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가 또 말 바꿀까봐 불안했어요"

고려대 출교생들, 복학 결정되던 날

등록 2008.03.20 11:17수정 2008.03.20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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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점심시간, 출교생들이 고려대 정경관 후문앞에서 학생들에게 복학사실을 알리고 있다 ⓒ 이재덕

19일 점심시간, 출교생들이 고려대 정경관 후문앞에서 학생들에게 복학사실을 알리고 있다 ⓒ 이재덕
 
등록 마감 하루 앞두고 복학 결정
 
고려대 출교생들이 다시 학교로 돌아왔습니다. 서울중앙지법은 출교생들이 대학을 상대로 낸 퇴학처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이들의 징계를 효력정지시켰습니다. 고려대는 이에 따라 1학기 수강등록 마감 기간인 20일 이전에 이들에 대한 복학조치를 하기로 했습니다.(자세한 경위는 아래 관련기사를 참조 바랍니다.) 
 
이번 학기 등록금 마감일인 20일을 코앞에 두고 극적으로 그들이 돌아온게 된 것입니다. 한 출교생은 "며칠 전만해도 '퇴학효력정지 무조건 복학'이라고 외쳤는데 이렇게 갑자기 복학이 되니 학교로 돌아간다는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도 없었다"며 "아직도 어리둥절하다"고 합니다.
 
19일 오후 5시 30분쯤 출교자 천막을 찾았습니다. 강영만씨를 비롯한 몇몇 출교생들은 이날 밤 9시에 있을 축하기념파티를 준비하기 위해 외출을 하고, 출교생 주병준씨와 김지윤씨만이 천막 안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인터넷 카페에 자신들의 복학소식을 알리고 있던 김지윤(사회학과 03학번)씨는 "2년 만에 돌아가는 것인 만큼 학교생활도 더 열심히 해야겠다"라고 덧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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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0시 10분, 출교생들이 천막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내고 있다 ⓒ 이재덕

20일 0시 10분, 출교생들이 천막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내고 있다 ⓒ 이재덕

 

"이게 얼마나 잘된 일이냐?"

 

"부모님은 처음에는 잘 됐다고 하시면서도 학교에서 또 말을 바꿀까봐 불안해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학교에서 등록금도 내라고 하고 수강신청도 할 수 있게 되니깐 이젠 부모님이 어서 빨리 등록금 마련해야 겠다고 좋아하시더라고요. 2년 전보다 30만원이나 등록금이 올랐다며 농담섞어 투덜거리는 딸에게 '지금 그게 문제냐? 복학된 게 얼마나 잘된 일이냐?'면서 기뻐하셨어요."

 
 "어떤 강의를 신청했느냐"는 물음에 그녀는 "'비교사회학'과 '정치사회학'같은 과목들을 선택했다. 영어강의 어려울까봐 빼가면서 신청하느라 힘들었다"며  환하게 웃습니다.
 
19일 밤 9시, 고려대 학생들이 삼삼오오 천막 안으로 모여듭니다. 출교생들이 복학하는 것을 축하하기 위해서 입니다. 20일 오전 11시에 천막을 자체 철거하기로 했기 때문에 19일 밤이 천막에서 보내는 마지막 밤이 됩니다. 천막 안에 30명 정도가 모였습니다. 학내 지지 호소를 위해 며칠 전 만들어 놓았던 홍보용 포스터들은 바닥에 깔리고 그 위엔 맥주병과 안주거리들이 놓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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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막안에서 복학축하파티가 벌어지고 있다. 출교생 강영만(하얀모자쓴 이)씨는 이미 얼굴이 달아올랐다. ⓒ 이재덕

천막안에서 복학축하파티가 벌어지고 있다. 출교생 강영만(하얀모자쓴 이)씨는 이미 얼굴이 달아올랐다. ⓒ 이재덕
 
천막 안은 밤 깊도록 웃음꽃이 피어나고
 
"그동안 (학생증이 없어서) 도서관에 들어가고 싶어도 못 들어 갔는데 오늘 학생증을 다시 발급받아서 소원풀게 됐어요."
"그런데 앞으로는 네가 도서관에 안 가려고 하지 않을까?" (모두 웃음)
"야식시킬 때 '천막이요'하면 다들 알고 여기까지 배달해 줬는데. 이제 여기 천막 치우면 그분들 단골손님 하나 없어지는거 아냐?"
 
천막 안은 이렇게 농담도 오가고, 최근 불거진 '생쥐깡'이야기도 나옵니다. 물론 2년 전 출교징계를 받았을 때를 회상하는 사람들도 많았지요. 맥주로 목만 잠깐 축이러 천막 안으로 들어선 저는 자정이 넘어서야 천막을 나섰습니다. 
 
20일 새벽 1시, 아직도 천막 안은 시끌벅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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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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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교생 지지하는 ...
2008.03.20 11:17 ⓒ 2008 OhmyNews
#고려대 #출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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