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가 엉망이라도, 백성들은 정신 차려야 한다

[주장] 권리 포기한 사람은 돌 던질 자격 없어... 모두 투표장으로!

등록 2008.04.08 17:47수정 2008.04.08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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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근심 어린 표정으로 선거 유세를 바라보는 백성.

근심 어린 표정으로 선거 유세를 바라보는 백성. ⓒ 강기희

근심 어린 표정으로 선거 유세를 바라보는 백성. ⓒ 강기희

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조금만 지나면 각 방송사의 당선 예측조사가 불을 뿜는다. 투표 종료 시간인 9일 오후 6시가 되면 당락을 확인할 수 있는 세상인 것이다. 적어도 예전처럼 졸린 눈을 부릅뜨고 밤을 패야 하는 일은 하지 않아도 되었다. 바쁜 현대인들을 위한 방송사의 배려가 새삼 고맙다.  

 

18대 총선의 결과는 어떻게 될 것인가. 역시 세상이 좋아진 탓에 굳이 예측조사를 보지 않는다 해도 어느 정도 짐작이 간다. 

 

방송사조차 예측을 불허하는 몇몇 선거구를 제외하고는, 조금만 정치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나라당이 몇 석이고 민주당이 몇 석 정도 얻을 수 있을지 예측이 간다. 이와 더불어 자신이 살고있는 지역에 누가 당선될 것이라는 것 또한 짐작이 되는 세상이다.

 

재미있는 것은 투표 결과가 어떻게 나올 것인가를 알면서 투표를 포기하거나 외면하는 백성이 많다는 것이다. 정치에 관심이 있고 없고를 떠나 투표는 백성의 신성한 권리이자 의무이다. 그런데도 횟수를 거듭할수록 투표율이 떨어지고 있다. 총선은 말할 것도 없고 대선이나 지방선거의 투표율도 동반 하락하고 있다.

 

예측된 총선 결과, 그러나...

 

대체 어인 일인가. 투표일을 공휴일로까지 지정했는데 약발이 떨어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정치에 관심이 없어서? 그도 아니면 정치권에 환멸을 느껴서? 하는 짓이 그 모양 그 꼴이라서? 선거운동 할 땐 간이라도 내줄 듯 굽실거리더니 당선되고 난 후엔 권력자로 군림해서?

 

다 좋다. 수십 년 동안 경험했고 보아왔던 일이기도 하다.

 

과거 박정희 정권 때부터 노태우 정권에 이르는 군부독재 시절 '의식화'라는 말이 유행처럼 떠다녔다. 정권에 반하는 생각을 가지면 '의식화'가 되었다는 것이다. 반대로 말하면 그 시절의 정권은 '전 국민의 무의식화'였다. 백성들이 아는 것이 지나치게 많아지면 정권 유지가 곤란해지던 시절이었다. 

 

그러하니 보통의 백성은 온전히 살아남기 위해서는 알아도 모른척 해야 했다. 그런 때 백성들은 투표로 자신의 할 말을 했다. 관권과 불법이 판을 쳐도 투표 행위를 막지는 못했다. 정권의 하수인들이 투표함을 바꿔치기 한다 해도 백성의 뜨거운 가슴만큼은 식을 줄 몰랐다. 선거를 통한 혁명으로 더러운 세상을 바꾸어야 한다는 의식이 살아난 결과였다.

 

독재 정권은 '의식화'를 막았지만 우리 백성은 어느 한 순간 '무의식화'의 상태로 살아온 적 없다. 지난 선거가 그걸 증명한다. 

 

그런데 요즘은 아니다. 의식화라는 말이 사라지면서 백성들이 오히려 '무의식화'를 요구하던 시절을 그리워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들 정도로 우리의 정치적 의식은 먼 과거 시절에 멈추어 있는 느낌이다.

 

나만 잘 살면 그만이라는 의식이 흐르고 있다

 

지금 우리의 의식은 온통 '나만 잘 살고 잘 먹기'로 흐르고 있다. 이미 충분히 먹고 살만한 사람들이 한 술 더 떠 '잘 사는 길'을 향해 내달린다. 기가 막힌 솜씨로 달린다. '가난하지만 함께 잘 먹고 잘 살자'라는 말이 통하지 않는 세상이 되어 버렸다. 무서운 세상이다.

 

18대 총선 결과가 오후 6시면 나온다. 짐작하고 있는 결과가 나올 뿐이다. 선관위에서는 투표율이 떨어질까 벌써부터 걱정이다. 투표율이 50%대를 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최악의 투표율을 기록하게 될 18대 총선에서 최소한 백성이 지니고 있는 의식을 읽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정당성은 확보된다. 블랙코미디다. 이 선거에서 기권했던 사람들은 통탄할 노릇이겠지만.

 

18대 총선은 진보정당도 갈라섰지만 보수 정당은 유례가 없을 정도로 난립했다. 자유선진당이 만들어지더니 친박연대가 급조되고 무소속연대라는 것도 등장했다. 정치판이 동네 고스톱 판보다도 못하다. 백성이 얼마나 우스웠으면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가. 더 답답한 것은 이들이 거두어들일 의석수가 200석에 이른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소식을 접하면 갑자기 눈앞이 아득해진다. 우리 백성의 의식이 언제부터 이렇게 흘렀던가, 자문해 보지만 답도 나오지 않는다.

 

a  장터에 늘어 놓은 장독보다 선거 유세를 지켜보는 유권자의 수가 적다.

장터에 늘어 놓은 장독보다 선거 유세를 지켜보는 유권자의 수가 적다. ⓒ 강기희

장터에 늘어 놓은 장독보다 선거 유세를 지켜보는 유권자의 수가 적다. ⓒ 강기희

 

변한 것이 없는 정치권...신념을 포기하는 백성들  

 

정치적인 안정이나 견제나 이런 말도 하도 들어서 낯간지럽다. 여당인 한나라당이 야당 시절 외쳤던 말이고, 야당이 된 민주당이 여당일 때 외친 말들이다. 형편만 달라졌지 부르짖는 구호는 여전하다. 변한 것이 없는 정치권이라 하더니 그 말도 꼭 맞다. 그런 이유로 백성들이 자신의 생각과 신념을 포기하는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아무리 정치권이 개판이라 하더라도 그 정치권을 그 지경으로 만든 것이 백성 자신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백성이 정신 차리지 못하면 개판이 쥐판으로 바뀔지 모른다. 그렇게 되면 우리의 미래가 암울해진다. 

 

백성들은 명심해야 한다. 개판인 정치판을 이렇게 포기해버리면 백성은 어쩌면 권리를 영영 잃을지도 모른다. 권리를 포기한 백성이 누구에게 돌을 던질 수 있으며, 누구를 향해 손가락질을 하고 훈계를 할 수 있다는 말인가. 권리를 행사하지 못한 사람은 정치에 대해, 경제가 어쩌고, 물가가 저쩌고 할 말도 없는 것이다.

 

개판인 정치권을 향해 바른 소리를 하려면 적어도 자신의 권리를 행사한 후에 피를 토하거나 돌을 던져야 한다. 깨어있는 양심의 소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살아있는 양심이 절실하게 요구되는 시기가 18대 총선이다.

2008.04.08 17:47ⓒ 2008 OhmyNews
#18대총선 #보수 #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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