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하게 막내린 <지피지기>가 남긴 것

<야심만만>에 이어 <지피지기>도 종영,...갈림길에 선 연예인 토크쇼

등록 2008.03.25 14:58수정 2008.03.25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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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월요일에 방영되던 MBC 예능프로그램 <지피지기>가 지난 24일 봄 개편과 더불어 조용하게 막을 내렸다. 지난 1월 막을 내린 SBS <야심만만>에 이어 두 달만에 또 한편의 '연예인 토크쇼'가 그 수명을 다한 것이다.

 

그러나 방영 5년을 넘기며 한때 전성기를 풍미했던 <야심만만>에 비해, <지피지기>의 행보는 초라하기만 했다.  작년 5월 개그우먼 이영자의 공중파 복귀작으로 화제를 모으며 첫 방영을 시작했으나, 지난 10개월동안 프로그램이 뚜렷한 정체성을 찾지 못하고 이런저런 실험만 거듭하다가 실패했다는 혹평을 들어야 했다.

 

이영자와 박수홍이 진행했던 1기 방송에서는 MC들이 자신들의 인맥을 활용하여 직접 출연자를 섭외한다는 이색적인 아이디어가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정작 회를 거듭갈수록 개인적 친분과 인맥으로 얽혀진 연예인들간의 무분별한 신변잡기와 사생활 폭로전으로 변질되며 도마에 올랐다. 방송 직전 또 한번 '거짓말 파문'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MC 이영자의 공중파 복귀에 관한 자질문제와, 지나친 자기중심적 진행도 발목을 잡았다.

 

결국 지난해 10월에는 가을 개편으로 기존의 목요일에서 월요일로 시간대를 옮기며 이영자-박수홍이 중도하차하고 박명수-현영-정형돈 체제로 개편한 2기가 새롭게 선을 보였다. 그동안 버라이어티에서 '2인자' 이미지가 강했던 박명수가 <일밤-동안클럽>에 이어 본격적인 공중파 예능물 메인 MC로 등극한 것이나, 미모의 여성 아나운서들을 대거 투입한 구성도 눈길을 모으기 충분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2기는  오히려 1기보다 더욱 혹독한 시행착오를 거쳐야 했다. 하필이면 방송 3사 간판 토크쇼들의 경연장이던 월요일 시간대에 후발주자로 투입되며 KBS <미녀들의 수다>, SBS <야심만만>같은 '터줏대감'들과 경쟁에서 자리를 잡지 못했다. 연예인 MC들의 부정확인 발음과 어눌한 진행은 좀처럼 프로그램의 중심을 이끌어주지 못했고, 야심차게 투입한 '아나테이너' 4인방의 역할은 입심좋은 연예인 게스트들 사이에서 그들만의 영역을 구축하지 못하며 꿔다놓은 보릿자루에 그쳤다.

 

<지피지기> 2기는 불과 5개월 남짓한 방영기간 동안에도 무려 수 차례의 포맷 변경을 거치며 표류해야 했다. 박명수는 후반부로 갈수록 메인 MC의 역할에서 밀려나 사실상 정형돈-조혜련과 같은 보조 MC로 전락했고, 현영이 사실상 프로그램의 전체적인 진행을 이끌어가는 모습이 두드러졌다. 무엇보다 정통 토크쇼도 아니고, 가족오락관같은 게임 프로그램도 아닌 시종일관 모호했던 콘셉트는, 게스트들와 패널까지 10여 명이 넘는 출연자가 등장하여 매주 중구난방의 수다만 떨다 끝내는 산만한 프로그램으로 전락했다.

 

<지피지기>의 실패는 최근 국내 연예인 토크쇼의 문제점를 그대로 보여준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연예인의 신변잡기와 폭로전에 의존한 파파라치식 구성, 목적없는 진행과 산만한 전개는 한때 전성기를 구가했던 연예인 토크쇼가 한계에 직면한 원인이기도 했다. 방송3사가 노골적으로 '밀어주기' 경쟁을 벌이고 있는 무분별한 아나테이너화 전략 역시 검증된 끼와 프로그램의 콘셉트와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이상, 오히려 마이너스라는 사실을 입증했다.

 

고전적인 연예인 토크쇼의 전형에 가깝던 <지피지기>와 <야심만만>의 연이은 종영이 남긴 교훈은,  후속작인 <놀러와>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연예인 토크쇼로는 보기드물게 5년넘게 장수 프로그램의 명성을 이어온 <놀러와>지만, 그동안은 동시간대 마땅한 경쟁작이 없었다는 대진운도 무시할수 없다. 최근 들어 아예 노골적인 영화 홍보 프로그램으로 전락했다는 빈축을 사고 있는 <놀러와>가 매주 이슈를 몰고다니는 <미녀들의 수다>와의 경쟁에서 어떤 평가를 받게 될지도 미지수다.

 

최근의 토크쇼는 다른 프로그램과 확실하게 구별되는 구성이나 고유의 콘셉트를 필요로 한다. 유명인사 1인의 인생사와 사연을 깊이있게 파고드는 <황금어장-무릎팍도사>, 미모의 일반 외국인 여성의 시선에서 바라본 한국문화 <미녀들의 수다>, 사우나를 무대로 한 놀이터 <해피투게더-사우나 노래방>같은 프로그램들은, 국내 연예인 토크쇼의 전형성을 극복한 사례로 꼽힌다. <지피지기>의 실패는 다른 프로그램에서는 볼수없는 차별화된 매력을 발견할수 없었기 때문이다. 

2008.03.25 14:58 ⓒ 2008 OhmyNews
#지피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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