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사 및 살사의 원류인 쿠바 음악을 포함하는 카리브 음악 공연팀의 횟수나 수준에 있어서, 2007년은 그 어느 때보다도 풍성한 한 해였다. 일반적으로 카리브의 여름과 연결되어 빠르면 5월경에 공연이 시작되었던 관례를 깨고 2007년에는 3월부터 10월까지 공연이 다양했고 이와 더불어 브라질이나 아프리카 음악 공연도 많았던 한 해였다.
공연 일정을 되짚어보자면 3월 15일 전설적인 쿠바 재즈 "이라케레(Irakere, 이라께레)"를 이끌고 있는 추초 발데스 (Chucho Valdes), 5월 1일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의 마지막 보컬리스트인 오마라 포르투온도 (Omara Portuondo, 오마라 뽀르뚜온도), 8월 17일 베네수엘라의 오스카 데레온(Oscar d'Leon, 오스까 델레온: 오스카 디 레옹은 오기), 8월 24일~26일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으로 알려진 팀발레스 연주의 거장 아마디토 발데스(Amadito Valdes, 아마디또 발데스), 10월 6일 쿠바 역사상 최고의 밴드 로스반반(Los Van Van: 로스방방은 오기)이 있었다.
그 외에도 8월 인천 재즈 페스티벌에 쿠바의 최고 재즈 피아니스트인 곤살로 루발까바(Gonzalo Rubalcaba: 허비 행콕이 "손가락을 잘라 버리고 싶다"라고 할 정도로 피아노 기교가 뛰어난 연주자)가 오기로 예정되어 있었는데 함께 공연 예정인 찰리 헤이든(Charlie haden, 미국인으로서 제3세계의 혁명에 대한 지지와 다양한 실험으로 재즈계의 혁신을 이끄는 베이스 연주자)의 공연이 건강문제로 취소되는 바람에 불발로 끝나기도 했다. 거론된 음악인들은 모두 그래미 상이나 필적하는 상을 수상한 화려한 경력의 A급 연주자들이다.
추초 발데스는 66세의 재즈 피아니스트로서 2001년 공연 이후 2007년이 두 번째 방문이었고, 클래식과 스탠더드 및 퓨전재즈 음악과 접목시킨 자유로운 재즈를 4인조 연주로 펼쳐 보였다. 공연 도중 퍼커션에 맞춰 두 번이나 춤을 추어 흥을 돋우었으며 예닐곱번의 기립박수와 두 번의 앙코르를 받았다. 구성은 드럼, 퍼커션, 콘트라베이스(더블 베이스), 피아노. 그래미 상만 4~5회 수상했고, 역시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의 멤버이며 서울예술기획이 주최했다.
오마라 뽀르뚜온도는 77세의 할머니로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의 마지막 보컬리스트다. 2005년 내한공연 때 약속했던 대로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아리랑을 불러 환호를 받았다. 1997년 그래미 상 수상(Veinte anos), 2004년 그래미 노미네이션(Flor de Amor), 2005년 빌보드 어워드 수상(Flor de Amor)의 화려한 경력의 오마라 뽀르뚜온도는 쿠바의 "에디뜨 삐아프"라고 불린다. 6인의 연주자들과 함께 90여분간 다양한 쿠바의 음악을 들려주었다. 프라이빗 커브가 주최했다.
오스카 데레온은 베네수엘라의 베이시스트이자 소네로(즉흥 노래가 자유자재로 가능한 싱어)로서 자신의 오케스트라와 함께 한국을 방문했다. A&A사의 작년의 로스반반 초청에 이은 두 번째 라틴음악공연. 일본의 티엠포 이베로아메리카노(Tiempo Iberoamericano 띠엠뽀 이베로아메리까노)는 2007년으로 라틴 음악인의 전일본 순회공연을 한지 11년이 되었고 2006년부터는 한국의 A&A와 함께 이를 아시아 투어로 확대시켜 진행하고 있다.
초반에 대여섯곡을 논스탑으로 노래하는 실력을 과시한 뒤, 각 음악인들의 솔로와 딸의 벨리댄스 공연을 섞어서 전체 공연을 노래 사이사이에 쉬는 시간 없이 이어서 공연했다. 65세의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무대위에서 베이스를 연주하며 춤을추는 동시에 노래까지 하는 모습을 보여 관객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아쉬웠던 점은 세계의 탑 살사 음악인으로 손꼽히며 수상경력도 화려한 공연에 홍보 부족 또는 인식 부족으로 500여명 조금 넘는 관객들이 모였다는 점이다. 티켓 가격(전석 7만)이 타공연에 비해 높았던 점도 지적되었다.
아마디또 발데스는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에서 띰발레스를 연주한 쿠바인으로, 띰발레스 연주법 자체의 혁명을 가져온 장인이다. 본래는 아마디또와 그의 밴드를 초청하려 했으나 쿠바 출국 허가를 얻지 못해, 아마디또는 쿠바에서, 함께 연주하는 밴드는 스페인에서 날아왔다. 또 아마디또의 출국일이 늦어져 원래의 목,금,토 공연이 금,토,일 공연으로 바뀌었다. 레퍼토리는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의 곡들로 아마디또는 두세곡에서 띰발레스 연주를 보여주었는데, 탁월한 연주법과 기교에 관객들은 환호를 보냈다. LIG라는 다소 작은 공간(160여석)에서 이뤄진 공연인 데다가, 공연장소가 많이 알려지지 않았고, 티켓 가격(5만, 10만)이 비싼 탓에 국내 공연계에 큰 파급력을 주지 못했던 것이 아쉬운 점으로 지적되었다.
10월 초에는 <원월드뮤직 페스티벌>이 문광부 복권기금으로 개최되었다. 브라질, 아프리카, 쿠바 외의 다양한 월드 뮤직을 보여 주는 축제였는데, 의도와 달리 조직과 운영면에서는 초보자로서의 실수를 많이 드러내기도 했다. 원래는 쿠바의 로스반반과 보컬샘플링(Vocal Sampling: 아카펠라로 손,살사 등의 음악을 연주하는 그룹)을 초청하려 했으나 공연 3주전 보컬 샘플링이 취소되었고 - 쿠바 정부기관에 문의했더니 비자 문제가 있었다고 한다 - 쿠바에서는 로스반반이 2006년에 이어 두번째 내한했다. 꼭 애호가가 아니더라도 세계적으로 월드 음악을 좋아하는 관객들에게는 이미 친숙한 이름이기도 한 로스반반. 공연시간이 늦고 (밤12시), 장소가 멀었던 관계로 (경기도 이천) 살사인들 및 라틴 대사관 참석인사는 전무했지만, 남아 있던 관객들을 단박에 일으켜 모두 춤추게 하는 저력을 보여 주었다.
2008년 역시 A&A 에서는 라틴 음악 공연을 지속할 것이고, LIG에서도 스타급은 아니더라도 라틴 음악에 관한 공연을 하나 이상 가지고 갈 계획이라도 밝혔고, 원월드 뮤직 페스티벌의 향방은 아직 모르는 상황이다. 로스 반반 공연에서는 일본에서 온 한 커플을 만났었다. 그들은 로스반반을 따라 함께 전세계를 순회했다고 한다. 유럽에도 가고, 한국에도 오고. 이들을 보면서, 한국에서도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 뿐 아니라, 살사를 춤추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음악과 음악인에 대한 관심이 늘어 소중한 공연들을 놓치지 않고 찾아보게 되었으면 하는 소망을 가져본다. 덧붙이는 글 | www.latin24.com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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