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수탈의 상징 '조선은행', 다 훼손되자 문화재 지정?

화재 뒤 10년 넘게 방치... 이제와 문화재 지정하면 무슨 소용?

등록 2008.04.05 10:46수정 2008.04.05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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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 뒤 10년 방치, 뒤늦게 문화재 지정 추진 일제강점기 수탈의 상징 건물인 전북 군산에 있는 옛 조선은행. 화재가 난 뒤 10년 동안 방치해 완전히 훼손됐다. 그런데 이제와 등록절차를 거쳐 문화재로 지정한다고 하니 소 잃고 10년 동안 뭐했단 말인가? ⓒ 장희용


일제 강점기에 일제는 호남평야의 쌀을 군산항을 통해 일본으로 수탈해가기 위해 철로를 건설하고 관련 기관 건물을 세웠다. 그 수탈의 역사를 대표하던 곳 중 하나가 바로 전라북도 군산에 있는 조선은행이었다.

채만식의 <탁류> 등 기록에 의하면 일제는 이 조선은행을 통해 고금리 등 각종 횡포를 부리며 우리나라 사람들의 땅을 빼앗고, 집을 빼앗고, 재산을 빼앗았다고 한다. 이런 오욕의 역사가 있는 조선은행이기에 그동안 아픈 역사를 잊지 말자며 '일제 수탈사 박물관'이나 '근대 문화역사관'을 세우자는 목소리가 많았다.


이런 요구에 아랑곳하지 않고 한 때 이 아픈 역사의 현장은 술 먹고, 춤추며, 웃고 즐기는 노래방과 나이트클럽으로 명성(?)을 떨쳤다. 지금도 여전히 건물 외부에는 '뉴욕 뉴욕', '플레이 보이', '노래방'이라는 간판이 깨진 채 걸려 있어 행인들은 이곳이 역사의 현장이었는지 유흥업소였는지 분간조차 못하는 실정이다.

더욱이 지난 10년 전 일어난 화재로 건물이 많이 훼손됐지만, 당시 이 건물이 개인소유이고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 탓에 화재 후 10년이 넘게 방치돼 왔다. 동영상에 보이는 것처럼 처참하기 이를 데 없다.

뒤늦게 문화재청과 지자체가 국가문화재 등록 절차를 밟고 있지만(오는 6월경 국가문화재 등록 예정) 화재 후 무려 10년이 넘게 방치돼 심각히 훼손된 후 이제와 국가문화재로 지정해 보존한다고 하니, 이건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도 부족할 판이다.

그동안 3·1절이나 광복절이 되면 매년 했던 말은 거짓이었나? 화재가 난 후 10년이 지나도록 과연 무엇을 하다가 이제 와 다 훼손된 후에 문화재로 지정한다는 말인가? 그동안 문화재청과 지자체는 무엇을 했단 말인가?

다 훼손된 후, 이제 와서야 뒤늦게 문화재로 지정한다고 해서 이곳이 ‘역사 문화재로서, 아픈 역사의 교훈장으로서’ 다시 복원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숭례문 화재에서 본 것처럼 한 번 훼손된 문화재는 그 온전한 복원이 어렵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이 있지만 소 잃은 지 10년이 넘도록 방치해 훼손된 문화재. 그 역사의 현장에서 과거 일제의 아픈 역사가 아닌 오늘의 아픈 현실을 보았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조선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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