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골적인 강재섭 "지난 10년의 핍박 만회하자"

[현장] 지역주의 부채질 논란일 듯... 박근혜도 지역구서 첫 유세

등록 2008.03.28 18:42수정 2008.03.28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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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체 : 28일 저녁 8시 40분]

 

a  대구 지역 지원유세에 나선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가 28일 대구 서문시장에서 대구지역 출마자들과 함께 손을 맞잡고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대구 지역 지원유세에 나선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가 28일 대구 서문시장에서 대구지역 출마자들과 함께 손을 맞잡고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남소연

대구 지역 지원유세에 나선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가 28일 대구 서문시장에서 대구지역 출마자들과 함께 손을 맞잡고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남소연

총선을 12일 앞두고 여당 대표가 대구 지원유세에서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발언을 해 논란이 예상된다.

 

강재섭 대표는 28일 한나라당의 텃밭인 대구를 찾아 "대구·경북(TK)이야말로 이명박 정부의 최대주주"라고 치켜세우면서 "지난 10년간 받은 핍박을 이번 한 번에 만회하자"고 지역주의 망령을 한껏 자극했다.

 

통합민주당이 강 대표의 'TK 핍박' 발언의 쟁점화에 나서는 등 그의 발언이 한나라당의 비TK 지역 득표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강 대표는 공식 선거운동 첫날 최대 취약지역인 충남을 방문한 데 이어 둘째날인 이날은 대구를 찾았다. 대구는 한나라당의 전통적 텃밭이지만, 공천 탈락에 반발한 '탈당 친박파'들의 거센 위협을 받고 있다.

 

대구 찾은 강재섭 "15년간 찍어줬으니 이번에도 왕창 밀어달라"

 

강 대표는 이날 오후 1시 대구 서문시장을 찾아 마이크를 잡았다. 강 대표는 "이때까지 15년간 (한나라당을) 찍어줬지 않느냐"며 대구·경북의 '무조건 한나라' 정서를 건드렸다. 자신을 소개하면서는 "대구·경북의 아들", 대구·경북 유권자들은 "이명박 정부의 최대 주주"라고 표현했다.

 

강 대표는 "위대한 대구·경북 시민들은 역사의 고비마다 중요한 물길을 잡아주셨다"며 "지난 대선에서도 70%가 넘는 압도적 지지로 이명박 정부를 탄생시켰다. 누가 뭐래도 이명박 정부의 최대 주주는 대구시민, 경북도민 여러분"이라고 치켜세웠다.

 

강 대표는 지역주의를 부채질하는 발언을 이어갔다. 강 대표는 "지난 10년간 대구·경북은 엄청난 핍박을 받았다"며 "아무리 노력해도 국가 예산이 쉽게 안 오고 어렵게 예산을 따와도 행정부가 뒷받침을 안해줬다. 정말 자존심 상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우리가 우뚝 설 수 있다. 우리는 이 정부의 최대 주주"라며 "70% 이상의 지지율로 이명박 대통령을 밀어준 대구·경북이 한번 더 (한나라당을) 왕창 밀어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그는 "이제 국회의원 선거에서 (대구·경북이) 한나라당 후보를 뽑아주면 그간 피해 본 것을 한 번에 만회할 수 있다"며 "큰 머슴 밑에 작은 머슴이 과반에서 단 한 석만 더 많이 얻게 해달라"고 덧붙였다.

 

또한 "15년간 (한나라당을) 찍어줬는데 이번에 잘못해서 이때까지의 정성이 다 날아가면 되겠느냐"며 "(과반의석 확보로) 정권교체를 잘 마무리 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대구·경북이 이명박 정부 최대 주주... 대구 공천 잘됐다"

 

a  대구지역 지원유세에 나선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가 28일 대구 달서구 대성사 무료급식소에서 시민들을 만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대구지역 지원유세에 나선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가 28일 대구 달서구 대성사 무료급식소에서 시민들을 만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남소연

대구지역 지원유세에 나선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가 28일 대구 달서구 대성사 무료급식소에서 시민들을 만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남소연
a  대구지역 지원유세에 나선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가 28일 대구 달서구 대성사 무료급식소에서 시민들과 함께 점심으로 자장면을 먹고 있다.

