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마디 한자말 털기 (26) 대하다對

― '아이들을 대할 때', '흔히 대하게 되는 자연물' 다듬기

등록 2008.04.03 11:50수정 2008.04.03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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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아이들을 대할 때

.. 아이들을 대할 때 나는 두 가지 감정을 느낍니다 .. <아이들>(야누쉬 코르착/노영희 옮김, 양철북,2002) 138쪽


‘감정(感情)’이란, 사람이나 사물이나 어떤 일을 보면서 ‘느끼는 마음’, 곧 ‘느낌’을 가리킵니다. 그러니 “감정을 느낍니다”라고 적으면 겹치기가 되어요. 이 자리에서는 “두 가지를 느낍니다”나 “두 가지 마음입니다”나 “두 가지 느낌이 듭니다”로 고쳐 줍니다.

 ┌ 대(對)하다
 │  (1) 마주 향하여 있다
 │   - 벽을 대하고 앉아서 명상에 잠겼다 / 소설을 처음 대하는 독자 /
 │     어머니와 얼굴을 대하기가 민망스러워서 / 서로 얼굴을 대하고 앉아서
 │  (2) 어떤 태도로 상대하다
 │   - 누구에게나 친절하게 대한다 / 잘생긴 남자 사원에게 상냥하게 대한다 /
 │     낯선 사람을 친구처럼 대하다 / 상급자가 아닌 형님으로 대하다가 /
 │     손님을 친절히 대한다 / 노인들을 공손하게 대하여야 한다
 │  (3) 대상이나 상대로 삼다
 │   - 전통 문화에 대한 관심 / 강력 사건에 대한 대책 / 건강에 대하여 묻다 /
 │     신탁 통치안에 대한 우리 민족의 반대 / 이 문제에 대하여 토론해 보자
 │
 ├ 아이들을 대할 때
 │→ 아이들을 마주할 때
 │→ 아이들을 만날 때
 │→ 아이들을 볼 때
 │→ 아이들과 있을 때
 └ …

국어사전 풀이를 보면, 또 국어사전에 실린 보기글을 보면, ‘對하다’는 없어서는 안 될 말입니다. 꼭 있어야 할 말입니다.

 ┌ 벽을 대하고 앉아서 → 벽을 마주하고 앉아서
 ├ 소설을 처음 대하는 → 소설을 처음 읽는
 ├ 어머니와 얼굴을 대하기가 → 어머니 앞에 얼굴을 들기가
 └ 서로 얼굴을 대하고 → 서로 얼굴을 보고

그러면, 얼마나 쓸 만하기에, 국어사전에서는 세 가지 풀이를 달고 보기글도 잔뜩 달아 놓을까요. 또, 이 말이 국어사전을 넘어서 우리 삶에서 얼마나 애틋하고 무게가 있기에 두루두루 쓰이는가요.


 ┌ 누구에게나 친절하게 대한다 → 누구한테나 따뜻하게 맞이한다
 ├ 상냥하게 대한다 → 상냥하게 맞이한다
 ├ 친구처럼 대하다 → 친구처럼 굴다
 ├ 형님으로 대하다가 → 형님으로 모시다가
 └ 노인들을 공손하게 대하여야 → 노인들을 다소곳이 섬겨야

쓰임새가 넓다고 해서 꼭 있어야 할 말은 아니라고 느낍니다. 유행처럼 퍼지는 말, 겉치레가 가득한 말, 참 알맹이가 깃들지 않은 말은, 아무리 쓰임새가 넓다고 해도 차근차근 걸러내거나 털어내어야 알맞다고 느낍니다.


 ┌ 전통 문화에 대한 관심 → 전통 문화에 두는 눈길
 ├ 강력 사건에 대한 대책 → 강력 사건 대책
 ├ 건강에 대하여 묻다 → 몸은 어떤지 묻다
 ├ 신탁 통치안에 대한 우리 민족의 반대 → 신탁 통치안을 반대하는 우리 겨레
 └ 이 문제에 대하여 토론해 보자 → 이 문제를 이야기해(따져) 보자

우리들한테는 살가운 우리 말이 있습니다. 우리들한테는 우리 삶을 담아낸 우리 말이 있습니다. 우리들한테는 우리 숨결이 담긴 우리 말이 있습니다. 우리들한테는 우리 땀과 피와 고이 배인 우리 말이 있습니다. 우리들한테는 우리 웃음과 눈물이 스며든 우리 말이 있습니다. 우리들한테는 우리 보람과 손때가 탄 우리 말이 있습니다. 우리들한테는 우리 발자취가 새겨진 우리 말이 있습니다.

― 만나다 / 마주하다 / 보다 / 마주보다 / 맞대다 / 읽다 / 맞이하다 /
   대접하다 / 모시다 / 섬기다 / 우러르다 / …

때에 따라서 알뜰하게 넣어야 할 우리 말입니다. 곳에 따라 찬찬히 헤아리며 적어야 할 우리 글입니다. 우리는 그때그때 맞추어 너른 말과 글을 써 왔습니다. 그런데 어이하여 ‘對하다’ 한 마디에 우리 얼과 넋이 고이 깃든 온갖 우리 말을 내동댕이쳐야 하는지요. 제 겨레 말을 업신여기는 사람들치고 곧은 길을 찾거나 느끼는 사람은 없다고 봅니다. 제 나라 말을 푸대접하는 사람들치고 착하게 살아가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제 고장 말을 깔보는 사람들치고 아름다움과 사랑과 믿음을 고이 나누는 사람은 없다고 여깁니다. 제 어버이 말을 익히거나 배우지 않는 사람들치고 즐거움을 듬뿍 맛보면서 고이 가꾸어 가는 사람은 없다고 뼛속 깊이 느낍니다.

ㄴ. 흔히 대하게 되는 자연물

.. 집 밖에 나가면 흔히 대하게 되는 자연물의 경우에는 그 존재가치와 천부의 권리를 인정받기가 더욱 어려운 것이 당연할 수밖에 없다 ..  <나는 더불어 사는 세상을 꿈꾼다>(김수일, 지영사, 2005) 73쪽

‘천부(天賦)의’는 ‘하늘에서 내린’이나 ‘타고난’으로 고쳐 줍니다. ‘존재가치(存在價値)’는 ‘살아 있는 뜻’으로 손보고, “자연물의 경우(境遇)”는 “자연물은”으로 손봅니다. ‘인정(認定)받기가’는 ‘사람들이 알기가’로 풀어내고, “더욱 어려운 것이 당연(當然)할 수밖에 없다”는 “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다”나 “더욱 어려운 노릇은 어쩔 수 없다”로 풀어냅니다.

 ┌ 흔히 대하게 되는 자연물
 │
 │→ 흔히 보게 되는 자연물
 │→ 흔히 만나는 자연물
 └ …

꽃이 있기에 꽃을 봅니다. 나무가 있으니 나무를 봅니다. 길을 걷다가 사람을 만나듯이 새를 만나고 바람을 만나고 구름을 만납니다. 앞에 보고 있으니 마주하고 있는 조그마한 푸성귀입니다. 쭈그리고 앉아서 마주보는 벌이요 나비요 개미입니다. 찾아보는 눈길이 있으면 볼 수 있는 작은 꽃망울이고, 찾아보려는 눈길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닌 길거리 모습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인터넷방 <함께살기 http://hbooks.cyworld.com> 나들이를 하시면 여러 가지 우리 말 이야기를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인터넷방 <함께살기 http://hbooks.cyworld.com> 나들이를 하시면 여러 가지 우리 말 이야기를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외마디 한자말 #우리말 #우리 말 #對 #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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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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