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일산 초등생 폭력사건 수사본부가 공개한 지하철 CCTV에 31일 대화역에서 사건 당일 용의자로 추정되는 남성이 찍혀있다.
연합뉴스
[3신 : 1일 새벽 3시]사우나서 목욕하다 탐문수사 경찰에 체포
(서울=연합뉴스) 김병조 기자 = 경기도 일산 초등생 납치미수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인 이모(41)씨는 31일 경찰에 체포되면서 "안 그래도 자수하려 했었다"고 말했다.
사건을 수사중인 경찰은 이날 오후 8시 30분께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사우나에서 목욕을 하던 이씨를 현장에서 붙잡았다.
경찰은 이날 지하철 수서역 일대에 형사들을 급파해 탐문수사를 벌이고 있었으며 형사 3명이 사우나직원에게 사건 당일 아파트 폐쇄회로(CC)TV에 찍힌 용의자의 사진을 보여주며 "현행범이 있는지 확인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사진을 본 사우나 직원 정모(43)씨는 "사진이 워낙 흐리게 나와 정확하지는 않지만 손님 중에 이런 사람이 있는 것 같다"며 사우나 내부로 들어가 확인한 뒤 "탈의실 옆 흡연실에서 담배피우는 사람이 사진에 나오는 용의자와 비슷하다"고 경찰에 알렸다.
경찰은 곧바로 안으로 들어가 흡연실에서 옷을 벗은 채 담배를 피던 용의자 이씨를 발견하고 현장에서 체포했다.
이씨는 갑자기 들이닥친 경찰을 보면서도 그다지 놀라는 기색 없이 담담한 표정으로 "안 그래도 자수를 하려고 했다"고 말한 뒤 담배를 끄고 순순히 체포에 응했다.
이씨는 이날 오후 늦게 찜질방을 겸해 운영되는 이 사우나를 찾아왔으나 찜질방은 이용하지 않은 채 가벼운 샤워만 했으며 체포될 때까지 범행 당일 입었던 군청색 점퍼와 군용무늬 모자까지 그대로 쓰고 있었다.
한편 수서역 주변 상인들 가운데 일부는 "이씨가 자주 이 곳을 오갔다"며 그를 기억하고 있었다.
수서역 인근의 한 포장마차 주인은 "이씨가 이 근처에 사는 것으로 안다"며 "평소 오가며 인사도 잘 하고 해서 이런 일을 저질렀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씨가 체포된 사우나의 한 직원도 "이씨가 한 달 전에도 사우나에 와서 목욕을 하고 간 것으로 기억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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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산 납치미수 용의자 수사 어떻게 진행되나(고양=연합뉴스) 우영식 기자 = 초등생 납치미수 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도 일산 경찰서 수사본부가 31일 용의자 이모(41) 씨를 서울에서 검거한 가운데 향후 수사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경찰은 일단 이씨를 상대로 범행 동기와 여죄부분을 집중 수사할 것으로 보인다.
◇ 범행 동기 밝히는 것이 관건 = 수사본부는 일단 이씨의 혐의를 폭력으로 보고 있으나 조사 뒤 정확한 혐의를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수사본부는 이씨가 이날 서울에서 검거돼 압송되는 과정에서 범행 일체를 자백했다고 전했다.
수사본부는 또 이씨가 사건 당일 서울 수서에서 술을 마시고 무작정 전철을 탄 뒤 대화역에서 내려 아파트 단지로 내려가다 초등생이 걸어가는 것을 보고 뒤따라 갔는데 힐끗 돌아봐 '나는 그런 사람 아니다'고 말하려 했는데 아이가 자신을 쳐다봐 때렸다고 진술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단순히 째려봤다는 이유만으로 무차별 폭행을 가했다고 보기에는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아 정확한 동기를 밝히는 것은 경찰의 몫으로 남게 됐다.
이씨는 상습 성폭행 혐의로 10년형을 살고 2년 전 출소한 전력이 있어 성폭행 의도가 다분히 있었을 것으로 수사본부는 보고 있다.
서울 수서동에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씨가 무작정 대화역으로 왔고, 혼내주기 위해 나이 어린 초등생을 아파트 엘리베이터까지 뒤 따라갔다는 대목도 의문점으로 남고 있다.
게다가 "무서워서 때렸다"고 밝힌 이씨가 범행 직후 계단을 통해 4층으로 올라가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온 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유유히 아파트를 빠져 나왔다는 점에서 이씨의 진술을 신뢰하기 어렵다.
수사본부 측은 이에 대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이씨를 수사할 계획"이라며 "그러나 이 씨의 전력이나 행동을 놓고 봤을 때 단순폭력일 가능성은 낮다"고 밝혔다.
◇ 또 다른 범행은 없었나? = 수사본부에 따르면 이씨는 술을 마시면 지하철을 타고 자주 돌아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이 날도 술을 마신 뒤 지하철을 탔는데 대화역까지 왔으며 무작정 내린 뒤 어린 여자아이를 뒤따라가 범행을 저질러 수사본부는 이씨의 추가 범행 가능성이 다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수사본부는 또 이씨의 당일 범행이 30~40대 독신 남성에게 주로 나타나며 어린 여자아이를 성 또는 폭력의 대상으로 삼는 '소아기호증'의 전형을 보이고 있는 점에 주목, 여죄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수사본부는 지하철 주변을 중심으로 유사범죄의 피해자가 있는지를 확인할 계획이다.
수사본부는 또 석달 전 범행 장소에서 300여m 떨어진 아파트에서 여학생 성추행사건이 있었던 것과 관련해서도 이씨의 연관성 여부를 확인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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