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사정관 제도, 공교육 정상화에 도움될까

사교육 문제, 본질을 보라...'경쟁'이 만들어낸 폐해

등록 2008.04.21 10:41수정 2008.04.21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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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제도 변화는 사교육 시장의 호기

 

우리의 입시제도는 정치인들의 입맛에 따라 수시로 뒤바뀌어 왔다. '절대 진리'처럼 보였던 '3불제도'가 대통령 한 명 바뀌었다고 헌신짝처럼 버려지고, 학생들은 또다시 실험용 쥐처럼 새로운 입시제도에 몸을 끼워 맞추는 신세가 되었다.

 

위정자들은 입시제도를 변화시킬 때마다 고정 레파토리처럼 '공교육 정상화'를 외치지만, 이제껏 어떠한 제도의 도입도 사교육을 무력화 시킨 적은 없었다. 오히려 입시제도가 변할 때마다 사교육 시장의 성장세는 탄력을 받아온 것이 사실이다.

 

이번엔 '입학사정관제'라는 또 다른 제도의 도입이 추진된다. '수치화된 성적보다는 가능성 있는 학생을 선발한다'는 것이 예의 그럴듯한 명분이다. 과연 대학들은 무엇을 보고 학생의 '가능성'을 가늠할까? 

 

아직 대학들도 이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설정해 놓지 않은 상태라 분명한 답을 내놓기는 힘들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이와 같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가장 수해를 입은 쪽은 늘 학원가 였다는 사실이다.

 

논술이 강화됐을 때도 그랬고, 면접이 도입됐을 때도 그랬다. 교육부가 어떤 제도를 내놓건, 학생들은 학원에서 마련해준 전략대로 자신의 입시 방향을 설정해왔다. 

 

입학사정관제, 사교육 시장엔 또 다른 호재

 

'입학사정관제'라고 사정이 다를까? 

 

우선 '사정관'과 마주앉아 대화를 통해 학생을 검증하는 방식은 '면접'과 크게 다르지 않다. 현재 학교에서는 면접을 따로 가르치지 않기 때문에, 학원의 면접·화술 교육은 다시금 각광을 받게 될 것이다.

 

또한 이 제도의 핵심은 학생들이 대학이 원하는 '스펙'을 갖추는 것이다. 학생들 중에 '입학사정관제'에 '올인'하느라 공부를 완전히 등한시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즉, 학생들에게는 '스펙'을 갖추기 위한 노력과 공부에 쏟는 노력 사이의 시간안배를 얼마만큼 효과적으로 하느냐가 무엇보다 중요해진다. 그런 '전략적인 면' 역시 학원이 우월하다. 학교 담임선생님이 서른 명 넘은 학생들 개개인에게 세밀하게 입시 전략을 짜 주기는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본 제도의 자랑인 '가능성 검증'이야말로 우리나라 교육제도에서 가장 오용되어온  부분 중에 하나다. 현재 각 교육기관들이 경쟁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영재 스쿨'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영재 스쿨'에는 진짜 영재들보다 선행학습을 통해 길러진 '속도위반자'들이 더 많다는 것은 이미 주지의 사실 아닌가? 대학이 원하는 '가능성 검증'에 통과하기 위해, 학생들은 다시 사교육 시장으로 몰려들 것이다.

 

시교육 문제, 본질을 보라

 

사교육 시장은 웬만해서는 사그라지지 않는다. 입시제도가 어떤 모습으로 변형되든, 그것은 학원가엔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한다. 왜 그럴까?

 

진중권 교수의 말처럼 우리의 입시제도는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남들보다 우수하지 못하면 '도루묵'이다. 즉, 대학에 가려면 남보다 뛰어난 무언가를 갖춰야 하고, 모든 사람이 공평하게 배우는 학교교육을 뛰어 넘으려면, 그 '무언가'를 줄 수 있는 사교육시장을 찾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우리의 입시제도는 서로 밟고 밟히는 개미지옥과 다르지 않다. 남을 밟고, 소위 '명문대' 간판을 차지하면 인생에 서광이 비추는 것이고, 그렇지 못하고 남에게 머리를 밟히는 신세가 되면 끝없는 나락으로 추락하게 된다.

 

이런 제도 하에서는 당연히 누구나 기를 쓰고 올라가려고만 하고, 떨어지지 않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한다. 그런 절박함은 사교육 시장을 팽창시키고, 공교육은 그 본질마저 망각해버린 채 사교육의 하수인으로 전락한다.

 

이명박 정부가 추구하는 '무한 경쟁'은 승리자에겐 '경쟁력'을 안겨줄지 몰라도, 다수의 패배자에겐 너무나 가혹한 시련을 제시한다. 올라가는 사람이나 떨어지는 사람이나 모두 똑같은 '국민'의 범주에 들어간다면, 응당 떨어지는 사람에게도 안전망을 깔아준 후에 경쟁에 돌입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2008.04.21 10:41 ⓒ 2008 OhmyNews
#입학사정관제 #입학사정관제도 #사교육 #공교육 #전교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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