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플러스 시즌1, 무엇을 남겼나?

등록 2008.04.09 22:18수정 2008.04.09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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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플러스가 시즌1(이하 상플)이라는 타이틀을 내리고 다음 주부터는 시즌2라는 이름으로 돌아온다. 사실 상플 시즌1은 그 동안 프로그램의 정체성에 혼란을 겪으며 위태로운 항해를 계속하고 있었다.

프로그램의 절반이상을 차지하던 아나운서의 입지가 불분명해졌고, '우리말을 배우자'라는 기존의 정체성이 흔들리고 있었으며 '놀이문화의 올바른 정착'이라는 새로운 프로그램도 그다지 많은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플은 다소 무리하고 억지스럽게 프로그램을 이끌어가더니만 결국 2008년 3월을 기점으로 막을 내리게 됐다. 그리고 4월부터 시즌2를 내보낸다.

우리말 전도사

상플의 역사를 돌이켜보니, 상플이 예능프로그램으로써 많은 것들을 남겼다는 생각이 든다.

먼저 상플은 잊혀져가던 '우리말'을 새롭게 발굴해서 선보이는 역할을 해왔다. 그동안 상플에서 소개된 우리말만 하더라도 '천둥벌거숭이', '주전부리', '어깃장' 등 그 수를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이러한 상플의 시도는 기존의 예능프로그램에서는 볼 수 없는 참신한 것이었고 방송의 공적인 측면에 있어서도 매우 훌륭한 것이었다. 이 프로에서 소개된 우리말이 유행어가 되는 경우도 있었다. 이는 특히 중고등학교 학생들에게 매우 긍정적인 영향력을 끼쳤다.


여기에 세대간의 격차를 줄인다는 명목으로 10대의 단어들과 40,50대의 단어들을 함께 이야기함으로써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여지를 많이 남기기도 했다.

아나테이너의 문을 열다


아나운서와 엔터테이너의 합성어인 아나테이너의 입지를 확고히 한 것은 영락없는 상플의 힘이었다. 상플은 우리말이라는 소재를 소개하는 이로 아나운서를 선택했고 딱딱한 아나운서의 이미지를 개그맨들과 함께 융화해나가면서 아나테이너들이 생성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

그래서 노현정, 최송현과 같은 아나테이너들이 지금의 인기를 구가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아나테이너들의 활약은 예능 프로그램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부상하며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주게 되었으며 기존의 예능 프로그램의 틀을 새롭게 바꾸는 역할을 하게 됐다.

또한 다른 프로그램에도 영향을 미쳐 방송마다 거의 없었던 여자 진행자들의 빈자리를 아나테이너들로 채웠고 극단적으로 치닫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중도를 지키는 출발선이 되었다.

댓글, 닉네임 등 인터넷 문화를 선도하다

상플의 성공요인 중에 하나는 바로 인터넷 문화를 적절히 활용한 점이다. 상플은 처음 시작할 때부터 인터넷 문화를 기본 바탕으로 삼고 시작했으며 이는 개선을 거듭하다가 닉네임과 댓글로 변형되어 정착되었다.

특히 상플이 선정한 닉네임은 개그의 소재로도 사용되어 많은 웃음을 선사하였고, 토크쇼 진행에도 새로움을 불어 넣었다. 댓글 문화는 세대간의 문화 격차를 좁히는 역할을 했으며, 21세기 인터넷 언어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하나의 밑거름이 됐다.

한국적 의상의 멋스러움

상플은 프로그램의 특성에 맞게 의상에도 많은 부분 신경 썼는데 특히 그들이 입고 나온 티나 조끼는 한글이나 전통의 독특한 문양을 본따서 만든 경우가 많았다. 원래 예능 프로그램 출연자들은 옷을 자유롭게 입는 경우가 많은데, 단정하게 차려 입은 상플의 진행자들의 모습은 예능의 잔잔한 재미를 더하는 동시에 보는 즐거움까지 안겨줬다.

이렇듯 상플은 다른 예능 프로그램과의 차별화 전략이 성공하면서 새로운 토크쇼를 형성했으며, 공영방송 타이틀을 지닌 KBS에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줬다. 또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전통과 한글을 활용한 첫 번째 성공 케이스로 남게 됐다.

아쉽지만 상플의 시즌1은 끝이 났다. 똑같은 구조에서 오는 소재 고갈과 재미의 반감, 진행자들의 역량에 너무 기댄 스타 댓글, 우리말 대결 이후 성공하지 못했던 코너의 교체 등 상풀은 이미 많은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었다.

상플 시즌1이 유종의 미를 거둘 때가 온 것이다. 그리고 상플이 다음주부터 시즌2의 이름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시즌2가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상플 시즌2의 진행자로 선정된 신정환과 탁재훈은 이미 많은 프로그램에서 함께 활약을 했기 때문에 식상함이 있다. 이효리가 새로운 진행자로 발탁되었지만 기존 예능프로그램에서 그녀 또한 많은 활동을 해왔다.

이 식상함의 한계에서 출발하는 시즌2가 우리말을 적절히 활용해 성공했던 시즌1의 자리를 뛰어넘을 수 있는 정체성을 찾는 일이 시급하다. 정말 상플 시즌 2가 탁재훈과 신정환의 말장난이 반 이상 차지하는 토크쇼가 되지 않기를 원한다. 상플이 기존의 예능프로그램과 똑같아진다면 화요일의 밤 시간대의 즐거움은 사라질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미디어다음 블로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미디어다음 블로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상상플러스 #우리말 #아나테이너 #상플 #인터넷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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