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꽃의 색깔에 대해
오랫동안 사색한 적이 있다
왜 봄이 되면
개나리·생강나무·산수유나무 같이
노란색 꽃들이
제일 먼저 피어나는지
그 까닭이 몹시 궁금했던 것이다
언젠가
좀 안면 있는 식물학자에게 물었더니
아마도 노란색이
햇볕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색이 아닐까 라는
영양가라곤 반푼어치도 없는
가설을 되뇔 뿐이었다
시간이
굼벵이처럼 기어가는
지루한 봄날엔 가끔
개나리꽃같이
싼 티 나는 옷을 걸치고
생강나무같이 불경스런 노란색으로
머리칼을 물들인 후
산수유꽃같이 도발적인 눈빛을 한 채
신파극 배우처럼
인파로 북적이는 거리를
맘껏 활보하고 싶을 때가 있다
지나칠 만큼 햇볕에 깊이 연루된 생을 살아가는
나라는
나무 한 그루.
2008.03.26 15: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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