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샘과 디에고.
문종성
샘과 나는 디에고가 자지 않고 칭얼대는 통에 함께 깊은 대화를 나누지 못하고 멕시코 인기 드라마인 패션(Pasion)을 시청했다. 이 드라마를 멕시코 들어올 때부터 봐왔는데 아마도 거의 모든 가게나 가정에서 이 드라마를 시청하는 것 같다.
이 드라마는 마지막 장면이 파노라마로 이어지는데 아주 인상적이다. 카메라 앵글 하나로 모든 출연진과 모든 배경을 이어가며 잡아내는 것이다. 전혀 새로운 시도였다.
음악 역시 익숙한 순환코드를 써서 귀에 착착 감기는 멜로디다. 배우들의 연기는 연극무대를 살짝 옮겨놓은 듯이 다소의 과장과 약간의 경직이 공존하는데 그런 액션이 바로 멕시코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연기력이 아닌가 싶다.
파일럿이 직업인 남자 주인공의 사랑이야기가 주를 이루는데 웬 키스 장면이 그리 많이 나오는지. 하지만 바람기가 다분해 보이는 반면에 근육질에 젠틀한 이미지는 여배우들을 항상 넘어 오게 만든다. 언어는 귀에 들어오지 않지만 내용은 눈으로 쏙쏙 들어와 재미있게 보는 드라마다. 우린 TV 드라마 시청으로 그날 밤의 교제를 대신했다.
다음 날 아침, 샘의 가족과 또 살짝 섭섭한 헤어짐의 인사를 나누고 길에 나왔다. 반복되는 만남과 이별 속에 이젠 적응도 되고 어느 정도 무덤덤해질만도 한데 막상 이런 장면 때마다 어쩔 수 없이 마음 한 편이 시린 건 날마다 새로운 감정이 밀려드는 혼자만의 여행의 특별한 감정 때문이 아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