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두율 교수 "무죄 판결, 국보법 폐지 디딤돌 되길"

<오마이뉴스> 네티즌에게 지난 17일 대법원 판결에 대한 소감 보내와

등록 2008.04.21 14:21수정 2008.04.21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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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04년 7월 21일 서울고법 형사6부는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송두율 교수를 북한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판단할 근거가 없다며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이후 4년만인 지난 17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재독 사회학자 송두율 교수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지난 2004년 7월 21일 서울고법 형사6부는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송두율 교수를 북한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판단할 근거가 없다며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이후 4년만인 지난 17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재독 사회학자 송두율 교수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권우성

재독 사회학자 송두율(64) 교수가 국가보안법위반 혐의에 대해 대법원이 무죄 취지로 환기환송한 데 대해 <오마이뉴스>에 소감을 보내왔다.

송 교수는 대법원 판결이 있던 지난 17일 재미 4·3 연구가인 이도영 박사를 통해 '<오마이뉴스> 네티즌'과 '고국의 그리운 벗님께' 보낸 이메일 글을 통해 "판결을 접하고 가졌던 느낌은 우선 사필귀정,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21세기 문턱을 넘어선 지 한참이 됐는데도 국가보안법을 두고 대법원이 법해석을 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답답함을 느낀다"고 밝혔다.

그는 "그래도 끄떡없이 남아 있는 모순을 대법원이 지적한 것은 오랫만에 들리는 기쁜 소식"이라며 "이번 판결이 구시대적 발상에 기초한 국가보안법 폐지의 디딤돌이 됐으면 하는 희망을 가져본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덧붙여 그는 "포승이나 수갑을 채우고 수사하는 비인간적인 관행이 사라지고 검찰심문시 피의자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수 있는 권리도 37년만에 귀향해서 내가 직접 겪은 수모와 고통을 통해서 찾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더 많은 민주주의'는 우리 모두에게  계속 희생을 요구하는 것 같다"

이번 대선과 총선에 대한 간단한 의견과 함께 최근 근황도 짧게 밝혔다.


송 교수는 "돈이 최고지 도덕은 무엇에 쓰는 물건이냐는 식의 '잘못된 계몽' 속에 묻히고만 대선과 총선을 지켜보면서 우리말 집필을 접어두고 독일어 저서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근황을 소개했다.

이어 그는 "'더 많은 민주주의'는 우리 모두에게  계속 희생을 요구하는 것 같다"며 "우리 부부와 가족을 위로해 준 여러분께 심심한 감사를 드린다"고 밝혔다.


한편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7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재독 사회학자 송두율 교수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송 교수가 독일국적을 얻은 뒤 북한을 방문한 것과 관련 국가보안법상 탈출 혐의를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다음은 송 교수가 보내온 글 전문이다.

<오마이뉴스> 네티즌 여러분과 고국의 그리운 벗님께



 송두율 교수와 부인 정정희씨.
송두율 교수와 부인 정정희씨.후마니타스 제공
오늘 대법원 확정판결을 접하고 가졌던 느낌은 '사필귀정',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이러한  내 느낌을 꼭 일년전에 나온 책 <미완의 귀향과 그 이후>에서 담담하게 이미 서술했지요.

그러면서도 21세기 문턱을 넘어 선 지도 한참이나 된 이 시간에도 '국가보안법'을 두고 대법원이 나서서 유권적 법해석을 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답답함을 느낍니다. 

합리적인 사회에서 작동하는 법 체계와 운용은 세계의 변화에 항상 열려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국가보안법'은 민주화됐다고 끄덕이 없습니다. 그래도 남아 있는 모순을 이번 재판부가 지적한 것은 오랫만에 들리는 기쁜 소식이군요.

이번 판결이 정말 구시대적 발상에 기초한 '국가보안법' 폐지의 디딤돌이 되었으면 하는 희망까지도 해 봅니다.

포승이나 수갑을 채우고 수사하는 비인간적인 관행이 사라지고 검찰심문시 피의자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수 있는 권리도  37년만에 귀향해서 내가 직접 겪은 수모와 고통을 통해서 찾을 수 있었지요. 이번 대법원의 판결은 이에 이은 희망적인 소식이라고 생각됩니다.

'역사는 진전한다'는 위안을 우리에게 주는지도 모르지요.

그래서 실망중에도 역사의 흐름에 동참해야하는 당위를 느끼게 하는 것 같습니다. 프랑스혁명중에도 한 때 '텔미도르 반동'이 있었지요. 그렇다고 해서 혁명의 이상과 실천이 사라지지는 않았지요.

돈이면 최고지 도덕은 도대체 무엇에 쓰는 물건이냐는 식의 '잘못된 계몽' 속에 묻히고만 이번 대선과 총선을 지켜보면서 사실 우리말 집필을 접어두고 지금은 정년퇴임을 앞 둔 독일어저서에만 집중하고 있습니다만….

좌우간 '더 많은 민주주의'는 우리 모두에게  계속 희생을 요구하는 것 같습니다.

그동안 우리 부부와 가족을 위로해 준 여러분께 심심한 감사를 드립니다.

2008년 4월 17일
베를린에서 송두율 배
#송두율 #대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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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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