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리 분교의 굳게 닫힌 교문두해 전에 폐교가 된 학리 분교는 교문이 굳게 닫혀 있다. 언제 다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이 작은 학교의 교정을 메우게 될 것인지?
정근영
고산의 분노, 고산의 설움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병중견회’는 불의에 맞서 바르게 살고자하는 그의 강력한 의지가 보인다. ‘병중견회’란 회포를 보낸다는 뜻이다.
편히 살기 위해서 도깨비를 막음이 어찌 나만의 즐거움이랴나라사랑하는 마음 먼저 가졌기에 모든 것이 절로 걱정이네산 넘어 옮겨사는 괴로움을 가련하게 여기지 마오서울 바라보니 도리어 막힘이 없구나고산 윤선도가 분노로 맞던 일광의 아침을 나는 행복으로 맞는다. 일광해수욕장, 고산이 분노를 토로하던 삼성대 그 자리에 서서 붉은 태양이 동해 바다를 치솟아 바다를 붉게 물들이는 아침 해를 바라본다. 아침 햇살은 갈매기가 날개에 실려 온 산천으로 퍼져간다.
일광초등학교. 전교생이라고 해 보았자 모두 200백 명도 채 안 되지만(196명) 교정은 넓고 아름답기만 하다. 연전에 만든 새파란 인조잔디가 마당을 덮고 있다. 인조잔디도 생명이 있는 것인지 아침이면 이슬을 머금은 이파리가 푸른 날개를 편다. 동해 바다에서 거친 바람이 불어와도 먼지 하나 일지 않는다.
문득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이란 말이 화두가 되어 떠오른다. 나의 하루 일과는 해바라기다. 별을 보고 집을 나서 아침 해를 안고 기장으로 들어선다. 햇살이 눈을 찌른다. 선글라스로 차광막으로도 가려보지만 아침 햇살은 막무가내다. 퇴근시간이면 서쪽으로 지는 해를 바라보며 길을 달린다.
아침이 아름다운 기장군 일광면 동해의 푸른 물결을 가르고 솟아오르는 아침 해를 바라보며 새로운 아침을 열고 싶다. 고산이 울고 간 그 길을 나는 웃으며 걷고 싶다. 일광엔 학리라는 마을이 있다.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곳이 학리이니 고향을 찾아온 셈이다. 교직생활 35년 만에 다시 학리로 돌아온 셈이다. 내 고향 학리가 산골 마을이었다면 이곳 학리는 갯마을이다. 오영수의 갯마을 이야기가 들려온다. 나는 학리에서 동해바다 저 넓은 바다 위로 나르는 학이 되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