대구지역 지원유세에 나선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가 28일 대구 달서구 대성사 무료급식소에서 시민들과 함께 점심으로 자장면을 먹고 있다. ⓒ 남소연

대구지역 지원유세에 나선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가 28일 대구 달서구 대성사 무료급식소에서 시민들과 함께 점심으로 자장면을 먹고 있다. ⓒ 남소연

강 대표는 당내 공천 논란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강 대표는 "공천에 대해서 말이 많았지만 대구 공천은 잘 됐다고 생각한다"며 "다 경제전문가로 채웠다"고 평가했다.

 

경선 때 박근혜캠프의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던 '친박연대당' 홍사덕 후보에 대해서는 '철새'로 평가절하했다.

 

강 대표는 "홍사덕은 돌고 돌아서 왜 여기로 오는지 이유를 모르겠다"며 "경북 영주, 서울 강남, 경기도 일산·광주에도 출마했다가 느닷없이 대구에 왔다. 이런 분이 철새지 누가 철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강 대표의 유세엔 대구시민 300여명이 시민이 모였다. 대부분의 시민들은 강 대표의 손을 잡으며 "경제를 꼭 살려달라"고 부탁했지만, 일부 상인은 손을 내미는 강 대표에게 눈길 조차 주지 않는 등 냉담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강 대표의 '대구·경북 핍박' 발언은 대선에서 승리한 뒤 '국민통합'을 강조하는 집권당의 대표로서 적절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을 만하다.

 

조윤선 대변인은 "대구에 가보니 지역 분위기가 정말 가라앉아 있었다. 대구가 길이 넓고 가로수도 울창한데, 밤이 돼도 가로등을 하나도 안 켰다"며 "대구가 지난 10년간 타 지역보다 수혜를 덜 받아 상대적으로 발전하지 못한 점을 지적한 것"이라고 강 대표의 발언을 해명했다.

 

조 대변인은 "한나라당이 대구지역에 7명의 '경제전문가'후보를 포진시켜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겠다는 약속과 결의를 보여준 것"이라고 "발언의 진의를 정치적 지역감정 자극으로 보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정몽준은 '지역감정은 망국병'이라는데 여당 대표는 왜?

 

그러나 강 대표가 비영남지역 유권자들이 예민하게 느낄 만한 발언을 했다는 데에는 당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청와대는 마침 이날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내각'에 대한 비판을 불식시키기 위해 영남 출신 장차관의 수가 참여정부에 미치지 못한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발표했는데, 여당 대표가 자신의 출신지에 내려가 "우리가 이 정부의 최대주주"라는 말을 거침없이 한 것에 대해 "당황스럽다"는 반응이 많았다.

 

더구나 당 지도부에 참여하고 있는 정몽준 후보(서울 동작을 출마)가 전날 유세에서 "지역감정은 망국병인데 나라를 망치는 이 병이 선거철이면 나타난다. 이 망국병을 이용하는 정치인이 아직도 많다"며 정치인들의 지역감정 이용을 맹비난한 뒤에 나온 발언이어서 그의 처신에 대한 당 안팎의 비난 여론이 한결 매서워질 것으로 보인다.

 

한 당직자는 "대구·경북에서는 득표에 도움이 될 지 몰라도 타 지역 사람들에게는 '역시 영남정권'이라는 비아냥을 들을 말을 했다"며 "지역구까지 포기하고 전국 유세에 나선 강 대표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모르겠다"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호재를 만난 통합민주당은 '강재섭 때리기'에 시동을 걸었다.

 

김재두 통합민주당 부대변인은 "한나라당이 아무리 집안싸움으로 총선에서 고전하고 있다고 강 대표가 지역감정을 부추겨서야 되겠냐"며 "망국병인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집단이 한나라당이라는 것이 만천하에 증명됐다"며 강 대표의 사과를 요구했다.

