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날씨에 화들짝 놀라 고개든 고사리

첫 번째 수확한 고사리 구경하세요

등록 2008.04.20 14:14수정 2008.04.20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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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고사리가 군락을 이루고 있어 잠깐동안 이렇게 많은 고사리를 꺾을수 있습니다. 장소는 비밀입니다.

고사리가 군락을 이루고 있어 잠깐동안 이렇게 많은 고사리를 꺾을수 있습니다. 장소는 비밀입니다. ⓒ 조정숙


여름이 꽃피는 봄을 시샘하여 새치기하던 날인 19일, 주말을 이용해 부모님 댁을 찾았습니다. 이틀 전 부모님께서 전화를 하셨기 때문입니다. 비가 내린 뒤 고사리가 쑥쑥 나오기 때문에 고사리를 꺾자고 전화를 하신 것입니다.


올해에는 고사리가 나올 때쯤 꼭 전화를 해달라고 부모님께 미리 부탁을 해둔 터라 전화를 하신 것입니다. 고사리나물을 유난히 좋아하는 저는 고사리를 꼭 한번 꺾어 보고 싶었습니다. 해마다 부모님께서 고사리를 꺾어 삶아서 정성스레 말린 고사리를 집에 올라오실 때쯤은 바리바리 싸서 가져 오시거나 제가 내려갈 때쯤이면 말려 놓았던 고사리를 싸주시기 때문에 삶아서 볶아 먹거나 조기를 넣어 지져먹거나 했습니다. 올해에는 꼭 한번 고사리를 꺾어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부모님께 부탁을 해 놓았던 것입니다.

a  고사리를 꺾는 즐거움은 체험을 해봐야 압니다.

고사리를 꺾는 즐거움은 체험을 해봐야 압니다. ⓒ 조정숙


a  저두 처음으로 고사리를 꺾어봤습니다.즐거움이 쏠쏠합니다.

저두 처음으로 고사리를 꺾어봤습니다.즐거움이 쏠쏠합니다. ⓒ 조정숙



a  옆구리에 꿰고 있는 주머니가 어머니께서 직접 만드신 고사리 담는 주머니입니다. 특허를 내도 될것 같습니다.

옆구리에 꿰고 있는 주머니가 어머니께서 직접 만드신 고사리 담는 주머니입니다. 특허를 내도 될것 같습니다. ⓒ 조정숙


부모님 댁은 작고 아담한 산이 병풍처럼 둘러싸여 있는 산자락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9년 전 귀향하여 집을 짓고 살고 계시기 때문에 30~40미터만 걸어 나가면 산나물이 있고 소나무 사이로 새들이 날아가며 지저귀는 소리를 들으며 산책을 할 수 있는 길이 나옵니다.

부모님 댁에 도착하자 간단한 차림으로 갈아입고 고사리가 많이 자라는 곳으로 향했습니다. 부모님은 매년 고사리 꺾는 것을 즐겨 하셨기 때문에 어느 장소에서 고사리가 많이 나온다는 것을 잘 알고 계십니다. 올해 들어 처음 고사리를 꺾기 때문에 혹시나 아직 나오지 않았으면 어쩌나 조바심도 했지만 뜨거운 날씨에 화들짝 놀란 고사리가 빼곡히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고 올라옵니다.

이렇게 고사리가 많이 자라고 있는 것은 처음 보는 나는 너무나 기쁜 나머지 와! 심봤다! 하고 탄성을 지르고 말았습니다. 염려했던 것이 무색하리만큼 고사리가 군락을 이루고 대지를 뚫고 고개를 내밀고 있습니다. 주로 묘지 주위에 고사리가 많이 자라고 있습니다. 참 신기하기도 합니다. 고사리를 꺾다보면 지나쳤던 자리에 또 다른 고사리가 있습니다. 고사리는 위에서 찾으면 잘 안보이지만 아래서 위로 보아야 잘 보인다며 남편은 자상하게 가르쳐 줍니다.


a  1시간정도 꺾은 고사리의 양이 이정도 입니다. 대단하지요?

