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540여 시민사회단체들이 결성한 등록금대책을위한시민사회단체전국네트워크(등록금넷)에서 한나라당 앞에서 벌인 등록금 시위.
참여연대
요즘 "한나라당에게 속았다"라는 말이 유행입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한나라당이 자기도 속였고, 국민도 속였다"고 하더니, 비례대표 공천에서 떨어진 이용득 전 한국노총 위원장도 한나라당한테 "나도 속고, 한국노총도 속았다"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러나 진짜로 한나라당에 속은 사람들은 누구일까요? 그것은 한나라당이 대선 전에 목소리높여 떠들던 '반값 등록금' 약속에 환호하던 전국의 학부모와 학생들입니다. 폭등하는 등록금에 놀라고, 지치고, 고통받았던 이들의 입장에서, 또 서민들의 입장에서 '반값 등록금' '반값 사교육비' '반값 아파트' 약속은 얼마나 반가운 일이었겠습니까.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이 집권하자마자 등록금, 사교육비, 아파트값이 떨어지기는커녕 오히려 오르고 있으니 정말 기가 막힌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최근 이명박 새 정부가 수차례 이야기하는 '물가 대책'에서도 제대로 된 등록금, 사교육비, 집값 대책은 찾아볼 수가 없으니 학부모와 학생들, 나아가 국민들 사이에서는 자연스럽게 "진짜로 속은 것은 우리 국민들"이라는 말이 터져나오고 있습니다.
현재 집권여당의 핵심 실세들인 박재완 의원(현 정무수석), 이주호 의원(현 교육문화수석), 전재희 의원(전 정책위의장), 정병국 의원 등께 공개적으로 묻겠습니다. 2006~2007년 수차례에 걸쳐 '반값 등록금'을 여러 자리에서 공언해왔는데, 지금은 어디서 무얼 하고 계십니까. 그냥 약속만 한 게 아니었습니다. 토론회에서 발제문으로 발표도 하고, 신촌에서 대학생과 교수들을 모아놓고 약속 행사도 개최하고, 나아가 '반값 등록금' 법안도 제출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집권하고 나니까 '법안 제출' 추진은커녕 언급조차 없습니다. 통합민주당,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 진보신당 등 다른 모든 정당들은 등록금 상한제, 후불제, 차등책정제 도입, 무이자 대출 전면 확대 등 등록금 문제의 심각성과 그 대책을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집권 후 등록금 문제를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습니다. 얼마전 교육부가 발표한 등록금 대책은 전혀 대책이라고 말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습니다.
박근혜씨나 이용득씨는 자신들의 권력추구 과정에서 한나라당이 '권력을 주겠다는 약속'을 어겼는지 모르겠지만, 여기 300만 명이 넘는 대학생들과 학부모, 그리고 예비 대학생들은 헌법이 보장하는 교육의 권리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한나라당이 '희망 약속'을 어기고야 말았습니다.
그래서 25일(화) 540여 시민사회단체들이 결성한 등록금대책을위한시민사회단체전국네트워크(등록금넷)에서 한나라당 앞으로 달려간 것입니다. "한나라당이 학부모도 속였어요. '반값 등록금'이 없어졌어요"라는 구호가 그들의 절박하고 황당한 심정을 제대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등록금 시위
참여연대
이 날 한나라당 앞 기자회견에는 전국 전국대학생교육대책위,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함께하는교육시민모임, 흥사단 교육운동본부, YMCA전국연맹, 한국진보연대, 전교조, 전국교수노조, 민주노총, KYC(한국청년연합회), 다함께, 한국대학생연대, 민변,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 40여명이 참석했습니다.
이날 회견에서 참석자들은 "이명박 대통령부터 한나라당의 핵심 실세 의원들이 대선 전에 '반값 등록금'을 약속해놓고는 이제와서 아무 말이 없다"며 "결국 총선에서 국민들이 심판할 수 밖에 없다"고 한결같이 강조했습니다.
또 참석자들은 "집권여당이 나몰라라 하는 조건에서, 결국 국민들이 나서서 '서민들의 권리' '교육의 권리'를 찾아갈 수 밖에 없다"며 "3월 28일 오후 4시에 서울시청앞 광장에서 있는 범국민대회에서 국민들의 힘을 보여주자"고 호소했습니다.
등록금넷은 "범국민대회 이후에도 이른바 '등록금 투쟁'은 줄기차고, 끈질기게, 대중적으로 계속 된다"며 "학부모, 학생들의 더 적극적인 동참이 필요하다"고 주문하고, 기자회견을 마쳤습니다. 국민을 섬기겠다는 한나라당은 벌써부터 국민을 아주 힘들게 만들고 있습니다.
아래는 3월 25일 한나라당 앞 등록금넷의 기자회견문 전문입니다.
한나라당 반값등록금 약속 어디로 갔는가 - 국민 속이는 반값등록금 한나라당 규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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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국민에게 반값등록금을 철석같이 약속했다. 소위 ‘빈곤의 대물림 끊는 교육복지프로젝트’라는 명목하에 저소득층 가정의 대학생 장학금 지급, 소득연계형 학자금 융자제도 실시를 통해 현재의 대학 등록금을 반값으로 낮추겠다고 공언한 것이다.
