, 에너지문제와 환경문제, 교통문제로 신음하는 도시의 대안이라 할 수 있는 ‘녹색교통’의 밀알을 심은 셈이다.

부평을 자전거도시로 만드는 운동은 도시의 지속 가능한 발전 측면에서 에너지문제의 해결과, 대기오염 등 환경문제 해결의 대안이 담겨 있다. 여기에 차 중심의 도시 공간 배치로 인해 단절된 삶을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도시를 마을공동체로서 기능하게 하려는 의미와 차보다 자전거, 자전거보다 보행자, 보행자보다 보행약자를 더 우선하는 철학이 배어있다.


자전거도시가 지닌 가치에 주목한 서울시는 종로 왕복 8차선을 6차선으로 줄여 인도와 자전거도로로 조성하고 중앙 두 차선은 버스전용차로로 이용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같은 행보는 부천, 창원 등 여러 도시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미 자전거도시에 주목한  네덜란드, 독일 등은 자전거의 교통수송분담률이 20~40%대에 이른다.

평지도시 부평, 자전거 전용도로가 없긴 하지만 여전히 도심 곳곳에서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고유가 탓인지 자전거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전보다 더 많아졌다. 부평자전거도시운동본부는 자전거를 이용하는 사람이 더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자전거를 이용하지 않는 사람이 자전거를 이용할 수 있도록 지금도 페달을 밟고 있다.


실태조사와 토론회...‘인천시 자전거조례’ 낳기도

a

부평을 자전거도시로 부평자전거도시만들기운동본부 회원들이 지난해 5월 부평구의 자전거도로와 거치대에 대한 실태조사에 앞서 '부평을 자전거 도시로'구호를 외치고 있다. ⓒ 김갑봉


부평자전거도시운동본부의 1년, 매달 이어진 12번의 자전거 대행진에는 연인원 600여명의 주민들이 참여했다. 학생부터 70대 노인에 이르기까지, 엠티비(MTB) 선수에서 주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계층의 시민들이 자전거 대행진에 참여했다.

부평자전거도시운동본부는 자전거대행진을 통해 시민들에게 자전거도시를 알려내는 캠페인을 전개했다. 아울러 자전거도시를 만들기 위해 부평의 자전거도로와 자전거주차장, 구청, 학교 등 공공시설에 대한 편의시설 실태조사, 자전거로 학교나 시장을 갈 때 겪는 어려움을 직접 조사했다.

또한 설문조사를 통해 자전거이용 현황이 어느 정도이며, 이용하지 않는 까닭에 대해서도 조사했다. 지자체가 나서 자전거도시를 만들어가고 있는 부천시나 창원시를 직접 견학하기도 했으며, 자전거이용 활성화를 위한 토론회를 열어 자전거도시로 가기 위한 정책을 제안하기도 했다.

부평자전거도시운동본부의 이러한 일련의 활동은 지난해 가을 인천시의 자전거조례 제정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인천에서도 자전거도시를 위한 첫 걸음이 시작된 것이다.

부평대로에 자전거전용도로 놓는 것이 목표

지난 1년이 부평자전거도시운동본부의 구심력을 갖추는 시간이었다면 앞으로 1년은 이를 바탕으로 원심력을 만드는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인태연 운영위원장은 “회원 확대 프로그램을 개발해 주민참여를 더욱 확대해 갈 것이다. 동시에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해 자전거도시에 담긴 철학을 공유하게 해야 한다”며 “또한, 지방자치단체와 외부단체와의 네트워크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지난해 인천에 자전거이용 활성화를 위한 조례가 탄생했다. 올해는 부평에 자전거 조례를 만들어야한다고 생각한다. 조례가 다는 아니지만 자전거도시로 가기 위한 출발점이다. 이를 위해 구 의회나 구청과의 네트워크도 필요하다. 지난 1년이 구심력을 갖추는 기간이었다면 앞으로는 구체화하기 위한 외연을 확대하는 기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평자전거도시운동본부가 출발할 때부터 목표는 부평대로에 자전거전용도로를 설치하는 것이다. 서울처럼 부평에서도 그와 같은 날을 볼 수 있는 날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이와 관련, 이광호 자전거도시운동본부 사무국장은 “자전거도시를 위해선 ‘거버넌스’의 역할이 중요하다. 관 주도 방식을 벗어나 시민참여형 방식.즉,  자전거도시를 만드는 과정은 시민과 시민단체, 지방정부, 지방의회가 하나의 ‘거버넌스’를 구성해 진행하는 방식으로 가야한다”고 말했다.

