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신문 단체구독이 바람직'? 속보이는 교장선생님들

서울교장회의 '3탕' 설문조사에 장단 맞춘 <조선><동아>

등록 2008.03.22 20:44수정 2008.03.23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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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면 한면 통째로 보도 <동아일보사>가 내는 <어린이동아>는 지난 19일치 1면을 통째로 내어 서울교장회의 설문 결과를 보도했다. ⓒ 동아일보PDF



'재탕'만 되도 뒷말이 나온다. 식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엔 '3탕'이다. 서울지역 '교장 선생님'들이 벌인 어린이신문 설문조사 얘기다.

서울초등교장회는 지난 18일 보도자료를 내어 "교장 30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어린이신문 학교 단체 구독 금지에 대해 '자율권 침해'라는 응답이 98%나 되었다"고 발표했다. 교장들 절대 다수가 학교의 집단 구독에 찬성하고 있다는 얘기다.

또 교장회는 학부모 300명을 조사했더니 96%가 단체 구독에 찬성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들이 조사한 대상은 학부모 일반이 아니라, 일부 학교의 학교운영위원장과 학부모 회장 이었다. 

'대문짝 보도' 나선 이해당사자들

다음날 아침, 이 내용을 마치 '새소식'인양 크게 보도한 신문은 <조선일보><동아일보><한국일보>다. 이 세 신문사는 모두 <소년조선일보><어린이동아><소년한국일보>를 내는 곳이다. 물론 앞의 세 어린이신문 또한 약속이라도 한듯 '대문짝 보도'를 빼놓지 않았다.

나머지 언론들은 조사 결과를 거의 무시했다. '3탕'이라 기사 가치가 없다는 사실을 죄다 알고 있기 때문이리라.


참 이상한 일이다. 서울지역 교장들은 왜 자꾸 거의 같은 내용의 설문을 한 뒤 앵무새처럼 기자들 앞에서 같은 말을 반복하는 것일까. 이들은 지난 해 9월 17일과 2006년 9월 25일에도 '판박이' 설문조사를 했다.

설문의 대상도 서울지역 초등학교 교장들이었고, 설문 내용도 거의 같다. 물론 그 답변 수치도 비슷하다.


지난 해 9월 김동래 서울교장회장에게 '왜 두 번이나 같은 설문을 했느냐'고 질문을 던져봤다. 김 회장은 "작년에 조사를 했는지 몰랐다"고 둘러댔다.

지난 18일에도 다시 김 회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 이번엔 3탕 조사네요. 너무 자주 하시는 것 아닌가요?
"정권도 바뀌고 했으니 한 번 더 우리의 자율성을 나타내고자 한 것이 뭐 잘못입니까?"

정작 신문을 보는 사람은 초등학생이고 배달하는 사람은 담임교사다. 그런데 엉뚱하게 일부 교장들이 일삼아 나서고 있다. 그 이유를 초등학교 물을 먹은 사람이라면 알 사람은 다 안다.

박진보 전교조 서울지부 초등위원장은 "서울초등교장회가 진정한 교육 목적을 갖고 있다면 학급당 학생수 감축이나 학교 예산 증액을 요구할 일이지, 반복해서 어린이신문 집단 구독을 주장하는 것은 석연치 않다"고 말했다.

지난 해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어린이신문 집단 구독 관행이 남아 있는 곳은 16개 시도교육청 가운데 서울시교육청이 거의 유일하다.

뽑아버려야 할 '전봇대'는 무엇?

교장회가 내놓은 성명서의 내용도 쓴웃음을 짓게 만들고 있다.

"어린이신문 구독 금지 문제의 해결은 자율과 실용으로 나가는 교육의 문을 가로막고 있는 '전봇대'를 뽑아내는 쾌거가 될 것입니다."

참여정부 시절인 2006년, 당시 교육부가 실시한 '어린이신문 가정 자율구독 조치'가 '전봇대'란 얘기다. 이것이 버려야 할 '전봇대'라면 수십 년간 해온 강제 집단구독 관행은 도대체 무엇일까. 그동안 신문사들이 학교에 건네준 한 부당 700원씩의 리베이트는 또 무엇이고….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주간<교육희망>(new.eduhope.net)에 쓴 내용을 상당 부분 깁고 더한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주간<교육희망>(new.eduhope.net)에 쓴 내용을 상당 부분 깁고 더한 것입니다.
#어린이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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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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