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신부 '벚꽃님' 납시오

경남 하동 백리 벚꽃

등록 2008.04.06 12:47수정 2008.04.06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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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백리 벚꽃 섬진강물 따라 피어난 백리 벚꽃 구경하세요. ⓒ 조도춘

▲ 섬진강 백리 벚꽃 섬진강물 따라 피어난 백리 벚꽃 구경하세요. ⓒ 조도춘

하동 악양 이점리. 마을 입구를 들어서자 조용한 시골마을 참새 소리 요란하다. 멀리 모래강변 따라 유유히 섬진강물이 흐르고 초봄 가슴앓이를 만들던 매화 꽃잎은 떨어지고 꽃술만 남은 가지 사이를 오가며 참새들은 하루를 조잘거리고 느린 소 울음소리가 강물의 정적을 깨운다.

 

지리산 줄기로부터 시작된 물줄기는 악양 벌을 따라 섬진강물과 합류하고 작은 냇물 건너 멀리 매화꽃이 줄지어 봄의 환희를 토하고 있다. 염소는 파릇파릇한 새싹으로 아침 시장기를 채우고 굽이 흐르는 섬진강 물줄기를 오랫동안 지키고 있는 고목에도 작은 새싹이 돋아나고 있다.

 

부드러운 모래 위로 얇게 흐르는 강물에는 갈매기가 잠시 고단한 날개를 접고 봄맞이 목욕을 하고 조용히 침묵을 지키던 늙은 벚꽃나무에도 화사한 꽃을 피어낸다. 고목에서 피어나는 꽃은 신비함과 운치가 묻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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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쭉쭉 뻗어 늘어진 벚꽃 ⓒ 조도춘

▲ 벚꽃 쭉쭉 뻗어 늘어진 벚꽃 ⓒ 조도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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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섬진강물 따라 피어난 벚꽃 ⓒ 조도춘

▲ 벚꽃 섬진강물 따라 피어난 벚꽃 ⓒ 조도춘

길 따라 만개한 왕 벚꽃 가지는 제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섬진강물 따라 흔들리고 백리 벚꽃 길에는 상춘객들의 차량행렬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화사한 벚꽃자태에 빠져들고 있다. 승용차로 빠르게 지나가기에는 너무 아쉬운 벚꽃 길 상춘객들은 도로 가장자리에 차를 멈추고 가까이 벚꽃에 다가간다. 하얀 꽃잎은 4월 신부의 하얀 드레스처럼 눈부시게 다가온다.

 

"찰~깍" 상춘객들은 추억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꽃구경 나들이에 나선 유경이네 가족들도 벚꽃의 매력에 흠뻑 젖어든다. "이 꽃이 무슨 꽃인지 알아요?" 뜻밖의 질문에 유경(6)이는 곰곰이 생각하다 "매화꽃"이라고 한다. 초봄 매화꽃 생각이 아직도 남아 있는 모양이다. 아빠의 카메라 셔터에 벚꽃 가지 사이로 끌어 당겨 꽃송이에 묻힌 유경이는 엄마와 함께 꽃송이와 하나가 된다.

 

광양에서 섬진강 다리를 건너면 하동이다. 봄이 시작되는 3월 광양 매화마을에서 매화축제로 온 마을을 떠들썩하게 만들더니 이제는 다리건너 하동이 벚꽃으로 떠들썩하다. 섬진강 줄기를 따라 매년 봄이면 꽃 축제로 광양과 하동은 번갈아 가며 한 번씩 봄꽃의 홍역을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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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화사한 벚꽃' 보기만 하여도 마음이 환해 집니다. ⓒ 조도춘

▲ 벚꽃 '화사한 벚꽃' 보기만 하여도 마음이 환해 집니다. ⓒ 조도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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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보면 볼수록 화사함이 더 좋습니다. ⓒ 조도춘

▲ 벚꽃 보면 볼수록 화사함이 더 좋습니다. ⓒ 조도춘

다리를 건너자 화사한 벚꽃이 상춘객들을 맞이하여 준다. 화사한 꽃구름이 섬진강 줄기 따라 펼쳐져 있다. 정말 장관이다. 꽃이 봄을 시위하나. 봄이 꽃을 시위하나. 벚꽃의 화사함의 극치를 이루고 있다.

 

벚꽃을 찾는 상춘객들의 차량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져 거북이 걸음이다. 매년 이곳을 찾는 사람은 백만이 넘는다고 한다. 그러나 빵빵거리는 사람도 짜증을 내는 사람도 없다. 벚꽃에 갇힌 자동차 행렬은 느림의 속도를 즐기는 듯하다.

 

하동읍에서 시작하여 화개장터까지 100리 벚꽃이 섬진강 줄기 따라 구불구불 양도로 사이를 덮었다. 20년에서 30여년이 넘은 왕 벚꽃나무에서 일제히 핀 원숙한 꽃잎은 상춘객들의 봄의 기쁨을 충족하기에 부족함 없다.

 

화개장터에서 쌍계사로 가는 길에는 더 오래된 벚꽃나무를 볼 수가 있다. 70여년이 넘은 왕 벚꽃나무를 줄지어 벚꽃의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혼례길' 사랑하는 연인들이 손을 잡고 가면 결혼이 성사된다는 길이라고 하여 불러진 이름이라고 한다. 화개천 따라 오래된 고목에서 피어나는 화사한 벚꽃을 보면 손을 잡고 걷다 보면 사랑의 정이 깊어지지 않을 수가 없다고 한다.

 

화개천 벚꽃나무와 사계절을 함께 살아 던 이강문(70) 문화관광 해설사는 "지리산의 맑은 물줄기 화개천 물을 머금고 자란 벚꽃 가지는 여느 지역 벚꽃나무보다 쭉쭉 뻗어 그 자태가 더 아름답다"고 한다. 그러나 영원한 아름다움은 없는 법. "만개한 지 일주일이 지나면 꽃비와 함께 낙화가 시작된다고. 꽃의 만개도 아름답지만 비처럼 떨어지는 꽃잎은 더 아름답다"고 한다.

 

"매년 피는 꽃이지만 보면 볼수록 좋다" "작년보다 금년에 피는 꽃이 더 좋다"고 한다. 벚꽃나무는 늙으면 오히려 왕방울처럼 크고 더 탐스런 꽃송이를 피워내어 좋다고 한다.

덧붙이는 글 | u포터에도 송고했습니다.

2008.04.06 12:47 ⓒ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u포터에도 송고했습니다.
#벚꽃 #백리벚꽃 #섬진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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