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제비꽃인가요? 제 눈에는 옹알이하는 아기같이 고와 보입니다.
김진원
그런데 상황이 바뀌어졌다. 아들과 딸이 서울에서 학교를 다니게 되었고, 그래서 우리 4 식구는 지금 두 집 살림을 하고 있다.
두 아이가 살 집을 구하고 아이들이 살 수 있도록 가구며 집기들을 사들이고 꾸며줄 때까지는 참 재미있었다. 마치 내가 새로 신접 살림을 차리는 것처럼 흥분도 되고 기대됐다. 내 마음은 오직 아이들에게만 가 있었다.
그런데 자식 둘이 빠져나간 집은 썰렁했다. 같이 웃고 뒹굴던 거실엔 이제 나 혼자밖에 없었다. 신학기가 시작되자 바빠진 남편은 매일 늦게 들어왔고, 그래서 종일 나 혼자서 텅 빈 집에 있었다.
책을 봐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고 신문도 재미가 없었다. 텔레비전 역시 아무 재미가 없었다. 난 갈 바 없는 사람처럼 어찌할 바를 모른 채 며칠을 보냈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은 위기감이 들었다. 앞으로 우리 부부 둘이서 살 날이 얼마나 많은데, 이렇게 재미없이 살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남편에게 그랬다.
"여보, 당신도 재미없지? 나도 재미 하나도 없어. 내가 자식들한테 올인한 엄마도 아니었는데, 아이들이 없으니 아무 재미도 없네. 우리 이래 살면 안 되겠다. 앞으로 살 날이 얼마나 많은데, 이래 재미없이 살면 어떡해? 우리 둘이 같이 할 수 있는 걸 만들자. 같이 다니자." 정말 그랬다. 남편과 나는 좋아하는 운동도 달랐고 즐겨하는 취미생활 역시 서로 달랐다. 하지만 찾아 보니 둘이 함께 할 수 있는 게 있었다. 바로 사진 찍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