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원리 무시하는 '시장 친화적' 물가관리

'50개 품목 물가관리' 논란 증폭... 가격왜곡 등 부작용 커

등록 2008.03.20 20:32수정 2008.03.27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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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8월 자양동 골목시장을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이 상인들과 함께 국밥집을 찾았다. ⓒ 청와대 제공


이명박 대통령의 생활물가 관리 방식을 둘러싼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20일 청와대가 공공요금 동결을 포함한 서민생활안정 대책을 내놓았지만, 시장 원리를 무시한 물가 관리로 경제에 미치는 부작용이 클 것이라는 의견도 많다.

특히 정부가 직접 물가에 개입하면서, 시장 가격 자체가 크게 왜곡될 가능성이 크며, 실효성도 거의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따라서 재정적자 확대 등으로 나중엔 국민 부담만 커질 것이라는 비판이다.

청와대, 공공요금 동결... 50개 물가관리 품목도 선정

20일 오전 청와대에선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해 강만수 기획재정부장관과 전광우 금융위원장 등 경제관련 부처 장관 등이 총출동했다. 청와대는 최근 물가 오름세 등 경제상황을 점검하고, 서민생활의 안정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이번 자리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후 청와대가 내놓은 서민생활 안정 대책은 대중교통 요금 등 공공요금을 동결하겠다는 것이다. 이어 일부 품목의 부당한 가격 상승에 대해선 행정지도를 적극적으로 펼치겠다는 것도 재확인했다.

또 밀·옥수수·당밀·대두박·커피크림 원료 등을 포함한 곡물과 원자재·석유제품 등 모두 82개 품목에 대한 관세를 조기 인하하거나 세금을 0%로 하겠다고 밝혔다.

농축산물의 경우는 생산자와 소비자의 유통과정을 개선하고, 공급량을 확대하면서 가격 인상을 억제하기로 했다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수도권 중심으로 전,월세 가격 상승에 대한 대책으로는, 저소득 가구에 대한 낮은 금리의 전세자금 지원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공공요금의 경우 공기업의 경영합리화를 통해 가격인상 요인을 최대한 흡수할 것"이라며 "필요할 경우 지방자치단체에 재정 지원 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장친화적으로 물가 관리한다고?

논란이 많았던 '생필품 50개 물가관리 대상'은 아직도 전부 어떤 품목인지를 알 수 없다. 청와대는 50개란 숫자부터 내세웠다가 20일 뒤늦게 일부 품목을 내놓았다. 청와대 관계자가 이날 공개한 품목은 쌀을 포함 돼지고기·배추·무·마늘·계란·라면 등이다. 

이동관 대변인은 "서민생활 관련해 많이 인상됐거나 인상될 가능성이 있는 50개 품목을 통계청 자료에 근거해 잠정 선정했다"면서 "물가관리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소비자단체의 의견을 들어 내주에 확정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정부 차원의 물가 관리가 과거 개발독재식 가격통제 아니냐는 지적을 의식한 듯, 청와대는 '시장친화적' 물가관리임을 적극 설명했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예전엔 정부가 회사에 가격을 정하고 했지만, 지금은 그럴수 없다"면서 "가격 상승 요인을 분석해, 유통과정을 개선하거나, 수입 물량을 늘리는 등의 방법을 쓰는 것"이라고 말했다.

3월 8월 하나로마트를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 ⓒ 청와대 제공


하지만 정부가 특정 품목과 갯수를 정해서 관리를 하는 것 자체가 해당 기업 입장에선 부담으로 작용할수 밖에 없다. 라면을 비롯해 생필품 생산 업체들의 경우 정부의 간접적인 가격통제에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중견 업체인 A사의 임원은 "시장친화적으로 물건 값을 어떻게 관리하는지 잘 와닿지 않는다"면서 "50개 품목을 생산하는 기업들 입장에선 정부의 눈치를 볼수 밖에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어설픈 가격통제, 가격 왜곡 등 부작용 더 커

경제 전문가들은 정부의 공공요금 동결 뿐 아니라 50개 생필품 물가관리 등은 과거 70년대 가격통제식 발상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기업들 입장에선 정부의 물가관리로 인한 피해를 다른 제품 가격 상승으로 보전하려는 등 가격 왜곡 현상도 우려된다.

정태인 진보신당 서민지킴이본부장은 "사교육비를 증가시키는 교육정책 뿐 아니라 주택이나 의료부분에서 가격 상승이 뻔한 대책들이 나오고 있다"면서 "서민 불안이 가중되니까, 이명박 정부가 내놓은 것이 가격통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를 두고 "강둑을 무너뜨려놓고, 그 물을 바가지로 퍼내겠다는 발상"이라고 비꼬았다.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도 "공공요금 동결하고, 필요하면 지방자치 단체에 재정 지원을 한다고 하는데, 그 돈은 결국 국민 세금"이라며 "단기적인 처방에 급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생필품 생산 업체들은 정부 관리가 시작되기 전에 값을 미리 올릴수도 있고, 아니면 다른 제품 가격 상승을 통해 자신들의 손실을 보전할수도 있다"면서 "이같은 가격왜곡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들에게 돌아간다"고 지적했다.
#경제위기론 #물가관리 #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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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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