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한우 지키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경쟁력있는 한국 농축산업을 바란다

등록 2008.04.23 08:36수정 2008.04.23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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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타결을 위한 쇠고기 개방에 대한 여론이 뜨겁다. 나 역시도 먹거리만은 우리 것을 먹어야 한다는 '신토불이' 사상에 사로잡혀 왔다. 하지만, 전자제품이나 자동차는 돈이 없어 사지 못할 뿐 모두 외제를 사고 싶어 안달하는 요즘에 유독 농축산물에 관해서만 보수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다른 분야는 수입품을 상대로 자유경쟁을 하여야 하고 1차 산업만은 예외로 국가가 방패막이가 되어 주어야 하는 근거는 무엇인가? 국민 건강에 피해가 간다는 주장은 어찌보면 경쟁없이 쉽게 판매루트를 유지하기 위한 변명에 불과하다. 건강에 해가 되는 물품을 먹고 안 먹고는 소비자 선택의 문제로 넘겨주는 것이 합리적인 방법이다. 한우 농가를 지킨다는 명목으로 한우가 비싸서 쇠고기를 밥상에 올리기 힘든 서민의 먹는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 옳은 일인가?

 

중국산 농산물이 수입되기 시작할 때 역시 지금과 같은 논란이 있었다. 하지만, 몇 년이 지난 지금의 모습은 어떠한가?

 

웰빙이 중요시 되면서 형편에 맞게 국산 농산물과 중국산 농산물을 식탁에 올리는 것은 주부들의 몫이 되었다. 형편이 허락하는 범위에서 국산으로 식단을 꾸리는 과정도 있을 것이고, 형편이 안 된다면 비록 중국산일지라도 정성스럽게 식단을 준비한다면 그것을 먹는 가족들의 행복은 돈의 가치를 떠나는 것이 아닐까?

 

수입이 넉넉하지 못해 아이들에게 한우를 자주 먹일 수 없어 무거운 아버지의 마음이 수입산 쇠고기라도 그것을 맛있게 먹는 아이들의 모습으로 위안을 받는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전자제품이나 자동차와 같은 공업제품은 수출이 활성화되고 해외에서도 품질의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기에 농축산물과는 성질이 다르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불과 10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더라도 우리나라의 공산품은 해외 시장에서 지금의 중국산처럼 품질은 떨어지지만 싼맛에 산다는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 지금처럼 해외에서 호평받는 브랜드가 된 데에는 끊임없는 기술개발과 해외영업을 통해 이루어낸 피나는 노력이 있었다.

 

우리나라 한우가 정말 맛과 품질에서 인정을 받는다면 더이상 내수에만 의존하지 말고 해외 수출을 장려하는 것은 어떨까? 우리 농민들이 자포자기적인 자세를 버리고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자세가 절실한 때다. 이러한 자세를 바탕으로 경쟁력을 강화하고 다른 단체들과 긴밀한 협조를 한다면 수출로 인한 부가가치가 더욱 클 수도 있다. 실제로 뉴질랜드 낙농업의 주요 소비지는 미국이라고 한다.

 

정부도 농축산업을 체계적으로 발전시켜 나갈 정책적인 지원과 외교적인 뒷받침을 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 농민들이 힘을 얻고 노력하여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이다. 얼마 전 신문 기사를 통해 한우 수출의 어려움을 접한 바 있다.

 

시카고의 한 유명 레스토랑 사장 A씨는 7월 한국을 찾아 안성의 한 식당에서 안성마춤 한우를 맛본 뒤 수입 의사를 밝혔다. A씨는 “일본산 고베 비프를 쓰고 있는데, 맛이 뒤지지 않는 이 한우는 가격이 고베 비프의 10분의 1 정도 밖에 안 된다”며 놀라워했다. 고베 비프는 일본에서도 100g당 5400~8000엔(약 5만3000~7만9000원, 등심 기준)에 팔릴 정도로 비싸다. 안성마춤 한우는 100g에 9600원. A씨는 즉석에서 “왜 이런 쇠고기를 수출하지 않느냐”며 샘플을 보내줄 것을 제안했다.

 

임씨는 흔쾌히 수락했다. 그러나 그는 곧바로 벽에 부딪쳤다. 쇠고기 수출은커녕 샘플조차 보낼 길이 없었다. 온갖 수소문 끝에 임씨는 지난해 청와대 참여마당 신문고를 두드렸다. 청와대에선 "미국으로 축산물을 수출하려면 질병·위생 평가를 받아야 한다"며 "아직까지 쇠고기 수출을 추진하는 업체가 없어 이런 절차를 밟은 적이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해당 부처인 옛 농림부로부터는 "미국의 위생 조건과 일치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 "장기적으로도 쇠고기 수출은 어렵다"는 우울한 얘기만 들었다.  <출처: 중앙일보>

 

필자의 부모님 역시 몇 해 전 귀농을 하시고 현재는 과수원을 하고 계신다. 도시에서는 하시는 일마다 뜻대로 되지 않아 힘들어 하시던 아버지였지만 귀농하신 후 새로운 영농법을 공부하시기 위해 애쓰시고 실험하고 도전하는 과정에서 아버지은 그 어느 때보다 활기차 보이신다.

 

세계적인 경제학자들은 산업의 흐름이 다시 농업으로 돌아올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더이상 내수 시장만을 고려한 생산 방식에서 벗어난 1차 산업의 글로벌화가 필요하다. 우물 안 개구리가 아닌 세계속에서 인정받는 한국산 농축산물이 되길 바란다. 우리 민족 특유의 개척 정신으로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어 온 저력을 믿는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블로그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8.04.23 08:36ⓒ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블로그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한미FTA #소고기개방 #광우병 #한민족의저력 #한우수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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