차 중심의 도로, 차 중심의 도시 공간을 사람 중심의 도시로 만들기 위한 13번째 ‘잔차질’은 오는 22일 3시 부평역 광장에서 다시 시작된다.

a

서경옥 갈산동에 사는 서경옥씨는 차대신 자전거를 선택했다. 그는 부평자전거도시만들기 운동본부 운영위원이기도 하다. ⓒ 김갑봉

매달 셋째 주 토요일 여기저기서  자전거를 탄 이들이 하나 둘씩 부평역 광장에 모이기 시작하는데, 반가운 얼굴이라, 만나면 서로의 안부를 묻고 차를 마시며 추위를 잠시 달래 보기도 한다.

부평자전거도시만들기운동본부에서 매달 실시하는 자전거 대행진은 이런 풍경으로 시작해서 세 발 자전거, 두 발 자전거, 캐리어 자전거, 싼 자전거, 비싼 자전거 등 각양각색의 자전거를 타고 역 광장을 출발, 경인고속도로 부평나들목까지 달리다가, 다시 부평공원까지 와서 준비해온 맛난 간식을 먹으며 뒤풀이 하는 것으로 끝난다.

지난해 3월 17일 ‘부평을 자전거 도시로!’를 외치며 첫 자전거 대행진을 시작했으니 벌써 12번째의 대행진을 하게됐다. 어찌 보면 행사 내용이 거창할 것도 없고, 말이 대행진이지 보통 30~40여명의 회원들이 그리 길지 않은 코스를, 그리 길지 않은 시간에 자전거를 타는 것이 전부다. 때문에, 보기에 따라서는 시시하고 보잘 것 없는 무리들의 단순한 움직임일 뿐이지만, 이런 평범한 행동들이 적어도 나에게는 세상을, 아니 부평을 보는 시선을 달라지게 만든 큰 계기가 됐다.

다니던 직장이 부천이었던 난 사실 몇 년 전만 해도 여러 가지 이유로 부평을 뜨고 싶었다.

부평에서 태어나 학창시절을 보냈고, 결혼한 이후로 지금까지 한 번도 부평을 떠나지 않고 살았지만, 부평을 떠나고자 할 때는 한 치의 아쉬움도  없었을 만큼 단호했는데, 어찌어찌 하다 그냥 주저앉게 되면서 만난 것이 부평자전거도시만들기운동본부였다.

지난 12번의 자전거 대행진을 비롯한 실태조사 참여, 자전거 활성화를 위한 토론회 참석 등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면서 조금씩 달라져 가는 나를 느낄 수 있었다. 짧은 거리를 이동할 때도 주로 승용차만 이용할 줄 알았던 내가 자전거를 타면서, 도로 위 강자의 위치에서 약자의 위치로 자연스럽게 바뀌었다. 대로는 물론 골목골목을 누비며, 내가 딛고 있는 터전에서 함께 사는 이웃들의 삶을 볼 수 있는 여유로운 시선도 갖게 된 것이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나는 부평을 떠나야 할, 떠나고 싶은 지역이 아닌, 보듬고 함께 가야 할, 살고 싶은 동네로 만들어야 할 부평으로 받아들이게 되었고, 그렇게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 대한 애정을 조금씩 키워나갈 줄 알게 된 것이다.

오는 3월 22일은 부평자전거도시만들기운동본부가 발족하고 활동을 시작한지 1년이 되는 날이다.
비록 이제 첫 돌이지만, 그동안의 활동 성과와 파급력, 인지도를 볼 때, 그 어떤 단체보다도 지역 안에서 존재감 있는 단체가 되었다.

단언컨대, 머지않아 부평은 주민의 자발적인 노력으로 자전거 전용도로를 만드는 첫 번째 도시가 될 것으로 믿으면서, 우리들의 참여와 노력들이결실 맺는 축제의 한마당을 펼치는 상상을 해본다.

부평대로에 자전거 전용도로가 완성되면  우린 그 다음엔 뭐하지?

/필자: 서경옥 부평자전거도시만들기운동본부 운영위원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부평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부평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자전거도시 #부평자전거도시만들기운동본부 #자전거도시 부평 #자전거대행진 #부평신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연봉 천만원 올려도 일할 사람이 없어요", 산단의 그림자
  2. 2 은퇴 후 돈 걱정 없는 사람, 고작 이 정도입니다
  3. 3 구강성교 처벌하던 나라의 대반전
  4. 4 왜 여자가 '집게 손'만 하면 잘리고 사과해야 할까
  5. 5 [단독] "문재인 전 대통령과 엮으려는 시도 있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