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은 국민, 속물 국민 되나?

'대박'과 '한탕'이 아닌 대안적 희망을 찾아가야 할 때

등록 2008.04.21 10:10수정 2008.04.21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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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때 찍은 도장이 채 마르기도 전에 이명박 정부의 저돌적인 신자유주의 정책이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 15일 '학교자율화 추진계획'이라는 이름으로 우열반 편성, 0교시 수업과 심야보충수업을 허용해 버렸고, 사설 학원이 공교육 내에서 강좌를 개설하고 수업을 진행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명박 정부의 핵심 공약이었던 연 7% 성장 약속은 '정치적 구호'였다며 올해 6% 성장도 어렵다고 시인했다. 하지만 기업에 대한 법인세 인하나 각종 기업관련 규제 폐지는 철저하게 공약대로 이행할 태세다. 정치적 구호로 전락한 내용 안에는 생활비를 줄여 주겠다던 민생 공약도 포함된다.

 

외교문제에 대한 우려도 현실화하고 있다. 한미 정상회담이 한미동맹을 넘어 굴종외교의 전형을 보여줄 것이라는 예측들이 여기저기서 등장하고 있다. 주한미군의 감축 중단을 미국 측에 호소하는 댓가로 한국이 부담하고 있는 방위비 분담액을 50% 늘리거나, 미국의 무기판매 프로그램(FMS) 지위 격상을 조건으로 주변국의 반발을 살 수 있는 MD(미사일방어체제)와 PSI(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 가입을 시도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더구나 한미FTA 비준을 위해 광우병 우려로 수입이 중단되거나 제한되었던 미국산 쇠고기가 부위를 가리지 않고 전면 개방될 것이다.

 

허울좋은 신자유주의 정책, 국민의 도덕성이 병든다

 

이런 이명박 정부의 정책들은 특수 계층의 이익만 대변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국민에게 헛된 욕망을 심어주며 속물로 만드는 과정을 동반하고 있다. 부동산 투기는 재태크로, 주식투자로 인한 불로소득은 자본 소득으로, 기회의 공정성을 파괴할 서열화된 교육시스템은 자율화로 포장되면서 과거에는 도덕적으로 규탄 받았을 일들이 능력이나 합리적 자산증식으로 칭송되고 있다. 물론 대다수 서민이 이런 투기판에서 살아남을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대박'의 꿈은 정당한 욕망으로 포장되고 권유된다.

 

이런 의미에서 뉴타운 공약에 '한탕'의 기대를 걸었던 유권자들은 신자유주의적 합리성을 가졌다고 평가할 수 있다. 따라서 선거 이후 입장이 돌변하는 당선자들에 대해 분노를 느끼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이다. 대부분의 유권자들은 '속았다'며 다음 선거에서의 복수를 다짐하고 있지만, 이런 분노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높지 않아 보인다. 승자독식과 한탕주의의 속물근성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제2, 제3의 뉴타운 공약에 또 다시 속아 넘어 갈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속은 것이 아니라 혹시나 하는 마음에 계속 속아주는 것이다.

 

그렇다고 국민들을 속물스럽다 비난하며 냉소주의를 표출하는 것이 답은 아니다. 투표율이 낮아지면서 이익을 보는 곳은 각종 사조직을 동원할 능력을 가진 기성 정치세력 뿐이다. 선거 직후 너도나도 역대 최저의 투표율을 걱정하는 척 했지만 사실 대부분의 당선자들을 웃게 만든 것 또한 낮은 투표율 덕분이었다. 냉소주의와 정치의 무관심은 어떤 의미에서 신자유주의적 정치행태를 만든 공범자다.

 

실수 극복하려면 2년 후 지방선거가 기회

 

그래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이들은 무엇을 해야 할까? 두 가지 방법이 있는 듯하다. 다 똑같은 놈들, 믿을 놈이 없다고 생각한다면 직접 나서는 것이 하나다. 그리고 속물근성을 갖지 않아도, 신자유주의적 지배질서에 적응하지 않고도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다는 사실을 경험하고 증명해 보이는 것이 다른 하나다. 인생 대박의 꿈을 꾸지 않고서는 도저히 희망을 품을 수 없는 사람들에게 여러 종류의 대안적 희망을 제시해 주는 것이다.

 

다음 선거에서 뉴타운이나 특목고, 자사고 공약에 현혹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대안을 만들어 내야만 한다. 매우 지난하고 어렵지만 반드시 해결해야할 과제일 것이다. 2년 후 지방선거에 대한 준비를 서둘러야 힌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의 대안정책 웹사이트 이스트플랫폼(www.epl.or.kr)에도 실렸습니다. 글을 쓴 손우정 기자는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의 연구원입니다.

2008.04.21 10:10 ⓒ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의 대안정책 웹사이트 이스트플랫폼(www.epl.or.kr)에도 실렸습니다. 글을 쓴 손우정 기자는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의 연구원입니다.
#신자유주의 #속물근성 #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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