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사지에서 만난 우리 국보

고달사지 석조 부도를 만나다

등록 2008.03.22 12:58수정 2008.03.22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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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사지 남한강 인근의 폐사지, 고달사지 ⓒ 김선호

▲ 폐사지 남한강 인근의 폐사지, 고달사지 ⓒ 김선호

한반도 대운하가 찬반 여론이 뜨겁다. 대통령후보 공약이었던 사업이 한동안 주춤하더니 총선을 맞춰 다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자연은 있는 그대로 지켜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개발로 인한 자연파괴가 불러오는 재앙을 우린 숱하게 지켜보았다. 이젠 자연을 둘러싼 환경에 대한 인식을 달리 해야 할 때가 아닐까?

 

쓰나미라는 자연재해 앞에서 우리 인간이 얼마나 무력한 존재였나, 자연의 존엄성에 대한 새삼스러운 자각이 들끌던 그때가 그리 오래 전의 일이 아니다. 가까이서는 난개발로 인한 홍수 피해가 해마다 되풀이되고 있다.

 

재산과 인명의 피해가 나고 나서야 우리 항상 '인재가 재해를 불렀다'라고 결론짓고 책임을 회피해 온 것은 아닌지 냉정히 되돌아 볼 일이다. 자연(自然)은, '스스로 그러하다'는 한자말이다. 스스로 그러하도록 우리는 지켜보고 보호해야 하는 입장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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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불좌 부처님은 간데 없고 홀로 남아 있는 석불좌 ⓒ 김선호

▲ 석불좌 부처님은 간데 없고 홀로 남아 있는 석불좌 ⓒ 김선호

여주는  한반도 운하가 건설되면 '여주갑문'이 생기는 남한강 상류다. 그 남한강 상류에 어쩌면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강하고 바로 보고 서 있는 절, 신륵사가 있다. 강과 마주보며 서 있는 신륵사를 한바퀴 돌고 찾아간 곳은 역시 남한강 인근의 고달사지.

 

폐사지다. 절터임을 확인할 수 있는 겨우 몇가지의 유물들이 덩그러니 놓여있다. 부서져 내리고 혹은 깨져 버렸으나 여즉 땅속에 박혀 있는 석축들로 인해 절의 규모를 짐작해 보건데 한눈으로 보아도 엄청난 규모다.

 

고달사지는 신라 경덕왕때(764년) 창건되고 고려시대에는 왕실의 비호를 받아 중건된  오래 된 절이다.  추정이 가능한 창건 연대에 비하면 언제 어떻게 폐사가 되었는지에 대한 자료가 없어 지금도 수수께기로 남아 있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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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계단 석조부도를 만나러 가는 돌계단 ⓒ 김선호

▲ 돌계단 석조부도를 만나러 가는 돌계단 ⓒ 김선호

언제인지,  발굴 작업이 있었다 하는데 지금은 방수용비닐만 씌여진 채 방치되어 있다. 군데군데 방수비닐이 씌여진 채 버려진 넓은 폐사지는 황량한 느낌이다. 그 가운데 귀부 및 이수만 남아 있는 탑비와 석불좌가  우뚝하니 서 있어 발길을 끈다. 절터 한가운데 있기 때문에 탑비(고달사 원종대사 혜진탑비 보물6호)와 석불좌(고달사지 석불좌 보물8호)를 보자면 한바퀴는 아니더라도 반 바퀴는 돌아가야 한다.

 

돌무더기와 석축 사이를 뚫고 가야 하지만, 이왕이면 봄볕 좋은 오늘 같은 날엔 이 황량한 폐사지를 한 바퀴쯤 도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폐사지 한가운데 서서 북동쪽을 바라보면 거기 부도 하나가 우뚝하다. 대한민국 국보 4호 '고달사지부도'다

 

일요일인데도 방문객이 거의 없어 한적하다. 고달사지 부도를 만나러 가는 돌계단이 단정한 멋을 풍긴다.  폐사지에서 받게 되는 쓸쓸함이 부도밭으로 향하는 돌계단에서 위안을 받는 느낌이다. 마침, 오후로 넘어가는 햇살이 풍성하게 내리는 중이다.  부도는 마지막 돌계단을 올라서자 마자 눈앞에 턱 하니 그 모습을 드러냈다.

 

부도를 본 첫 인상은 '무척 크다'이다.  국보 4호라는 걸 부도 옆에 서 있는 안내판을 보고 알았다. 얼마 전 국보 1호인 남대문은 불타 버린걸 목도했으니,  이 한적한 산자락 아래서 국보를  마주하는 마음이 새삼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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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조부도 국보 제4호인 고달사지 석조부도 ⓒ 김선호

▲ 석조부도 국보 제4호인 고달사지 석조부도 ⓒ 김선호

내가 좀 더 공부를 해서 심미안적 눈을 가진다면 좀 더 많은 것들을 보게 될 것을, 그저 석공의 피땀으로 빚어졌지, 싶은 조각상을 조금 더 세심하게 들여다보는 것으로 오늘 방문에 만족하고 다음을 기약한다.

 

나들이 하기에 더 없이 좋은 봄날이었건만 우리나라 국보 제4호를 보러 온 이를 딱 한번 마주했다. 중년의 부부였는데 그냥 폐사지만 둘러보았는지, 부도밭까지 걸음을 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인적이 드문 폐사지에서 만나는 이가 반갑기 그지없을 정도로 한적했다.

 

관리는 잘 되고 있는지도 의문이었다. 이 큰 석조부도를 누군가 가져갈 생각은 못 하겠지만 산 속 외진 곳을 홀로 지키고 있는 국보가 외롭고 쓸쓸해 보이는 것도 사실.

 

'우리 국보란다, 그것도 4번째 지정된 중요한 국가 보물이래' 돋을새김한 사천왕상과 구름을 타고 비상하는 4마리의 용이 섬세하게 조각된  석조부도를 한바퀴 돌아보며 아이들에게 주지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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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상 날아오를 듯 새겨진 비천상과 4마리의 용이 돋을새김된 부도 ⓒ 김선호

▲ 조각상 날아오를 듯 새겨진 비천상과 4마리의 용이 돋을새김된 부도 ⓒ 김선호

세계지도를 보면 우리 국토는 작은 편이다. 아기자기한 산새를 가진 우리 땅엔 거기에 걸맞는 문화유산이 생겨나기 마련일 것이다. 다만 우리가 가진 문화유산에 대한 자긍심이 있어야 할 것이고 지속적인 보호와 관리체계가 필요한 게 아닐 것인가.

 

누가 그랬던가, 우리나라는 국토자체가 문화유산이라고. 산과 강이 사람 사는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아름다운 지형이 곧 우리의 문화유산 아니겠는가. 한반도 운하를 만들면 안 되는 가장 중요한 이유다. '스스로 그러하도록' 자연을 자연스럽게 놓아두는 일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2008.03.22 12:58 ⓒ 2008 OhmyNews
#폐사지 #석조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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