그러나 인수위 시절을 지나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한지 한 달이 되는 이 시점까지 ‘반값등록금’이라는 단어는 눈을 씻고도 찾을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천정부지로 치솟는 물가 대책에도 등록금 문제가 아예 언급되지 않았다.
이 가운데 지난 20일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는 총선용 등록금 경감대책을 발표하였다. 기초생활 수급권자 전원에게 2011년까지 무상장학금 지급, 소득 연계형 학자금 대출 확대, 소득 2분위 학생까지 무이자 대출 실시가 그것이다.
교과부의 등록금 경감대책은 그야말로 총선용 생색내기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기초생활 수급권자에게 장학금을 확대하는 것은 이미 노무현 정권에서 계획된 일이며, 올해 기초생활 수급권자 대학 신입생 약 18,000명에게 400만원씩 지급되기로 되어 있다. 소득 2분위 학생까지 무이자 대출실시는 5분위까지 학대하겠다던 대선공약에서 한참 후퇴한 안이다.
소득 연계형 학자금 대출 확대는 취업 후 소득에 따라 원금을 갚아나간다는 것으로서 졸업 후 당장 원금을 갚아야하는 부담은 덜 수 있다. 그러나 이는 현재의 고통을 미래로 전가하는 것에 지나지 않으며, 현행 7.65%에 달하는 학자금 대출이자를 고려한다면 고통의 크기만 눈덩이처럼 키우는 것이다. 더구나 등록금을 경감한다면서 국립대 등록금 폭등을 야기할 국립대법인화 법안을 올 6월 국회에 제출하겠다는 것은 도대체 무슨 의도인가!
또한,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대학교육자율화 정책을 추진하며, 대학자율-사학자율- 을 실현하겠다고 공언한다. 이는 대학 등록금 책정권을 대학에 줌으로서 무려 6조원에 이르는 현재의 사립대 재단적립금을 더욱 확대하겠다는 것이며, 2007년 한해에만 수도권지역 69개 사립대학의 이월적립금 평균이 100억을 넘어 섰음에도 불구하고 대학등록금이 천정부지도 치솟고 있는 현실을 외면하겠다는 것이다. 이 돈만 학생들을 위해 사용한다면 등록금을 올리기는 커녕 오히려 인하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은 한나라당의 대학 등록금 정책은 ‘반값 등록금’이 아닌 ‘두배 등록금’이 아닌가하는 의심이 들 정도이다.
이러한 한나라당의 이중 플레이는 등록금 넷 대표와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인 이한구 의원과의 면담을 통해 여실히 드러났다. 이 의장은 “반값등록금을 약속했지만 언제 이행할 것이라고는 말하지 않았다.”는 낯뜨거울 정도로 뻔뻔스러운 말을 내뱉더니, 사교육비 폭등을 일으킬 영어강화교육과 귀족학교를 지향하는 자립형사립고를 위해 무려 2조 3천억원의 교육재정을 쏟아 붓겠다고 한다.
이러한 가운데 집권여당 한나라당은 살인적인 등록금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대학생 대표자들의 면담요구를 오만하게 거부하고 있다. 사실 등록금 문제에 대한 한나라당의 의지는 인수위 시절 등록금 문제 해결을 촉구하던 대학생들을 무자비하게 연행했을 때 이미 드러난 사실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반값 등록금 약속은 도대체 어디로 갔단 말인가! 역시나 평균재산 34억에 달하는 ‘강부자’ 정권의 눈에는 학업에 매진해야 할 대학생들이 휴학, 군대, 자퇴, 신용불량자로 내몰리고 심지어 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한 학부모가 목숨까지 끊는 개탄스러운 일이 보이지 않는단 말인가!
진정으로 이명박 정권이 등록금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있다면 유럽이나 호주의 대학들처럼 등록금을 대폭 인하시킬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그 대안으로 우리는 몇 달에 걸쳐 소득수준에 맞는 등록금액 상한제, 후불제, 차등책정제, 등록금 증액 상한제를 외쳐왔다.
전국 530개 학생, 학부모, 시민단체로 구성된 『등록금대책을위한시민사회단체전국네트워크』는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기만적인 등록금 경감대책을 규탄하며, 즉각적인 등록금 반값 정책을 실시할 것을 다시 한 번 강력히 촉구한다.
2008년 3월 25일 등록금대책을위한시민사회단체전국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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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안진걸 기자는 참여연대 민생희망팀장으로 일하면서, 등록금대책을위한시민사회단체전국네트워크 실무자도 겸하고 있습니다. 3월 28일 오후 4시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는 1만여 명의 학생, 학부모, 시민들이 참여하는 "등록금 문제의 완전한 해결과 교육공공성 확대를 위한 범국민대회"행사가 개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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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를 힘겹게 살아가는 서민들과 함께 하기 위해 노력하는 한 시민입니다. 현재 참여연대(www.peoplepower21.org) 실무자로 '민생희망본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또 대학생들과 다양한 강좌 프로그램도 종종 진행하고 있습니다. 실력은 부족하지만 '희망의 되는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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