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한바탕 봄에 꾸는 꿈?

헛된 꿈일지라도 가끔씩 꿈을 꾸자

등록 2008.04.17 17:38수정 2008.04.17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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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보리밭 여수 소라면 달천의 청보리밭

보리밭 여수 소라면 달천의 청보리밭 ⓒ 조찬현




어떤 시인이 노래했습니다. 봄은 황소의 뿔이라고.

봄이 질긴 땅거죽을 두 개의 뿔로 뚫고 나옵니다. 황소의 누런 등가죽 같은 황토 흙을 뚫고 봄이 여기저기서 마구 뛰쳐나옵니다. 한겨울의 긴 아픔을 뒤로 한 채 희망으로 파릇파릇 솟구치는 따스한 봄날입니다.

인생은 한바탕 봄에 꾸는 꿈(一場春夢)이라지만 헛된 꿈일지라도 가끔씩 꿈을 꾸어보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로또에 당첨된다면?' '나에게 1억이 생긴다면?' 그런 기대감에 부푼 순간은 행복을 느낄 겁니다.

기사를 송고해놓고 '어디에 배치될까? 독자들이 이 글을 얼마나 볼까?' 이렇게 소박한 꿈을 꾸는 것도 괜찮습니다. 라디오에 사연을 보내놓고 그 사연을 기다리는 설렘도 즐겁습니다. 내가 보낸 사연이 좋아하는 DJ를 통해서 전파를 탔을 때의 그 짜릿함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기쁨입니다.

사랑하는 이에게 용기가 없어서 전하지 못하고 가슴에 담아두었던 이야기, 축하해주고 싶은 사연, 기쁜 일이나 기념일에 라디오 전파를 타고 전해져 오는 사연은 그 기쁨이 배가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기사로 출고 되었을 시의 기쁨 또한 그렇습니다.


a 보리밭길 달천의 보리밭길

보리밭길 달천의 보리밭길 ⓒ 조찬현



a 청보리밭 청보리밭 풍경

청보리밭 청보리밭 풍경 ⓒ 조찬현




a 보리이삭 보리이삭이 영글어간다.

보리이삭 보리이삭이 영글어간다. ⓒ 조찬현



만약 10만원이 생긴다면?

만약 10만원이 생긴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사용하시겠습니까?

나는 가족과 함께 봄나들이를 가겠습니다.

딸아이가 이제 고3입니다. 딸아이는 집을 떠나 객지(전남 장성)에서 학교를 다닙니다. 언제나 방긋거리며 매주 얼굴을 보여주던 딸아이가 고3이 된 이후로는 한 달에 한번밖에 집에 오지 않습니다.

항상 곁에 두어도 건강은 괜찮은지?, 공부는 잘하고 있는지? 별일은 없는지? 이런저런 근심걱정이 떠나지 않는 게 부모의 마음인데. 부모와 떨어져 있으니 전화기를 통해 들려오는 목소리가 조금만 이상해도 "어디가 아픈 거야?" 하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곤 합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는 게 자식이라지만 몇 주만 못 봐도 부모는 이렇게 애가 탑니다. 매주 집에 오던 아이를 이제는 한 달에 한번밖에 못 보니 아내는 걱정이 태산입니다. 건강이 좋지 않아 본인의 몸 추스르기도 힘들 텐데 말입니다.

사또 덕분에 나팔 분다고, 만약 나에게 10만원의 돈이 생긴다면 아무튼 딸아이 핑계 삼아 딸아이가 다니는 학교 교정으로 봄 소풍을 다녀와야겠습니다.

민들레 홀씨 되어 하늘을 둥둥 떠다녀 

a 민들레 민들레꽃과 홀씨

민들레 민들레꽃과 홀씨 ⓒ 조찬현



딸아이의 안부도 직접 확인하고, 학교생활에 지친 딸아이 응원도 하고, 걱정하는 아내의 조바심도 덜어주고요. 아침마다 안부전화를 받는 것보다야 이렇듯 찾아가면 여러모로 사기에도 도움이 되겠죠. 실은 표현은 안 해도 저 역시도 보고픈 마음은 꿀떡같습니다.

10만 원으로 아내와 함께 동네 골목시장에 가서 장을 봐서 음식을 만들어 딸아이에게 맛난 걸 잔뜩 준비해서 가져가야겠습니다. 딸아이 친구 녀석들도 몇 명 불러서 자리를 함께 하렵니다. 사먹으려면 10만 원이 적은돈이겠지만 집에서 준비하면 10만 원은 큰돈입니다.

10만 원에서 교통비(기름 값, 톨게이트비용) 4만 원 제하고 나면 6만 원 정도 여유가 있습니다. 그 돈으로 집에서 음식을 준비하면 5~6명의 음식 장만은 가능합니다.

아내는 콧노래를 부르며 밤새 재료 준비를 하고 다음날 새벽같이 일어나 음식을 만들겠죠. 꼬마김밥에 떡볶이, 야채샐러드…. 여러 가지 과일도 깨끗이 씻어 차곡차곡 소풍 바구니에 담고 주전부리용 과자와 생활용품 옷가지 등도 주섬주섬 챙길 겁니다. 오랜만에 누려보는 멋진 가족소풍이 될 겁니다. 벌써부터 가슴은 설렘으로 가득합니다.

산들산들 불어오는 봄바람이 시원스레 느껴지는 따스한 봄날, 나무그늘 아래 돗자리를 깔고 옹기종기 모여앉아 음식을 먹는 재미가 퍽 좋을 듯합니다. 학교 정원의 민들레는 봄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리며 홀씨를 흩날리겠죠. 우리 가족의 마음처럼 꿈을 한가득 싣고 둥둥 하늘을 떠다닐 겁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U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U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인생 #일장춘몽 #교정 #봄 소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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