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육군 공병단 세인트루이스 지부 홈페이지에서 캡쳐한 표.
김병기
650피트. 미터로 환산하면 195m다. 하지만 경부운하 찬성론자들은 17m폭의 5000톤급 배가 통과하려면 배폭의 1.5배인 23m만 확보하면 된다고 주장해왔다. 한국 상황을 좀 더 이야기해보자.
경부운하 통과 구간에 설치된 교량은 총 115개. 이중 경간장이 가장 넓은축에 속하는 가양대교가 140m이다. 반포대교는 24m, 양화대교는 35m이다. 경부운하 찬성론자들이 그토록 강조하고 있는 '선진국의 운하' 기준으로 재건축 교량을 계산하면 대체 몇 개의 교량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 교량 14개만 교체하면 된다는 경부운하 찬성론자들은 이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1시간에 1대꼴로 바지선 운행...컨테이너선은 없다우리 일행은 이날 2시간여 동안 2개의 바지선과 마주쳤다. 1시간에 1대꼴. 미국의 3대 내항이라는 화려한 수식과 현실은 이렇게 달랐다. 아니, 운하가 번성했던 시대와 철도-도로에 밀려 쇠락해가는 현재는 이렇게 다른 것이다. 그런데 왜 컨테이너선은 보이지 않을까? 강변에 정박한 배들이 온통 바지선인 것을 유심히 지켜본 박 부소장이 물었다.
"여긴 컨테이너선은 다니지 않습니다. 바지선만 다녀요. 컨테이너선은 뉴올리언즈에서 멤피스까지만 다닙니다."브라이언 존슨씨의 말이었다. 박 부소장과 나는 눈이 휘둥그레져서 다시 물었다. 왜 컨테이너선이 없는건가?
"컨테이너는 빨리 운반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곡물과 석탄 등은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이게 무슨 말인가. 경부운하 찬성론자들의 주장과 전혀 달랐다. 좀 더 부연설명하면 이렇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006년 10월 독일 마인-도나우 운하의 힐폴슈타인 갑문에 서서 제1공약으로 '경부운하'를 발표하면서 이를 통해 물류 혁명을 이루겠다고 강조했다. 당시 운하 찬성론자들이 제시한 물류혁명의 내용은 553km의 경부운하에 석탄과 석유, 유연탄 등을 실어나를 바지선을 띄워 도로 물동량을 분산하겠다는 것.
하지만 <오마이뉴스>가 석탄과 석유 등 벌크화물의 이동 경로를 추적해 경부운하와는 반대방향으로 진행된다는 사실을 보도하자 바지선이란 말은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다. 그 뒤 이명박 운하 찬성론자들이 주장한 것은 부산항에 내리는 컨테이너 물류를 운하를 통해 운송하겠다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