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에서 남성으로... 세 명의 FTM

[제10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옥랑상 수상작 < 3XFTM >

등록 2008.04.16 18:37수정 2008.04.16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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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N개의 성이 있다고 한다. '지구양'과 '환경군'이 결혼을 하고 싶을 수도 있고,  '지구양'과 '환경양'이 결혼을 하고 싶을 수도 있고, '지구군'과 '환경군'은 결혼은 하지 않고 사랑만 하고 싶을 수도 있다. 또 어떤 경우에는 '지구양'과 '환경군'이 결혼을 하는데, 알고보니 '환경군'은 '환경양'에서 성전환 한 남자였을 수도 있다. 제10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옥랑상 수상작 <3XFTM>은 바로 마지막 경우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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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XFTM ⓒ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세 명의 FTM, 여성영화제와 조우하다

고종우 = "호르몬 주사는 내게 맞는 것이 들어왔다는 느낌. 엄마 뱃속에서부터 남자였다. FTM((female to male. 여성에서 남성으로 성을 바꾼 이)에게 할 수 있는 배려는 과거를 묻지 않는 것."

고종우씨는 8년째 남성 호르몬을 투여해왔다. 현재 신문배달을 하며 성전환 수술비를 모으고 있다. '생리'라는 단어를 입에 담기도 싫다는 고종우씨는, 외형적으로 자신이 여성으로 보일까 가끔 염려한다. 그는, 이 다큐멘터리를 통해 자신이 FTM이라는 사실이 '뽀록'나서 살짝 불만이다. 정체성 찾아가는 영화는 이제 식상하니, '어느 조폭 두목이 알고 보니 FTM이더라'하는 새로운 트랜스젠더 영화가 등장하기를 기대하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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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XFTM ⓒ 서울국제여성영화제


한무지 = "나는 남자로 보여야 했고, 남자로 보이고 싶었다. 오토바이 타고 다니며 담배 피는 여자를 꾸짖는 마초였다. 성차별 때문에 성전환했다고 단순하게 말할 수 없는 '일체감, 조화감'이 있다."

한무지씨는 "함께 사우나 가자"며 '남자들의 우정'을 느끼게 해줬다는 오랜 친구 앞에서만은 장난기 자제가 안 된다. 버스 뒷자리에 앉아있다가 '난, 왜 이렇게 예쁜 남자가 앉아 있나 했어'하는 말을 들었던 경험이 '너무 좋았다'고도 말한다. 영화는 한무지씨의 가슴절제 수술을 따라간다. 한무지씨의 여동생은 '언니'라고 불러왔던 가족을 '오빠'라고 부르기 힘들었던 속내를 털어놓는다. 힘들었던 경험이지만 "앞으로는 우리 오빠 남자답다고 봐주셨으면 좋겠어요"라는 부탁의 말도 잊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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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XFTM ⓒ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김명진 = "여자로 취직했을 때에는 설거지를 시켰다. 주민등록번호 1번이 된 후 내가 이전에 여성이란 이유로 차별받고 있었음을 확신했다. 성차별 없었다면, 성전환 안 하고 그냥 살았을 것."


김명진씨는 호르몬 외에 어떤 성전환수술도 하지 않은 채 1년 전 호적 상 성별변경을 했다. 주민등록번호를 2에서 1로 바꾸면 모든 것들이 일시에 해결될 거라 믿었고, 대법원에서 판례를 변경해 성별변경 허가를 해주었을 때 세상을 모두 얻은 것 같았다. 그러나 싸워야 할 문제들은 많이 남아있었다. 꿈에 그리던 대기업에 취직했지만, 'XX여자고등학교'라는 졸업장이 발목을 잡았다. 징집대상에 포함되면서 징병검사를 받게 되는데, 검사관은 육안으로 성기를 확인하기를 고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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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XFTM ⓒ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생존의 문제, 관객과의 대화 시간 뜨거운 호응


4월 12일 저녁 2년 반의 제작기간을 거친 <3XFTM>이 공개되었다. 바닥을 칠까 염려스러웠던 이 다큐멘터리는, 오만했던 관객의 우려를 산산조각 냈다. 소수자이기에 힘든 삶을 살 거라는 편견, 그야 물론 세상은 호의적이지 않았지만 여기에 대응하는 세 명의 트랜스젠더는 기자보다 갑절은 건강하고 명랑했으며, 덕분에 영화는 즐거웠다.

자리를 떠나지 않은 관객들은 무대에 오른 김일란 감독과 두 명의 트랜스젠더 출연자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왜 성전환자의 삶을 선택했느냐, 여자를 사랑했기 때문이냐"고 묻는 질문에 김명진씨는 "그렇다. 지금은 헤어졌지만 당시에 사랑하던 사람이 있었고, (성별 변경이) 그 사람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라고 생각했다. 여자친구는 당시 '지금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한다'며 만류했고, 지금은 헤어졌다. 최고의 선물이란 건 내 착각이었다"고 답했다.

한무지씨는 "나는 좀 다른 근거에 기반해 정체성을 찾았다. 당시 파트너는 지지해주었다"고 답했다.

종이에 써온 의견을 차례로 읽어내린 두 남성은 "언젠가 우리도 아무렇지 않게 돌아다닐 수 있는 날이 올 것이고 그때까지 싸우겠다"고 다짐했다. 한 남성 관객은 "나는 관심 없던 영화제였는데 여자친구 과제한다고 해서 따라왔다. 뜻밖에 정말 잘 왔단 생각을 했다"며 "여태껏 트랜스젠더, 특히 MTF(남성에서 여성으로 전환)에게 편견이 많았는데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하며 다시 생각해볼 기회를 갖게 되었다"고 감상을 전했다.

다른 트랜스젠더나 정체성 혼란을 겪는 사람들에게 해주고픈 말을 묻자 김명진씨와 한무지씨는 "다른 사람이 해결해줄 수 없는 문제다. 스스로 잘 판단하고 선택하길 바란다. 그리고 선택했다면, 그 선택에 책임질 수 있는 삶을 살길 바란다. 행복하라"고 답했으며, 주말저녁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은 지지의 박수를 보냈다.

15일 저녁 8시 아트레온 13층에서 손희정 프로그래머의 사회로 진행된 'talk to her 쾌girl-女담'에 김일란 감독과 한무지, 김명진 두 FTM이 자리를 함께 했다. 만석을 이룬 대담에서는 다큐멘터리 제작 배경과 FTM 안에 존재하는 차이, 두 가지 성으로 살아봤기 때문에 느낄 수 있었던 성차별 등에 대해 심도 있는 이야기가 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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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XFTM ⓒ 서울국제여성영화제




#3XFTM #서울국제여성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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