1시간정도 꺾은 고사리의 양이 이정도 입니다. 대단하지요? ⓒ 조정숙



a  삶은 고사리를 어머니께서 장독대위에 펼쳐놓고 계십니다.

삶은 고사리를 어머니께서 장독대위에 펼쳐놓고 계십니다. ⓒ 조정숙


a  고사리를 삶아 장독대위에 살짝 말려서 집으로 가져왔습니다.

고사리를 삶아 장독대위에 살짝 말려서 집으로 가져왔습니다. ⓒ 조정숙




어머니께서는 고사리를 꺾을 때 허리도 아프고 무릎도 쑤시지만 통통한 고사리를 보면 아픈 곳도 모두 잊게 되고 신이난다 하십니다. 고사리 수확을 하여 파릇하게 삶아 빛 좋은 장독대위에 말리기 위해 얹어 놓으면 부자가 된 기분이 된다고 하십니다.

자식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상상하면 더욱더 마음이 뿌듯하다 하십니다. 그게 부모님 마음인가 봅니다.  고사리를 꺾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고사리 손이 생각납니다. 보송보송 솜털이 나있고 통통한 것이 아기 손 같습니다. 그래서 애기들 손을 보며 고사리 손 같다 표현하나봅니다.

고사리는 잠깐 한숨을 돌리고 미쳐 꺾지 않으면 꼭 쥐었던 고사리 손을 금방 펴고 맙니다. 그러면 고사리로서의 생명을 다합니다. 고사리 손을 펴면 먹지 못합니다. 그래서 시기를 잘 맞춰서 고사리를 꺾어야합니다.

고사리를 꺾어도 바로 삶아서 말려야지 그렇지 않으면 꺾어놓은 고사리가 쇠고 맙니다. 시간이 좀 지나도 쇠지 않게 하려면  고사리를 꺾을 때 꺾는 부분을 손으로 살짝 뭉개주면 시간이 약간 지나도 쇠지 않는다고 아버님께서 말씀해 주십니다. 많은 것을 배웁니다. 처음 꺾어보는 고사리인지라 신명도 나지만 이러다 고사리 박사가 될 것 같습니다.

a  고사리손 같은 고사리입니다.

고사리손 같은 고사리입니다. ⓒ 조정숙


a  조카딸의 고사리손입니다.

조카딸의 고사리손입니다. ⓒ 조정숙



쇠지 않게 하기 위해서 어머니께서는 고사리를 삶아 장독대에 펼쳐 놓으십니다. 잠깐 빛을 받은 고사리가 고슬고슬합니다. 집으로 올라오려 하자 어머니는 정성스레 싸서 주십니다. 넉넉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사람들이 왁자지껄합니다.

시골에서 열리는 5일장입니다. 시장 풍경을 구경하기 위해 차를 한쪽에 주차한 후 장터 구경을 합니다. 한 아주머니가 싱싱한 고사리를 꺾어 팔러 나오셨습니다. 발길이 멈춥니다. 아주머니께서 말씀하십니다.

a  첫번째 수확한 고사리를 팔기위해 나온 아주머니입니다.

첫번째 수확한 고사리를 팔기위해 나온 아주머니입니다. ⓒ 조정숙



"오늘 첫 수확한 고사리여유 사가셔유! 아침나절에 꺾어 왔땅게~" 합니다.

그래서 저는 들은풍월로 아주머니께 얘기합니다. "고사리는 꺾어서 바로 삶아야 한다는데 이렇게 생 고사리로 놓아두면 쇠지 않나요?" 라며 묻자 아주머니께서는 한 말씀 하신다.

"아따 하루정도는 괸찮아유 긍게 사가지고 가셔도 되는디 사 가랑게요~"

아네! 그렇군요! 잘 알았습니다. 하며 뒤돌아선다. 통통한 고사리를 삶아 집으로 돌아가는 것을 알 리가 없는 아주머니를 뒤로 하고 갈 길이 먼 나는 집을 향해 출발합니다. 처음 꺾어보는 고사리의 매력에 빠진 하루를 행복해하며 비가 오면 친구들과 다시 한 번 고사리 꺾기위해 갈까합니다.
#고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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