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진짜 '친박 후보'가 누구야?

친박연대 이영규-한나라당 한기온, 박근혜 사진 담긴 현수막 동시에 내걸어

등록 2008.04.04 21:37수정 2008.04.04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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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전 서구갑에 출마한 한나라당 한기온 후보와 친박연대 이영규 후보가 박근혜 전 대표의 사진이 담긴 현수막을 동시에 내걸어 유권자들을 헷갈리게 하고 있다.
대전 서구갑에 출마한 한나라당 한기온 후보와 친박연대 이영규 후보가 박근혜 전 대표의 사진이 담긴 현수막을 동시에 내걸어 유권자들을 헷갈리게 하고 있다.이영규
대전 서구갑에 출마한 한나라당 한기온 후보와 친박연대 이영규 후보가 박근혜 전 대표의 사진이 담긴 현수막을 동시에 내걸어 유권자들을 헷갈리게 하고 있다. ⓒ 이영규

한 지역구에서 두 명의 후보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얼굴이 담긴 현수막을 내걸어 유권자들을 헷갈리게 하고 있다.

 

대전 서구갑에서 '친박연대' 후보로 출마한 이영규 후보는 2004년 총선에서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했다가 낙선한 뒤 4년 동안 한나라당 서구갑 당협위원장을 맡아 지역구 다지기를 해 온 후보다.

 

지난해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는 등 '박근혜계'로 분류된 그는 18대 총선 공천심사에서 탈락하고 말았다. 그를 대신해서는 2004년 총선에서 자민련 후보로 출마, 이영규 후보에 이어 3위를 차지했던 한기온 후보가 공천을 받았다.

 

이에 이 후보는 "박근혜계 죽이기"라고 반발하면서 한나라당을 탈당했고, 자유선진당이 이 후보를 전략공천 내정자로 확정했다가 하루 만에 번복하면서 이 후보는 후보등록을 코앞에 두고서야 '친박연대'로 출마를 확정했다.

 

이후 이 후보는 자신만이 박근혜의 '적통후보'라고 강조하면서 박 전 대표를 선거운동에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그의 현수막과 선거홍보물에는 항상 박 전 대표의 사진이 함께 했다.

 

문제는 4일 오후 한기온 후보가 그동안 걸려있던 현수막을 교체하면서 일어났다. 한 후보는 교체하는 현수막에 박 전 대표 사진을 넣었다. 이로 인해 한 현수막 게시대에 박 전 대표 사진이 위아래로 내걸리는 장면이 연출됐다.

 

이에 대해 이 후보 측은 이날 즉각 성명을 내고 한 후보를 비난했다. 그는 "한나라당의 강재섭 대표가 얼마 전 친박연대를 가리켜 '박근혜 전 대표의 영혼을 팔지 말라'고 했었는데, 오늘 한기온 후보 측이 박근혜 전 대표의 사진이 들어간 친박연대 고유의 현수막과 유사한 신종 현수막으로 자신들의 현수막을 교체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 후보 측은 "이는 이명박 대통령의 상임특보를 자처하던 한기온 후보가 박근혜 전 대표를 이용하여 우리 친박연대의 이영규 후보와 혼선을 빚게 하려는 기회주의적이면서도 유권자를 속이는 비열한 처사"라면서 "기본적인 정치적 도의에도 어긋나는 행동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 후보는 또 한기온 후보 측에 대해 "이러한 '이영규 따라하기'를 중지하지 않을 경우 우리 친박연대 진영은 존엄한 유권자들에게 한나라당은 '짝퉁 친박연대'라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천명할 것"이라며 "이 문제로 인해 차후에 발생하는 모든 결과는 한나라당과 한기온 후보 진영에 근본적인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기온 후보 측은 '적반하장'이라는 반응이다. 한 후보 캠프 한 관계자는 "친박연대는 한나라당에서 공천을 받지 못한 사람들이 탈당해 만든 정당"이라며 "여전히 한나라당 당원인 박 전 대표에 대한 저작권은 한나라당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 후보 측은 "현수막 교체는 그동안 박근혜 전 대표의 이름과 얼굴을 저작권도 없이 함부로 도용하던 사람들에게서 저작권을 찾아온 것과 마찬가지"라며 "지역 주민들도 박근혜 전 대표가 한나라당 사람인데 왜 친박연대가 이름을 사용하도록 놔두냐는 항의가 많이 들어왔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오히려 친박연대가 박 전 대표의 이름을 함부로 사용해 한나라당 지지자들이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며 "여전히 한나라당 당원인 박 전 대표의 이름과 사진을 사용하는 것은 전혀 이상할 게 없다"고 반박했다.

 

이처럼 한 지역구에서 두 명의 후보가 박 전 대표를 활용한 득표전에 나서고, 또 서로의 행동을 비방하면서 유권자들의 선택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2008.04.04 21:37ⓒ 2008 OhmyNews
#박근혜 #이영규 #한기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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