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선한 386, 광야에서 '길찾기'

등록 2008.04.14 18:07수정 2008.04.14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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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송수경 기자 = 18대 총선 결과 '야인'으로 돌아가게 된 통합민주당의 '386 군단'이 찬겨울을 맞게 됐다.

 

진보와 개혁을 아이콘으로 17대 국회에 화려하게 등장했지만 4.9 총선에서 줄줄이 낙마, 차디찬 광야에서 와신상담하며 4년 뒤를 기약해야 할 처지가 됐다.

 

이번 총선에서 전대협 1∼3기 의장인 이인영, 오영식, 임종석 의원과 우상호 의원 등 이른바 '386 스타군단'과 전대협 세대인 정봉주, 정청래, 이기우, 김태년 의원 등이 수도권에 불어닥친 한나라당 '열풍'에 밀려 낙선했다.

 

이들은 당분간 여의도와는 일정한 거리를 둔 채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며 각자도생의 길을 걸을 것으로 보인다. 중앙정치에 무게중심을 둔 나머지 지역구 닦기에 소홀했다는 지적을 받아온 만큼 지역관리에도 공을 들여 '내공'을 쌓는다는 계획이다.

 

일부에서는 제도권 입문 후 정치활동에 대한 자성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연세대 총학생회장, 전대협 부의장 출신의 우상호 의원은 11일 '대변인직 사퇴의 변'을 통해 "지나간 대변인 시절은 행복한 시간이었지만 동시에 당 지지율이 10% 안팎을 넘나들고 모든 선거에서 패배하는 것을 지켜봐야 했던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다"며 "낙선을 계기로 보다 근본적인 성찰을 시작하려고 한다. 눈앞에 닥친 과제들과 시름하느라 정말 중요한 가치를 놓치고 있지 않았는지 점검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그는 17대 국회 들어 22개월간 대변인으로 활동하는 등 여권의 최장수 대변인 기록을 세웠다. 우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일단은 주변을 추스른 뒤 (386 인사들과) 함께 진로를 고민해야 하지 않겠는가 싶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허리디스크 증상으로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서울 구로갑에서 한나라당 이범래 당선자에게 석패한 이인영 의원은 11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아직 깊이 생각하지 못했다"면서도 "시대의 변화에 맞춰 새롭게 사회를 운영할 대안을 찾아 봐야하지 않겠는가. 부족한 부분에 대한 공부를 열심히 하고 지역관리에도 보다 신경을 쓸 것"이라고 말했다.

 

386의 선두주자로 승승장구하다 3선고지 등정에 실패한 임종석 의원은 당분간 휴지기를 가진 뒤 생활정치를 모토로 부족한 분야에 대한 공부와 지역구 다지기에 주력할 예정이다. 한 지인은 "6개월∼1년간 유학을 다녀올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386 출신의 한 낙선인사는 "당장 먹고 사는 문제에 부딪히게 된 현실적 측면도 있다"며 "여러가지로 막막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전당대회 개최와 맞물려 당 재정비 과정에서 당직 등에 일부 참여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오영식 의원은 "바깥에 있더라도 당의 정비 과정에서 일정 역할이 있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낙선자 연대' 형태의 블록을 구축하는 등 공동행보를 통해 원외 구심점 역할을 모색하기 위한 움직임도 감지된다. 386세대의 '맏형' 격으로, 공천 배제로 인해 무소속으로 출전했던 신계륜 전 사무총장을 축으로 해 386인사들이 뭉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정봉주 의원은 "원내를 뒷받침하기 위한 '낙선자 연대'를 구성하는 방안을 고심중으로 몇몇 의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386 이름으로 당장 뭉치는 것은 바람직하다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이번 총선을 통해 386그룹에 대한 민심의 차가운 현주소가 확인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성과 내부성찰에 심혈을 기울이고 2010년 지방선거를 전후해 활동 재개의 모멘텀을 찾아야 하지 않겠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신계륜 전 총장은 "조만간 386 인사들과 한번 볼 생각이긴 하지만 당장 모임을 만들거나 할 경우 정치적 행로 내지 독자행보로 비쳐질 수 있다"며 "지금은 일단 상황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국민의 용서와 이해를 구하면서 초심으로 돌아가 상황을 극복하는 게 중요하다. 386 스스로 몸을 낮추고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당내 한 인사는 "386그룹이 뭉쳐서 생산적 결과를 내놓지 못하면 또다시 집단적 비판 대상이 되면서 민심으로부터 외면받을 수 있다"고 경계했다.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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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14 18:07 ⓒ 2008 OhmyNews
#18대 총선 #3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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