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에 맞아죽은 김경숙... 피가 더 필요한가

김경숙 열사 죽음 타살로 밝혀져... 이명박 정권, 독재적 발상 멈춰야

등록 2008.03.21 16:18수정 2008.03.21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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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79년 YH사태 당시 경찰이 신민당사에 농성중인 여공들을 끌어내고 있다.
지난 79년 YH사태 당시 경찰이 신민당사에 농성중인 여공들을 끌어내고 있다.


1979년 8월 9일부터 신민당사(당시 김영삼 총재) 4층 강당에서 농성을 벌이던 여성노동자들은 박정희 정권의 폭력적 공권력 투입에 짓밟혔다.

YH여성노동자들은 저임금, 장시간 노동, 배고픔 속에서도 힘겹게 노동했다. YH무역대표가 외화도피와 경영부실로 직장을 폐쇄하고 여성노동자 187명을 해고하자 이를 세상에 알리기 위해 야당당사에서 농성에 돌입했다.

그러나 유신정권은 8월 10일 밤 10시 청와대에서 김계원 비서실장의 주재하에 중앙정보부장 김재규, 정무 제1수석 유혁인 등이 참석한 연석회의에서 공권력 투입을 결정하고 박정희의 재가를 받아 8월 11일 새벽 2시 시행하였다.

그 과정에서 한 여성 노동자가 죽었다. 가난에 못 이겨 14살에 도시의 공장으로 나온 어린 여성노동자 김경숙 열사가 22살 나이에 국가폭력에 의해 숨진 것이다. 그리고 이 사건이 도화선이 되어 야당 총재 국회의원 제명, 부마항쟁, 10.26사건으로 이어지면서 유신정권은 몰락하였다.

경찰 "작전개시 30분전 동맥 끊고 투신자살"... 그러나

당시 사건 당시 경찰은 "김씨가 작전개시 30분전에 스스로 동맥을 끊고 4층 강당 건물 뒤편 주차장 쪽 창문 아래로 투신자살했다"고 발표했다.


오랫동안 가려져 있었던 진실은 30여년 만에 공권력에 의한 타살로 밝혀졌다.

지난 19일 진실화해위원회는 "김경숙씨는 손등에 직경 4㎝의 파이프 같은 둥근 관에 의한 상처를 입었고, 후두 정부를 모서리 진 물체로 가격당해 숨졌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부검기록, 서울시의 신민당사 주변 항공사진, 국가기록원의 청와대 의전일지 등 자료를 분석했다.


위원회 재조사 결과, 경찰 주장과 달리 시신에는 동맥을 절단한 흔적이 없으며 추락현장에 상처를 야기할 특정한 물체가 없었다.

당시 1200명의 진압부대가 곤봉 등 진압장구·벽돌·쇠파이프·의자 등 불법 장구를 사용하여 여성노동자, 신민당 의원, 당직자, 취재기자 등 100여명이 부상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사건 이후에도 정부는 이 사건의 책임을 YH여성노동자와 야당에 돌리고 도시산업선교회를 배후로 지목하였다. 제5공화국에서는 제3자 개입 금지조항을 신설했다. YH여성노동자들은 강제 귀향당했으며 감시와 블랙리스트 작성으로 취업을 제한받았다.

지난 30년 동안 죽은 독재자의 딸은 대통령에 도전하는 등 권력의 핵심에 있고 당시 기업가나 고위관료와 경찰은 여전히 권력과 부를 누리고 있다.

노무현 정권에서도 이어진 죽음... 아예 물리적 탄압 공언하는 이명박

21일 진실과화해위원회 앞에서 민주노총, '70년대민주노동운동 동지회' '민족민주열사 희생자 추모 단체연대회의' '전국민주유가족협의회' '민주화운동계승연대' '과거사청산범국민위원회' 기자회견을 열었다.

30여 년 동안 자식의 억울한 죽음을 가슴에 묻고 살아온 김경숙 열사의 어머니도 함께 했고 YH노조 지부장 출신의 최순영 민주노동당 의원도 거리로 나섰다.

이들은 "이제까지 국가 권력에 의해 벌어진 억울한 의문의 죽음에 대해 하루 빨리 진실을 규명하라"고 촉구했다. 또한 "동일방직노조 탄압, 청계피복·원풍모방·콘트롤데이터노조 등에 대한 탄압 사건의 진실을 밝혀라"고 요구했다.

김경숙 열사 사건은 과거의 일이 아니다. 지난 노무현 정권하에서도 노동자·농민들이 집회와 시위 과정에서 경찰 폭력에 맞아죽었다. 그리고 이제 이명박 정권은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법질서가 중요하다면서 경찰력을 동원한 물리적 탄압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 3월 19일 법무부장관은 "집회·시위 도중에 시위자 검거를 위해 정당한 공무집행에 대한 과감한 면책보장으로 적극적 공권력 행사를 독려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노동자·농민들이 집회와 시위를 할 수밖에 없는 원인을 제거하려는 것이 아니라 집회와 시위 자체를 차단하려는 전체주의적이고 독재적인 발상이다.

김경숙 열사가 죽어간 그 때로 역사를 되돌릴 수는 없는 일이다.
#타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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