 

유세 전 박정희생가보존회장 빈소 방문 "박근혜에 진심으로 위로"

 

a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가 28일 대구지역 지원유세에 앞서 경북 구미의 순천향대학병원에 마련돼있는 고 김재학,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보존회장의 빈소를 찾아 조의를 표하고 있다.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가 28일 대구지역 지원유세에 앞서 경북 구미의 순천향대학병원에 마련돼있는 고 김재학,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보존회장의 빈소를 찾아 조의를 표하고 있다. ⓒ 남소연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가 28일 대구지역 지원유세에 앞서 경북 구미의 순천향대학병원에 마련돼있는 고 김재학,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보존회장의 빈소를 찾아 조의를 표하고 있다. ⓒ 남소연

한편, 이날 강 대표는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한 언급은 삼갔다. 서문시장 유세 전에는 경북 구미에 마련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생가보존회장 고 김재학씨의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강 대표는 이 자리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생가 보존을 위해 평생을 노력해온 고인이 이러게 허무하게 돌아가신 데 대해 당을 대표해 애도를 표한다"며 "이 일로 가슴 아파하는 박 전 대표에게도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심심한 위로를 전한다"고 밝혔다.

 

또한 "박 전 대통령과의 개인적인 인연으로 아무 보수도 없이 혼자 생가를 지켰다는 것은 원시적인 일이다. 국가원수의 생가는 국가가 관리할 의무가 있다"며 당 차원의 지원을 약속했다.

 

애초 강 대표의 대구 지원유세 일정에는 빈소 방문 일정이 없었으나 이날 아침 추가됐다. 밤사이 강 대표의 지시로 조문 일정을 긴급히 넣었다고 조윤선 대변인은 설명했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자신의 지역구인 대구 달성군에 머물렀다.

 

박 전 대표도 이날 첫 선거유세를 폈지만, 당 지도부에 대한 공격은 하지 않았다. 당 지원유세 계획을 묻는 질문에도 입을 다물었다.

 

지역구 찾은 박근혜... "당 지원유세 계획은?"-"……"

 

a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28일 대구 달성군 다사읍의 한 아파트 경로당에서 주민들과 만나 이야기하고 있다.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28일 대구 달성군 다사읍의 한 아파트 경로당에서 주민들과 만나 이야기하고 있다. ⓒ 남소연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28일 대구 달성군 다사읍의 한 아파트 경로당에서 주민들과 만나 이야기하고 있다. ⓒ 남소연
a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28일 대구 달성군 다사읍의 한 아파트단지 내 금요시장에서 상인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28일 대구 달성군 다사읍의 한 아파트단지 내 금요시장에서 상인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 남소연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28일 대구 달성군 다사읍의 한 아파트단지 내 금요시장에서 상인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 남소연

박근혜 전 대표는 이날 달성군 다사읍 농협과 주요 아파트단지의 경로당, 마을 시장을 훑었다. 박 전 대표는 오후 3시께 다사읍 매곡리의 한 아파트단지에서 첫 유세를 폈다. 그러나 탈당한 친박 의원들에 대한 언급은 삼갔다.

 

박 전 대표는 "그동안 군민 여러분이 항상 저를 성원해주셔서 여러 가지 어려운 가운데서도 흔들리지 않고 바른 정치를 해올 수 있었다"며 지역구민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또한 그는 "여러분의 지지 덕분으로 흔들리던 나라도 바로 잡을 수가 있었다"며 "앞으로도 믿을 수 있는 정치, 더욱 바른 정치로 나라의 잘못된 점들은 고쳐나가고 더욱 잘 사는 달성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지역공약도 밝혔다. 박 전 대표는 "저는 우리 달성군을 과학기술과 자연환경이 잘 조화된 첨단과학 환경도시로 만들고자 하는 꿈을 갖고 있다"며 "이는 꿈으로 끝날 일이 아니고 반드시 실현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여러분과 힘을 모아서 우리 대한민국이 바로 나아갈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5분 남짓 유세를 마친 박 전 대표에게 한 기자가 '당 지원 유세 계획은 없느냐'고 물었지만, 그는 답하지 않았다.

2008.03.28 18:42ⓒ 2008 OhmyNews
#18대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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