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원짜리 김밥과 만두에 중독된 까닭

20년 전 가격 그대로... 구리시장 터줏대감 '삼성분식'

등록 2008.04.24 10:12수정 2008.04.24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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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만두 천 원어치 만두
고기만두천 원어치 만두윤인영



어린 시절 집 가까이에 있던 막내 고모님의 미용실은 나와 사촌들에겐 놀이터와도 같은 장소였다. 항상 밝은 웃음과 짓궂은 농담으로 맞이해 주는 고모님도 그 곳을 제 집처럼 드나든 이유였지만 또 하나의 이유가 있었으니, 바로 김밥과 만두였다. 보통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파마 손님들이 주문하곤 했던 것들이다. 

지금처럼 누드김밥·치즈김밥 같은 것도 없었던 때였고, 아주 평범한 김밥이었다. 하지만 어느 과자광고 문구처럼 자꾸만 가고 또 가는 내 손을 나도 어찌할 수 없었다. 그리고 김밥의 옆에는 항상 만두가 자리했다. 얇은 피와 고소하고 담백한 맛이 일품이었던 그 만두는 어린 내게 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만두였다.

그 맛있는 김밥과 만두를 만들어 내는 곳은 내가 매일 같이 지나다니던 경기도 구리시 구리시장 초입부에 위치한 '삼성분식'이었다.

김밥 1000원, 만두 1000원... 20년 전 가격 그대로

삼성분식 외관  야간에 찍은 모습
삼성분식 외관 야간에 찍은 모습윤인영

분식집 앞을 지날 때 마다 만두를 찌어 내느라 생기는 김이 입구에서 모락모락 피어나는 것이 삼성분식의 외관의 가장 큰 특징이다. 현재는 밝은 주황색 간판을 달아 눈에 잘 띄는 편이지만 예전에는 변변한 간판조차 걸려있지 않아 눈에 잘 띄지 않았다.


이 주황색 간판만이 20여 년간 구리 시장 터줏대감 노릇을 해온 삼성 분식의 유일한 변화다. 이사나 확장 한번 없었고 그 맛은 물론 이거니와 낯익은 종업원 아주머니들, 그리고 놀랍게도 가격 역시 20년 동안 한결 같았다.

본래 메뉴판에는 김밥과 만두·오뎅만 있었다. 다른 메뉴들은 얼마 전부터 새로 생겨난 메뉴들이다. 예전부터 팔아온 김밥·만두·오뎅의 가격은 1000원으로 변함이 없다.


원자재와 곡물 값의 폭등으로 거의 모든 음식점들이 몇백원이라도 가격을 인상하고 있는 추세라 20여 년 간 똑같았던 가격이 드디어 올랐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여전히 그대로였다. 항상 궁금하게 생각해오던 터라 지난 22일 왜 가격을 올리지 않는지 종업원 아주머니께 여쭤봤다.

"학생들 때문이지 뭐…. 손님 중에 어른들도 있지만, 학생들이 더 많이 찾거든. 학생들이 무슨 돈이 있겠어. 우리 사장님이 더 안 받으려고 해."

얼굴은 자주 뵈었지만 직접 얘기를 해본 적은 없는 지라 이번 기회에 사장님께 궁금한 것을 여쭤보려고 했다. 하지만 워낙에 바쁘신 분이고 요즘에는 특히 가게에 잘 못 나오신다는 대답을 들었다.

싼 가격에 남는 것 없이 학생들 생각하는 마음에 가격을 올리지 않았다는 사장님 이야기를 계속 하시는 종업원 아주머니들의 말투에서 그 분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가 있었다.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꾸준히 가게를 꾸려나갈 수 있었던 것도 그 분의 소박하고 따뜻한 경영철학이 있기 때문이었고 그런 분의 손에서 만들어진 음식이기에 그렇게 맛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평범한 김밥, 그 맛의 비밀은?

메뉴판 천원짜리 만두. 김밥
메뉴판천원짜리 만두. 김밥윤인영

다시 말하지만 그 이름도 참 평범한 삼성 분식의 김밥과 만두의 특징을 바로 '평범하다'는 것이다.

만두속이 어느 집마냥 꽉 차고 별의 별 재료가 들어가 있는 것도 아니다. 재료는 더도 덜도 아닌 야채와 고기다. 또 야채라고 해봐야 양파·부추가 전부라고 하신다.  

김밥 역시 치즈·참치 같은 재료들이 전혀 들어가지 않았다. 단무지·계란지·홍당무·시금치 등 정말 딱 들어갈 것만 들어간 보통 김밥이다.

십몇년을 궁금해 하던 것을 이참에 다 물어보고자 하는 마음으로 평범한 재료로 구리시 토박이라면 한 번 쯤을 맛보았고 현재에도 많은 단골들의 입맛을 끌어당기는 김밥과 만두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그 비법 좀 알려달라고 여쭤았다.

"말한 대로 우리는 뭐 특별한 것도 안 넣어요. 그런데 이 맛의 비결은 뭐냐 하면. 바로 비율과 손맛이라는 거지."

'비율과 손맛'이라… 이만큼 명쾌하고 단순한 비법이 있을까? 그리고 당신네들은 단무지만큼은 꼭 직접 담근다며 강조하셨다.

삼성 분식이 서울의 종로나 조금 더 번화한 곳에 위치했다면 분명 명물이 됐을 것이다. 하지만 소박하고 정겨운 구리시에 위치해 많은 구리 시민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것으로 족하기에 삼성분식 사장님도 변함없이 그 자리에서 그 가격과 그 맛 그대로를 유지하고 계신 것이 아닐까? 구리시에 올 일이 있다면 구리 시장 초입 부에 위치한 구리 최고의 '맛집' 삼성분식에 꼭 한번 들려볼 것을 권한다.

분식집 아주머니  삼성분식에서 몇십년을 일해오신 분
분식집 아주머니 삼성분식에서 몇십년을 일해오신 분윤인영

덧붙이는 글 | <우리 동네 맛집> 응모글


덧붙이는 글 <우리 동네 맛집> 응모글
#삼성분식 #천원짜리 만두, 김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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