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카나리아'를 연주하는 광대들
컬쳐아이
문화평론가 정윤수씨의 블로그(blog.ohmynews.com/booking) 글을 읽다가 4월 16일이 찰리 채플린이 태어난 날이란 걸 알았다. 20세기의 위대한 예술가이자 광대인 찰리 채플린, 그가 태어난 바로 그날 채플린의 후예인 러시아 광대예술가들이 서울을 다시 찾아왔다.
러시아 예술가 슬라바 폴루닌이 연출한 <스노우쇼> 공연팀이 한국을 방문했다. 이번이 다섯번째다. <스노우쇼>는 2001년 국내 첫 공연 이후 6만 여 명의 관객을 순백의 감동으로 웃기고 울렸던 작품이다. 이미 3월부터 전주 광주 대구를 돌며 관객과 행복한 만남을 가져왔다.
자신의 몸을 악기처럼 연주하는 광대들서울 공연 둘째 날 아내와 함께 한전아트센터를 찾았다. 극장에 들어서니 무대와 객석 바닥에 작게 직사각형으로 잘라낸 흰 종이들이 눈처럼 소복이 쌓여 있다. 무대 위에는 별들이 점점이 박힌 파란 하늘 배경들이 천정에서 내리워져 있다. 어디선가 기차의 기적소리가 울린다. 그리고 암전.
조명이 다시 들어오고, 무대 한 편에서 빨간 주먹코에 헐렁한 노란 옷을 입은 피에로 분장의 광대가 등장한다. 그의 손에는 밧줄이 들려 있다. 그는 밧줄의 고리를 자신의 목에 걸고 천천히 당기기 시작한다. 그런데 밧줄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당기는 속도가 빨라진다. 긴장이 웃음으로 바뀐다.
결국 끌려나온 밧줄의 끝에는 또 다른 광대가 똑같이 고리에 목을 걸고 있다. 그 광대는 2미터 가까운 키에, 잠자리날개 모양의 챙이 달린 모자를 쓰고, 연두색 외투를 입고, 새의 부리처럼 길게 뻗은 신발을 신었다. 서로 쳐다보며 어리둥절해한다. 그들의 운명은 그렇게 엮인 것일까. 이후 1시간 10분 동안 펼쳐질 환상의 세계는 그렇게 막을 올렸다.
홀쭉이와 뚱뚱이 또는 거꾸리와 장다리를 닮은 두 광대는 다른 네 광대와 어울려 서로 만나고, 기뻐하고, 장난치고, 사랑하고, 다투고, 헤어지고, 아파하는 외로운 영혼을 서정적으로 그려낸다. 작은 광대에게선 채플린 영화 속 떠돌이의 모습이 비치고, 큰 광대에게선 '태양의 서커스'의 퀴담이 겹쳐 보인다. 또한 그들은 부조리한 세상에 던져져 하염없이 누군가를, 무언가를 기다리는 <고도를 기다리며>의 두 주인공 같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